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지난달 31일 삼성전자의 3분기 확정 실적이 발표됐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6.8% 증가한 79조987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2분기 10조4,439억원에서 9조1,834억원으로 감소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의 기술 우위가 흔들리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결과다.
삼성전자의 위기설은 지난 9월부터 제기되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반도체 겨울' 보고서 이후 '8만 전자'이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급기야 '5만 전자'로 내려앉았다. 3분기 잠정 실적 발표 당시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경영진의 사과문까지 내놓으며 '삼성 위기론'은 더욱 현실화되는 듯했다.
한 매체가 익명의 반도체 업계 종사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며 삼성 내부에 대한 우려는 더 커졌다. 인터뷰에서는 '절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조직 분위기', '기술보다 재무 라인 중심의 의사결정', '보신주의에 물든 조직 문화' 등 삼성의 내부 문제점들이 지적됐다. 이번 실적 발표와 위기설을 계기로 경영진 교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국민 대표주'이자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 내부 조직 문화가 문제로 떠오른 점은 국민들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뜬소문에 불과해 보였던 위기설이 피부로 느껴지는 가운데, 최근 SNS상에서는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이 공개한 이건희 선대회장의 ‘내부 지시사항’ 문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 문건에 따르면 2003년 이 회장은 “앞으로의 최대 적은 방심”이라며 “방심하다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다칠 수도 있지만 문제는 이를 바로잡는 것. 방심에서 생긴 병은 고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이어 "우리가 가장 앞서온 만큼 잘못됐을 때 누구도 고쳐줄 사람이 없다"며 "꼭 방심을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최근의 삼성전자 위기설은 이 같은 방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기술력으로 세계 1등을 굳건히 지켜온 국민 대표 기업이 어느새 스스로의 자만에 빠져 위기를 맞고 있는 모습이다.
이건희 회장은 인력 관리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우리 기술자들도 언제든지 외부로부터 스카우트될 수 있다”며 이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시했다. 반도체 엔지니어들에게는 특별 보너스나 주거 지원 등 혜택도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올해 삼성전자에서는 사상 첫 파업, 노동자 방사선 피폭 사고 등이 잇따르며 근무 환경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 최고의 직장' 순위에서 5년 만에 1위를 내주고 3위로 내려앉았다.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달 사과문에서 “조직문화와 업무 방식을 점검해 고칠 것은 고치겠다”며 “문제점은 숨김없이 드러내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반도체 연구소에 직접 방문해 임원 교체 의사를 밝히며, 사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시사했다.
올해로 창립 55주년을 맞은 삼성전자. 창립 기념식에서 한종희 부회장은 “변화 없이는 어떤 혁신도 성장도 없다”며 “변화와 쇄신을 통해 미래를 주도할 강건한 조직을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5만 전자'로 주저앉은 삼성전자를 향한 국민들의 비판과 과거의 경고를 되새기며, 삼성전자의 쇄신경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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