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상반기, 삼성화재·현대해상 등 장기보험 손익 3.3조
IFRS17 시행 후 ‘실적 부풀리기’ 논란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주요 손해보험사가 올해 상반기 장기보장성 상품에서 호실적을 거두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해 3분기 역시 역대급 순이익을 낼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새 회계기준(IFRS17)이 시행된 이후 장기보장성 상품을 중심으로 한 실적 부풀리기 의혹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4개 손보사가 장기보험에서 거둔 손익은 총 3조3,49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8% 늘었다.
손보사별로 보면 삼성화재의 장기보험 손익이 9,048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5.3%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메리츠화재 역시 8,688억원으로, DB손보 8,416억원으로 각각 21.0%와 19.8%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현대해상의 장기보험 손익도 7,338억원으로 227.6% 급증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올해 3분기 손보사들의 순이익이 고공행진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발표한 주요 손보사들의 순이익은 10% 이상 증가세를 나타냈다.
◆ 삼성화재·현대해상, 3분기 순이익 ‘역대급’ 전망
가장 많은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 곳은 삼성화재다. 삼성화재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전망치는 1조7,5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다. 올해 들어 삼성화재는 GA(general agency) 영업채널을 중심으로 건강보험 등 장기보장성 보험 영업력을 강화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해상은 올해 3분기 1조 클럽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1조1,114억원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 증가율은 41.3%다. DB손보도 호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DB손보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전망치는 1조5,716억원으로, 1년 전보다 23% 증가했다.
◆ 역대급 순이익, 효자상품 ‘장기보장성’
손보사들의 역대급 실적엔 장기보장성 상품 판매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장기보장성 보험은 가입 기간이 비교적 긴 상품으로 질병보험과 상해보험, 운전자보험, 어린이보험 등이 대표적이다. 손보사 입장에선 장기상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영업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순하게 접근하면 보장기간이 짧거나 매년 갱신하는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보다 수입보험료를 높게 구성할 수 있어 수익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 새롭게 적용된 IFRS17 회계제도 역시 손보사들 순이익 증가를 견인했다. IFRS17 회계제도는 보험사의 수익을 보험료가 들어온 시점이 아닌 계약 기간에 걸쳐 나눠 인식하도록 한다. 기본 원칙만 제시하고 보험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은 부채 항목에 CSM을 쌓고 이를 매년 일정 비율로 이익으로 반영한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약을 통해 미래에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을 현재 가치로 추산한 값이다.
보험기간이 긴 장기보장성 보험은 CSM을 늘리는 데 최적화된 상품이다. 회계 상 CSM은 부채로 인식했다가 계약 기간이 지날수록 일정 비율을 상각해 보험수익으로 반영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IFRS17이 시행된 이후 (보험사들이) 지나치게 자의적인 가정을 적용해 미래에 생길 이익을 끌어 쓰는 행태를 보이는 측면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며 “CSM을 산정할 때 산정하는 미래 이익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정해 당장의 이익을 확대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