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욱 KT스튜디오지니대표(가운데)가 지난 4월 16일 서울시 강남구 안다즈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토크 간담회에서 지적재산권 가치 성장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T
▲정근욱 KT스튜디오지니대표(가운데)가 지난 4월 16일 서울시 강남구 안다즈 호텔에서 열린 미디어토크 간담회에서 지적재산권 가치 성장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T

스튜디오지니로 배급 확대 추진…정근욱 역할 ‘눈길’

CJ·롯데 등 이어 대기업 4번째 자리매김 주목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KT가 자회사를 통해 영화 배급 사업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KT스튜디오지니가 그 주인공으로 주로 드라마 및 예능 제작, 스카이라이프TV와 인터넷(IP) TV인 지니TV를 통해 이를 공급하고 있는 만큼 ‘배급’ 사업 진행 시 콘텐츠 가치사슬(밸류체인) 수직 계열화가 점쳐진다. KT는 이를 기반으로 콘텐츠 시장을 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KT가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를 통해 영화 배급 사업 강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KT는 지난해 12월 콘텐츠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 대표에 정근욱 메리크리스마스 부사장을 선임했다. 정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국 워싱턴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2006년 마이크로소프트 상무, 2017년 쇼박스 운영본부장(상무)을 거쳤다. 2018년부터 메리크리스마스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메리크리스마스는 영화를 중심으로 드라마와 웹 콘텐츠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제작, 투자 및 배급을 진행하는 기업으로 '승리호'와 '연애혁명' 등을 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근욱 대표가 가장 잘했던 게 영화 사업이기 때문에 KT스튜디오지니에서의 영화 배급 사업 강화가 예상된다”며 “이 회사가 영화에 대한 판권을 갖게 될 경우 IPTV인 지니 TV 등 콘텐츠 공급에 있어 이점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의 영화 배급 사업은 역사가 꽤 길다. 지난 2005년 싸이더스(옛 싸이더스FNH) 지분 51%를 280억원에 인수하며 영화 배급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콘텐츠 사업 강화 명목으로 지분을 72.43%까지 늘렸으나, 2014년 이한대 전 싸이더스FNH 사장에게 지분 전량을 100억원에 매각한 이후 사업을 축소한 바 있다. 이후 KT는 자회사 KT알파(옛 KTH)를 통해 2010년대 초반 애니메이션 공동제작에 힘을 기울였고, 2010년대 후반부터 웹드라마와 웹영화 배급에 나서기 시작했다. KT는 2021년 콘텐츠 투자 및 기획, 제작, 유통을 아우르는 콘텐츠 전문기업 'KT 스튜디오지니'를 설립했고, 2024년 10월 KT알파의 콘텐츠사업본부를 KT스튜디오지니에 양도해 콘텐츠 사업 수직계열화를 추진 중이다.

KT의 영화 배급 사업이 국내 대기업들 가운데 네 번째 성공 사례로 꼽힐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CJ그룹은 지난 1995년 CJ ENM, 오리온그룹은 2002년 쇼박스, 롯데그룹은 2003년 롯데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영화 배급업에 진출한 바 있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1997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을 계기로 영화제작·배급, 음반, 캐릭터, 비디오 유통, 케이블TV 운영 등에 투자를 확대해 종합 영상·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의 도약을 본격 선언했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 멀티미디어 사업본부인 `CJ 엔터테인먼트(CJ ENM 전신)'는 음반사업, 비디오 배급, 캐릭터 사업, 케이블TV 운영 등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오리온그룹은 2002년 영화제작 및 배급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쇼박스’를 설립했고, 과거 극장 운영에 집중해 왔던 롯데시네마는 2003년 영화배급ㆍ투자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중앙일보 계열 콘텐트리중앙은 2018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이하 플러스엠)를 통해 영화 배급업에 진출한 바 있다. CJ와 롯데, 오리온이 20년 전 배급 사업에 뛰어든 것과 달리, 콘텐트리중앙이 2018년 영화 배급 사업을 전개해 자리 잡은 것을 고려하면 KT의 배급 사업도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더딘 영화 시장 회복은 ‘숙제’…KT, “확인된 바 없어”

다만 영화관 사업이 아직 회복되지 않은 만큼 KT의 배급 사업 진행이 이익을 얻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한국 영화관 총 관객 수는 1억2,313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억2,668만명의 약 54%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영화 관객수는 2024년 7,147만명으로 2023년보다 17.6% 늘었다.

시장 위축으로 영화 투자 수익률도 낮아졌다. 우리나라에서 수익률을 집계하는 상업영화는 순제작비(총제작비에서 마케팅비 등을 제외한 제작비) 30억원 이상인 경우에 해당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극장이 문을 닫았던 2020년 한국 상업영화 평균수익률은 –30.3%까지 떨어졌고, 2024년 두 편의 천만 관객 영화에 따른 회복에도 불구 평균수익률은 –16.4%에 그쳤다.

정근욱 KT스튜디오지니 대표는 지난 4월 서울시 강남구 안다즈 서울 강남 호텔에서 열린 'KT그룹 미디어토크' 기자간담회에서 드라마 '신병' 시리즈를 영화로 제작해 시청자들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영화 시장 침체가 구조적 문제인지, 콘텐츠 수요 공급의 불균형 문제인지는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KT는 영화 시장에 개선 여지가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 대표의 영입은 KT가 예능과 드라마 제작 및 편성 뿐만 아니라 배급에 대한 역량을 키우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승엽 국립부경대 정보융합대학 교수는 “KT는 롯데컬처웍스나 CJ 엔터테인먼트(CJ ENM)처럼 극장이 없는 상황이나 영화 배급을 확대 전개하면 글로벌 OTT에 2차 판권(부가 판권)을 통한 매출 발생과 해외 진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KT가 주요 영화 투자 배급사 역할을 맡고 2차 투자사들을 모으면 투자 실패 위험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영화 배급 사업이 부진하더라도 KT스튜디오지니는 최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활로를 찾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자회사의 영화 배급 사업 진출 여부는 확인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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