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한화·교보생명, 1년 계약유지율 90%대 근접
건강보험 영업 확대…종신보험, 금리변화에 ‘민감’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생명보험사들의 13회차 계약유지율이 소폭 상승했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건강보험 상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결과에 따라 유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적인 예로 종신보험은 가입 기간이 길고 납입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많다. 또 사망 시에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선 가입 필요성이 현저히 낮을 수밖에 없는 상품이다. 건강보험 출시와 고객 수요가 맞아 떨어지면서 유지율 상승을 이끌어낸 것이다.
특히 생보사 입장에서도 IFRS17 시행으로 보험계약마진(CSM) 기반의 수익인식 구조가 도입돼 종신보험보다 건강보험 중심으로 영업력을 확대할 수밖에 없기에 상품 포트폴리오 재편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CSM은 보험계약을 통해 발생할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수치로, 보험사들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1년간 생보사 22곳의 13회차 계약유지율은 평균 85.50%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81.13% 대비 4%포인트 넘게 상승한 수치다. 13회차 유지율이 85%라는 것은 보험계약 10건 중 8.5건 정도가 1년 이후에도 유지된다는 의미다. 즉, 매달 보험료 납부가 13회 이상 이뤄진 계약 비중이다.
이 중 KDB생명(91.40%), IM라이프(91.01%) 등은 13회차 유지율이 90%대를 넘기기도 했다. 생보사 빅3 한화생명(89.79%), 교보생명(88.72%), 삼성생명(88.10%) 모두 13회차 유지율이 90%에 가까웠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13회차 유지율이 전년 동기 대비 2.30%포인트, 6.18%포인트 상승한 가운데 교보생명은 전년 동기(64.35%) 대비 24.37%포인트 급증했다. 22곳 생보사의 평균 증감률은 4.38%였다.
◆ 계약유지율 상승…“고객 수요 상품 재편”
생보사가 판매하는 주력 상품은 종신·변액보험이다. 종신보험은 사망 시에 보험금이 지급된다. 월납 보험료가 많고 납입기간이 길다. 변액보험은 보험료의 일부를 투자해 얻는 수익을 해지환급금이나 보험금으로 받는 상품인데, 고객의 투자 성향 파악 및 상품의 운용 구조가 복잡하다. 상대적으로 고객의 가입 수요를 이끌어 내기 어려운 상품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 보험사 입장에서 보면 IFRS17 도입 후 CSM 관리를 위해 종신보험보다 건강보험 중심의 영업 확대에 나선 결과로써 유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지율은 CSM 규모 산정 시 영향을 미치는 주요 가정으로, 일반적으로 유지율이 하락하면 CSM 규모가 감소한다. CSM 관리를 위해서는 유지율 개선이 필요한 것이다.
금리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종신보험은 사망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 기능이 있을 뿐 아니라 만기 후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저축성 보험의 성격도 있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일반적인 보장성 보험보다는 금리 하락에 대한 민감도가 크다. 금리가 낮아지면 미래에 지급해야 할 환급금의 현재 가치가 더 높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보유한 부채의 평가액도 커지기 때문에 마진이 감소한다. 종신보험의 영업 비중을 낮추는 전략을 펼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삼성생명의 올해 2분기 건강보험 CSM은 8,94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7,650억원)보다 1,290억원 늘어난 액수다. 반면 같은 기간 종신보험 CSM은 8,720억원에서 6,350억원으로 2,370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 역시 건강보험 CSM은 6,960억원으로 1년 전(4,880억원)에 비해 208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종신보험은 5,340억원에서 2,360억원으로 큰 폭의 감소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13회차 유지율 늘어난 것은 생보사의 상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고객 수요와 맞아 떨어졌고, IFRS17 도입 후 건강보험 중심으로 영업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었기에 유지율이 상승세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