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인중개사, 임대인 세금 체납 여부 및 선순위 세입자 보증금 등 설명해야
"공인중개사 권한 없고 임대인 강제 없어…분쟁시 임차인에 책임 전가될수도"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오는 10일 공인중개사의 확인·설명 의무를 강화하는 ‘공인중개사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이하 개정안)이 시행된다. 빌라 등 전세사기로 보증금을 떼이는 피해사례가 끊이질 않자 정부는 임차인 보호를 위해 공인중개사의 의무를 강화한 것이다.
이와 관련 공인중개사 업계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공인중개사 책임 의무는 강화됐으나 임대인(집주인)이 세금체납 여부를 공개하지 않아도 강제할 의무나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시 공인중개사가 설명의 의무를 지켰을 경우 책임이 임차인(세입자)에 돌아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개정안에는 ▲임대차 계약 체결 이전 선순위 권리 관계 등 확인·설명 ▲임차인 보호 제도 설명 ▲현장 안내 시 중개보조원 여부 확인 ▲관리비 항목 등 설명이 담겼다. 이를 어길 경우 공인중개사는 6개월 이내 자격정지 또는 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세부적으로 공인중개사는 임대차 계약 시 임차인에게 임대인이 체납한 세금과 선순위 세입자의 보증금 등 중개대상물의 선순위 권리관계를 설명해야한다. 등기사항증명서와 토지대장, 건축물대장 등을 통해 확인가능한 정보 외에도 임대인이 제출하거나 열람 동의한 확정일자 부여현황, 국세와 지방세 체납정보, 전입세대 확인서를 확인하고 임차인에게 보증금 선순위 관리관계를 고지하도록 했다.
이 같은 개정 내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공인중개사가 확인·설명한 내용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명기하고, 공인중개사·임대인·임차인이 같이 확인하고 서명하도록 했다.
또 임차인은 중개사무소 직원으로부터 현장안내를 받을 시 안내자가 공인중개사인지 중개보조원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된다. 중개보조원이 현장안내를 할 경우 중개의뢰인에게 본인이 중개보조원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공인중개사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중개보조원의 신분 고지 여부를 표기해야한다. 이는 중개보조원이면서 중개사인 것처럼 속여 불법중개 행위를 하는 걸 막는 조치다.
또 임차인은 임대차 주택의 관리비 금액과 비목, 부과 방식에 대한 설명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으로부터 확인한 관리비 총액과 관리비에 포함된 비목 등을 임차인에 설명하고 계약서 뿐 아니라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명기하게 된다. 이는 최근 5%로 제한된 임대료 상한제로 인해 일부 임차인이 올리지 못한 보증금 대신 관리비에서 이를 충당하는 방식이 적발되며 취해진 조치라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공인중개사가 임차인에게 임대차 관련 주요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안전한 임대차 계약 체결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인중개사의 책임과 의무는 강화됐으나 실질적으로 임대인의 세금체납여부를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임대인 또한 정보제공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공인중개사는 전세사기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되는 세금 체납 여부에 대한 확인을 직접 세무서에 방문해 확인하도록 임차인에 설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현행법상 임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되는데 다만 국세와 지방세 체납정보에 대한 확인의 경우 임대인이 이를 제공할 의무가 없고 공인중개사도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임대인이 세금 체납 여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시 공인중개사는 임차인에게 직접 세무서에 찾아가 ‘열람’하라 설명할 수 있다는 것 뿐인데 ‘열람’은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한계이기 때문에 세무서에 시간을 내 찾아간 임차인이 체납 여부에 대해 사진이나 서류로 증거를 남길 수 있는 방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임차인 또는 공인중개사가 한시적으로라도 임대인 세금 체납 여부에 대한 열람, 발급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마련되는 등 보다 실질적인 예방책이 고민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가구 주택의 경우 선순위 세입자 보증금과 최우선 변제금 파악도 공인중개사가 명확히 확인해 줄 권한이 없어 가장 늦게 계약한 임차인 세대는 피해 규모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임차인들이 보다 안전한 임대차 계약이 가능하도록 돕기 위한 개정안인데 정작 임차인과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에게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 오히려 분쟁 발생 시 임차인에게 책임이 전가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며 “일례로 임차인이 계약 후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음을 알게 됐을 때 임대인은 ‘세금 체납 여부에 대한 제공 의무가 없다’, 공인중개사는 ‘설명했다’로 주장하게 임차인 책임이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