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부터 리튬전지 잠수함용 전원공급체계까지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최근 조선사는 방위산업 확대에 힘쓰고 있다. 특히 가스선 수주에 비해 부가가치가 큰 잠수함 사업은 앞으로 10년간 시장 규모가 약 32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조선사는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함정 방산업체로 등록된 회사는 총 5개사다. 잠수함 부문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2개사다. 호위함급 이상은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HJ중공업, SK오션플랜트 등 4개사로 그 외 소형함 및 지원함 등은 강남조선소를 포함한 5개 사가 각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함정 방산업체 중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호위함급 이상 수상함과 잠수함을 연구개발한 실적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1975년 우리나라 최초의 전투함인 울산급 호위함 선도함을 연구개발하면서 방위산업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100여척에 달하는 국내외 함정을 건조했고 14척의 함정 수출 실적을 기반으로 해외 방산시장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2025년 필리핀 해군에 인도될 예정인 3,200톤급 초계함 2척 건조에 착수하기도 했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정조대왕함. ⓒHD현대중공업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정조대왕함. ⓒHD현대중공업

◆'신의 방패' 정조대왕함 강하고 날렵…탄도탄 탐지부터 요격까지

어떤 창도 막아내는 방패 ‘이지스(Aegis)’. 이지스는 그리스 신화 속 제우스가 그의 딸인 전쟁의 신 아테나에게 준 방패 아이기스(Aegis)에서 유래된 말로 ‘신의 방패’라는 뜻이 있다. 

기습적인 공습으로부터 항공모함을 지키기 위해 탄생한 이지스함은 탄도미사일 방어부터 대공전, 대잠전, 대지상전 등 함정이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전투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던 1994년 국내 도입이 결정됐다. 우리 군의 장거리 감시 능력과 대탄도탄 방어능력을 보강해 북한의 탄도탄 위협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2004년 세종대왕함, 2008년 서애류성룡함 등 이지스구축함 배치-I 3대가 우선 도입됐다. 당시 7,000톤급 이상의 이지스구축함은 미국과 일본만이 운용하고 있던 터라 한국의 도입 결정은 상당히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이제 우리나라는 이지스구축함 배치-II의 실전 투입을 앞둔 상황이다.

▲정조대왕함 선상. ⓒHD현대중공업
▲정조대왕함 선상. ⓒHD현대중공업

이런 가운데 50여년의 역량을 기반으로 HD현대중공업이 만든 ‘신의 방패’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20일 울산에 있는 HD현대중공업 특수선 사업장에서 본 이지스구축함 배치-II 1번함 정조대왕함은 마치 매끈한 철갑, 커다랗고 강인한 방패의 모습이었다. 길이 170m, 폭 21m으로 세종대왕함, 서애류성룡함보다 약 600톤 늘어난 약 8,200톤급 규모였음에도 외부 돌출이 없어 그런지 날렵한 느낌이 있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전의 양상이 바뀌면서 무장이 안쪽으로 들어오게 됐고 스텔스 기능을 높이다 보니 외부적인 요소들을 최대한 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500개의 격실과 60개의 통로로 이뤄진 정조대왕함 내부는 그야말로 ‘미로’ 그 자체였다. 비좁고 가파른 경사의 계단을 오르며 지금 있는 곳이 상선이 아닌 군함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조대왕함은 지난 2019년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후 2021년 착공식과 기공식을 거쳐 지난해 7월 진수됐으며 현재 시험평가를 진행 중이다. 시험평가를 마치게 되면 내년 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정조대왕함은 국내 기술로 개발된 ‘통합소나체계’를 통해 기존의 고주파 기반의 소나체계에 비해 탐지거리를 크게 늘렸다. 또한 기존 가스터빈 엔진 4대에 추가적으로 하이브리드 전기 추진체계(HED) 2대를 탑재해 일반 항해 시에는 연료를 절감하는 등 경제적인 기동을 하게 됐다. 

또한 한국 최초로 해상에서 적의 탄도탄을 탐지, 추적, 요격까지 할 수 있는 ‘해상기반 기동형 3축 체계의 핵심 전력’ 역량을 갖췄다. 탄도탄 요격미사일은 ‘SM-3’, ‘SM-6’ 두 가지 버전을 다 운영할 수 있다. 정조대왕함에는 ‘SM-6’ 탑재가 결정된 상태다. 

