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수 교수 '국내 인터넷망 무임승차 방지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문재호 기자
▲신민수 교수 '국내 인터넷망 무임승차 방지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문재호 기자

제도 부재 속 입장차 커져…입법 논의 중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망 이용대가 관련 제도 부재 시 우리나라에서도 도이치텔레콤(DT)·메타(옛 페이스북) 사례와 같은 글로벌 ‘콘텐츠 제공업체(CP)’의 인터넷망 무임승차 재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통신자사업연합회(KTOA) 주재로 20일 열린 제6회 통신 산업·서비스 스터디데이에서 신민수 한양대 교수가 ‘국내 인터넷망 무임승차 방지 필요성’를 주제 발표를 통해 “메타가 DT에 망 이용대가 40% 할인을 요구했으나, DT가 거부하자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독일 인터넷망에 무임승차 한 적이 있다”며 이 같이 지적했다. 

지난달 20일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빅테크 기업에 ‘데이터 전송량(트래픽)’ 이용에 상응하는 비용을 요구하는 정책을 추진할 확률이 높아짐에 따라,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가 향후 국내 통신사(ISP)에 망 이용료를 지불하게 될지 이목이 쏠린다.

앞서 미국 연방 항소법원은 지난달 2일 망 중립성 규제를 무효로 하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소재 제6순회 항소법원이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 원칙을 복원할 권한이 없다고 판결한 것이다. 망 중립성이란 통신사가 CP로부터 추가 요금을 받지 않고, 데이터 트래픽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인터넷망을 제공하는 통신사가 특정 콘텐츠나 서비스에 대해 차별 없이 동일한 속도와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미국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도입과 폐지가 반복됐었다.

2000년대 후반 오바마 행정부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2017년 말 망 중립성 원칙을 폐지했고, 바이든 행정부가 2021년 복원을 추진했으나 최근 법원 판결로 무효화됐다. 이로 인해 망 중립성을 지지하는 글로벌 CP 기업들 특히 구글과 넷플릭스는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졌다.

글로벌 CP, 추가 비용 요구 ‘부당’…통신사와 입장차

망 중립성 원칙은 망 사용료(망 이용 대가)와 직결된다. 글로벌 CP들은 이 원칙을 근거로 SK텔레콤의 유선 통신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이하 SKB)와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사(ISP)에 망 사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SKB가 지난 2019년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리스와 망 사용료 협상을 중재해 달라는 재정신청을 낸 뒤 양측간 소송전이 벌어졌었다.

망 사용료는 크게 접속료와 전송료로 나뉘는데, 글로벌 CP들은 미국 내 통신사에 접속료를 지급하고 있으므로, 추가적인 전송료를 국내 통신사에 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지난해 11월 국정감사에서 망 이용료 지불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에 “망 접속 시 접속료를 내고 있지만, 망 중립성에 따라 비용을 내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구글이 한국에서 해저케이블을 통해 미국 소재 서버에 접속을 하고 난 뒤 그 데이터를 한국에 들여오기 때문에 미국에 접속료를 내고 있지만, 망 중립성 원칙에 따라 한국에는 전송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이다.

즉, CP가 접속료를 이미 지불한 가운데 데이터 전송량이 많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통신사가 CP에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것은 망 중립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통신사들은 망 중립성과 망 사용료는 별개 문제라고 반박한다.

CP가 국내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CP는 ▲미국 통신사를 거쳐 국내로 ▲CP 자체 전송망 ▲국내 서버(캐시서버)를 활용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데이터를 전송한다. 특히 구글은 국내에 캐시서버를 두고 국내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이는 미국 통신망을 경유하는 방식과 다르기 때문에 망 중립성 적용 대상이 아니다는 것이 통신사 주장이다.

국내 통신사들은 해외에서 국내로 직접 유입되는 데이터는 망 중립성 원칙이 적용될 수 있지만, 국내 캐시서버에서 국내망을 통해 전송되는 콘텐츠는 통신사의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구조이므로 별도의 사용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연방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글로벌 CP들은 망 중립성 근거에 따른 망 사용료 지급 거부의 명분이 없어졌다. 이에 더해 지난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수장으로 "빅테크의 망 무임승차를 끝내겠다"고 공언한 브랜든 카가 임명됐기에 구글, 넷플릭스, 메타 등 빅테크 기업의 ‘인터넷 망 무임승차’가 끝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내에서 글로벌 CP가 차지하는 트래픽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망 무임승차 방지를 위한 입법 논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사업자의 일 평균 국내 트래픽 비중은 구글(유튜브)이 30.5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넷플릭스가 6.94%로 2위 였고 메타는 5.06%로 뒤를 이었다. 이들 글로벌 CP 3사의 우리나라 데이터 전송량 점유율은 전체의 42.6%를 차지했다. 이는 2020년 33.9%, 2021년 37.8%, 2022년 38.4%에 이은 매년 증가세다.

구글의 경우 국내 데이터 전송량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 인터넷망에 무임승차 중이라 문제가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메타, 디즈니, 네이버, 카카오 등 거의 모든 국내외 CP는 국내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며 “구글은 미국과 프랑스 등 해외에선 현지 ISP와 망 이용계약을 체결해 관련 대가를 지불하고 있지만 한국에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항 때문에 미국에서는 가능한 규제가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빅테크 기업에 망 이용료 지급을 의무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할 경우, 미국 기업에 불리한 차별로 간주돼 FTA 협정 위반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며 "이 문제가 결국 통상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다른 나라와 차별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언급한 바가 있을 뿐, 망 이용 대가를 내지 못한다고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는 우리나라도 구글에 망 이용계약을 강제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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