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 부사장,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이사 부회장. ⓒ선호균 기자
▲(왼쪽부터)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 부사장,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이사 부회장. ⓒ선호균 기자

분할합병 비율, 에너빌리티 100주당 에너빌리티 88.5주와 로보틱스 4.33주 받게 돼

[SRT(에스알 타임스) 선호균 기자] 두산그룹의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과 관련해 금융감독원과 사모펀드 얼라인 파트너스가 모두 반대하고 나섰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신고서 정정요구를 하는 한편 시장과 주주가치 환원 기조에 맞는 쪽으로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 

지난 17일 열린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이 원장은 두산의 주주가치 환원 기조를 강조했다. 이 원장은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두산이 시장의 시각과 주주가치 환원 기조에 맞는 쪽으로 수정해 진행할 것으로 기대와 예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앞서 지난 7월 사업구조 개편을 발표하고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려 했지만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당국의 반대 의사에 부딪혀 8월말 이를 철회했다. 

이후 두산은 두산밥캣의 상장을 유지한 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할된 신설법인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 후 얻는 지분을 통해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두도록 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은 지속 추진되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21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사업 개편안을 의결한다. 문제는 합병 비율이다. 흑자 기업인 두산밥캣의 저평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두산은 신설법인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15일 두산밥캣 이사회에 주주서한을 발송하고 ▲두산로보틱스와 포괄적 주식교환 재추진 하지 않을 것 ▲포괄적 주식교환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대응에 1조5,000억원 특별배당계획 발표할 것 ▲주주환원율 정상화 포함하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할 것 ▲이사회 구성 개편과 제도적인 독립성 확보 조치 등을 제안했다. 

얼라인파트너스 관계자는 “두산밥캣 주주로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안이 처음 제시됐을 때 반대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며 “8월말 합병안이 철회됐지만 재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는 자본시장의 의심을 반영해 앞으로 추진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을 담아 주주서한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두산에너빌리티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안으로 재추진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은 없다”며 “8월말 철회된 1조5,000억원 자기주식 교환 건에 대해서는 주주들을 위해 특별배당계획을 내놓으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가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 주식 모두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선호균 기자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이 두산에너빌리티 주주가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 주식 모두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선호균 기자

반면 두산그룹 측은 이번 합병이 양사 시너지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윈윈전략이라고 해명했다. 두산 계열사 3사(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는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가 되는 합병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이 같이 설명했다.

이날 두산 3사 경영진은 변경된 분할합병 비율을 발표했다. 두산에너빌리티 100주를 보유한 주주는 두산에너빌리티 88.5주, 두산로보틱스 4.33주를 받게 된다. 

이 같은 결과는 시장 관례에 따라 회계상 순자산 장부금액 기준으로 책정했던 기존 두산밥캣 분할비율을 시가 기준으로 바꾸고 또한 시가만 적용했던 신설 투자법인과 두산로보틱스간 합병 비율에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43.7%를 반영한데 따른 것이다. 

박성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주주들에게 최대한 많은 주식이 지급되는 방향으로 분할합병 비율을 변경했다”며 “이번 사업구조 재편으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양사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가치가 더욱 높아질 양사 주식을 동시에 보유하게 됨으로써 앞으로 추가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두산그룹의 이 같은 의지가 실현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현재 여론은 합병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권과 금융당국도 두산그룹 계열사 합병을 반대하고 있다. 얼라인 파트너스가 두산밥캣의 지분을 보유한 것도 이러한 틈을 파고든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얼라인 파트너스는 지난 2022년 에스엠 지분 1.1%를 보유한 뒤 다각적으로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와 에스엠을 압박했다. 그 결과 얼라인파트너스는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의 지지를 등에 업고 에스엠 감사인 선임에 성공했다. 이후 얼라인파트너스는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의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에스엠 이사회는 얼라인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수용한 프로듀싱 체제 'SM 3.0' 시대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는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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