[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지난달 26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폐지안과 후속조치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의결됐다. 이에 따라 이달 내 국회 본회의에서 10년만에 단통법 폐지가 유력해 보인다.
단통법은 제조사와 이동통신3사(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의 구매지원 상한액에 대한 기준 및 한도를 정해 고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19대 국회(2012~2016년)에서 여야 의원들이 이용자 차별 해소, 가계통신비 절감 등을 목표로 제정했지만 입법 취지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 이유는 소비자들이 2014년 10월 단통법 도입 후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가계통신비는 월평균 14만7,725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2분기 가계통신비는 월평균 15만5,107원으로 늘었다. 스마트폰과 같은 단말기 구입비가 포함된 통신장비구입비도 2015년 월평균 2만2,676원에서 올해 2만8,953원으로 증가했다. 이렇듯 단통법은 가계통신비 인하에 큰 효력을 보이지 못함에 따라 결국 폐지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다만 단통법이 폐지되더라도 가계통신비가 인하되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첩첩산중이다.
먼저 단말 제조사 규제로 인한 회사 측의 장려금 축소 또는 정책 철회 등은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를 내기 어렵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단통법 폐지 법안 의결 당시 ‘제조사의 장려금 관련 자료 제출 의무화’ 조항 또한 후속 법안에 반영했다.
이에 앞으로 이통3사는 단말기 판매량, 출고가, 매출액, 지원금, 장려금 규모 및 재원 등에 관한 자료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할 때 단말기 제조사별 장려금 규모를 공개해야 한다.
지금까지 단말기 제조사가 유통채널에 지급하는 장려금 규모는 공시되지 않았다. 제조사가 해외시장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삼성전자 등 단말 제조사가 이통3사와 정부에 장려금 규모를 제출하는 과정 중 기밀 정보 유출을 염려해 소비자에게 제공했던 단말 구매 지원금을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단말 제조사가 구매 지원금 정책을 없애면 소비자는 기존에 받았던 지원금이 사라져 단말 구매에 부담을 지게 된다.
또 이통3사가 10년 전 단통법이 제정되기 전처럼 '단말 구매 지원금' 상한선을 없앴다고 한들,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해 경쟁사 소비자 유입 노력을 할 지가 미지수다. 지난 9월 기준 국내 휴대전화 5G(5세대 이동통신) 회선 수는 3,487만9,296개로 3,500만개에 육박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고가 요금제인 5G 가입자가 LTE(4세대 이동통신) 2,153만5,698개를 넘어섰을 정도로 이동통신 시장이 성숙했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비통신 사업에 이통3사가 모두 두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AI 데이터센터 건설과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등 AI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수반된다. 이에 따라 단통법 이전 시절 같은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은 적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단통법이 폐지될 경우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이 위축돼 이통3사의 요금 할인 경쟁 감소 같은 부작용 등도 예상된다. 단통법 제3조항인 지원금의 '차별 지급 금지 조항'이 사라지게 되면 알뜰폰 사업자와 이통3사 간 지원금 경쟁이 불가피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알뜰폰 사업자는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한 이통3사와의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
따라서 단통법이 폐지되면 실질적으로 가계통신비를 줄일 수 있는 후속 입법이 필수다. 여야 정쟁이 아닌 소비자 복지 증진에 국회의원들이 더 관심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

- [기자수첩] 위대한 기업의 흥망성쇠…삼성도 반면교사 삼아야
- [기자수첩] 한국 정치에 ‘M.K.G.A’는 사치일까
- [기자수첩] 백종원이 분노한 ‘젠트리피케이션’ 해결책은
- [기자수첩] 게임업계 뒤흔든 넥슨 '남혐 논란' 이제 그만!
- [기자수첩] 혁신하는 미국, 안주하는 한국
- [기자수첩] 삼성전자 ‘위기’…이건희 회장 경고 현실됐나
- 알뜰폰 가입자 순증 둔화…가격 경쟁력 약화 영향
- 단통법 폐지 연내 처리 불투명…"일단 휴"
- 방통위 방송대상 수상작, 무료 VOD로 제공
- [2024 통신·보안 결산] 공정위, 이통3사 수조원대 과징금 예고…단통법, 10년 만에 폐지
- TV 수신료 통합 징수 방송법·단통법 폐지안 국회 법사위 통과
- 이동통신 3사·대기업 알뜰폰 점유율 제한 법안, 국회 소위 통과
- 단말기 유통법 폐지법, 국회 본회의 통과
- LG유플러스, 알뜰폰 위한 온라인 고객센터 ‘알닷케어’ 문 열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