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대리점ⓒ문재호 기자
▲이동통신 대리점ⓒ문재호 기자

 

RM 도매대가 인하, 업계와 ‘괴리’…부담 가중될 듯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정부의 알뜰폰 경쟁력 강화 방안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 정책이 알뜰폰 업계가 주력하는 수익배분(RS) 방식이 아닌 종량제(RM) 방식 도매대가(알뜰폰업계가 통신사에게 지불하는 망 사용료)만 인하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월말 도매대가 사전 규제가 사후 규제로 바뀔 경우 알뜰폰 업체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5일 알뜰폰 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매제공의무사업자(SK텔레콤)의 데이터 도매대가를 1 메가바이트(MB)당 1.29원에서 0.62원으로 최대 52% 인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매제공 대가 산정에 제공비용 기반 방식을 도입해 RM 데이터 도매대가도 현재 메가바이트당 1.29원에서 0.82원으로 최대 36% 인하된다.

이는 최근 10년간 가장 큰 폭의 데이터 도매대가 인하 수준이다. 정액제 도매대가는 알뜰폰 업체가 통신사와 동일한 요금제 구성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되, 보다 저렴한 가격에 재판매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요금의 일정 비율이 도매대가로 책정된다. 반면 RM 도매대가는 알뜰폰 업체가 자체적으로 요금제를 설계, 가입자의 실제 사용량을 기준으로 도매대가를 사후 정산한다. 정액제 방식은 계약 당시 확정된 도매대가만 지불하면 되지만 RM 방식은 가입자의 데이터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이동통신사에 지급해야 하는 비용도 증가한다.

다만 알뜰폰 업계는 정부의 업계 경쟁력 강화 방안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정부의 요금 인하가 사업자 대다수의 주력 상품인 RS 방식이 아닌 RM 방식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업체의 약 80%가 RS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RM 요금제 도매단가 인하는 알뜰폰 사업자 입장에서 주로 저가 중심 자체설계 요금제에 유의미할 수 있으나, 알뜰폰 요금제가 대다수 RS 방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다수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기존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알뜰폰 사업자가 사용할 데이터를 대량으로 선구매 시 할인받았던 도매대가 25% 추가 할인 정책도 1년에 5만 테라바이트(TB) 이상 구매할 시에만 할인되는 것으로 조건이 바뀌었다. 다만 이 정도 규모 데이터를 금액으로 환산한 비용을 지불할 사업자가 있을 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5만 TB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300~350억원 규모인데, 이 금액은 알뜰폰 1위 사업자인 KT엠모바일도 내기 어려운 수준일 것”이라며 “과기정통부가 기존 월 단위 구매에서 연 단위 구매로 변경해 달라는 알뜰폰 업계 목소리를 반영한 것은 좋으나 ‘1년에 최소 5만TB 이상’으로 조건을 단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오는 3월 말로 일몰 되는 도매대가 사전규제도 알뜰폰 업계에는 부담이다. 도매대가 사전규제가 사후규제로 전환되면 정부가 더 이상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도매대가 협상에 나서지 않고 업체별로 도매제공의무사업자와 협상에 나서야 한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도매대가를 낮추도록 하는 사전규제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업계와 동떨어진 RS 도매대가 인하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사전규제에서 사후규제로 바뀌는 도매대가 또한 을의 입장인 알뜰폰 업계가 협상력을 갖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