SPY-1D 위상 배열레이더와 이지스전투체계 베이스라인(Baseline) 9.0을 기반으로 가장 최신형 이지스전투체계로 무장한 정조대왕함은 지상으로부터 7~12km의 높이에서 탄도미사일의 탄도까지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아울러 정조대왕함에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함대지유도탄과 성능이 향상된 신형 해상유도무기, 한국형수직발사체계(KVLS)-II 등이 최초로 탑재돼 대지공격능력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대함 및 대공 대응능력을 향상했다.

◆국내 최초 리튬전지 이용한 잠수함용 전원공급체계 구축

이날 이지스구축함 외에도 HD현대중공업에서 추진 중인 함정분야 사업 추진현황을 볼 수 있었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국내 최초로 리튬전지(리튬이온폴리머)를 이용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잠수함용 전원공급체계 구축에 성공했다. 

잠수함은 잠항하는 순간부터 외부 공기와 차단돼 엔진 가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중 항해를 위해서는 축전지(배터리)와 같은 전기에너지 저장장치를 활용해 전력을 공급받아야 한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기존에 주로 사용되던 납축 배터리보다 에너지 저장량이 좋고 경량화가 가능한 리튬 전지를 잠수함 전원공급체계에 적용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리튬 전지 전력공급체계 적용을 통해 잠수함의 중요한 성능 중 하나인 잠항 지속시간을 1.5배 이상 늘렸고, 수중 최대속력 지속시간은 3배 이상 향상하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은 잠수함 전력공급 기술 고도화를 가져온 리튬전지 적용과 실증 경험을 토대로 세계 각국의 잠수함 수요에 대비한 수출형 잠수함 핵심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정조대왕함 충남함. ⓒHD현대중공업
▲정조대왕함 충남함. ⓒHD현대중공업

◆K-방산 세계화 가기 위한 과제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7,000톤급 이지스구축함 건조 기술을 보유하게 된 우리나라. 그러나 방산 시장 확대를 위해 남아있는 과제는 아직 많다. 

방산에서 결정적인 변수로는 연구개발부터 함정 수출까지 이뤄지는 ‘소요’, 상용기술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군 요구사항을 충족해야 하는 ‘기술력’, 무기체계의 적기 납품과 방산 생태계를 좌우하는 정부의 ‘제도’가 있다. 

업계에서는 K-방산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산업적 관점에서의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조선사 역량을 발판으로 함정산업이 유지돼 왔지만 함정에 특화된 제도가 미정립된 점, 현재 조선업황 전반으로 인력이 줄고 있어 구조적인 한계상황에 치닫고 있는 점 등이 방산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력난으로 인건비가 상승하고 있고 국제 원자재 가격 영향과 인공지능(AI) 무인 체계로 넘어가면서 연구개발비 수요가 증가하다보니 구축함과 잠수함의 건조비는 폭등하고 있다. 건조비는 늘어도 조선소에 남는 이윤은 20%에 불과하고 설계도를 완성해도 방사청으로 납품하다 보니 재생산도 제한돼 지속적인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 K-방산 세계화를 위해서는 제도 개편과 조선업계에서 기술 발전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근 산업 트렌드인 전동화·자동화·무인화에 맞춰 미래형 무기체계인 유무인복합체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미래형 함정은 선체, 추진체계, 무장 및 센서체계, 스텔스 및 방호체계 등에서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복합무기체계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과 전문성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해군의 해양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사업을 위한 교육 훈련과 전투체계 구축 방안 논의도 필요하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0월 KAI, LIG넥스원과 ‘미래형·수출형 함정 개발을 위한 교육훈련 체계 및 전투체계 분야 상호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를 통해 향후 국내외 수상함, 잠수함 교육훈련체계,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분야 사업을 포함해 미래형·수출형 함정 개발 분야 관련 교류도 확대할 방침이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본부장은 “미래 전장 환경에 부응하기 위한 핵심 기술개발을 선도하는 동시에 미래형·수출형 함정개발을 통한 방산 수출을 지속 확대해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라며 “특수선 사업을 이끌며 가장 뿌듯한 순간이 ‘세계 1등 조선소가 만들면 함정도 남다르다’는 말을 들을 때인데 앞으로도 글로벌 함정시장에서 HD현대중공업의 명성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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