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IP) TV의 성장세가 주춤하다. 인터넷 속도의 비약적인 발전을 발판으로 2008년 등장한 IPTV는 한동안 빠르게 성장했지만,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급부상으로 최근에는 가입자 증가율이 0%대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IPTV 서비스를 운영 중인 국내 이동통신3(SK텔레콤·KT·LG유플러스)사는 고객 이탈을 방지하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해법을 모색 중이다. AI 기반 기술과 광고 기반 스트리밍 TV(FAST) 채널 도입 등을 통해 IPTV 서비스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자회사를 활용해 자체 콘텐츠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채널 운영부터 콘텐츠 제작·유통까지 사업 전반을 새롭게 재정비하며, IPTV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이통3사의 미디어 전략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KT는 미디어 사업 전략을 전면 수정하며 인공지능(AI)과 ‘숏폼’ 콘텐츠에 집중하는 새로운 방향을 설정했다. 인터넷(IP) TV와 유료방송 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도 KT는 그룹 차원에서 내년까지 약 5,000억원을 투자해 미디어 사업을 통신, AI와 함께 3대 핵심 사업으로 삼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대대적인 구조 개편과 외부 전문가 영입도 단행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해 11월 조직 개편을 통해 미디어 사업을 ‘부문’급으로 승격하고, AI 분야 전문가 김채희 전무를 미디어 수장으로 선임했다. 그는 콘텐츠보다는 기술 중심의 이력을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AI 기반 미디어 전략이 본격화했다. 2024년 12월에는 4년간 KT스튜디오지니를 이끌었던 김철연 대표가 퇴임하고, 정근욱 메리크리스마스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지난 3월에는 KT 미디어부문 미디어전략본부장(상무)으로 신종수 전 CJ ENM 라이프스타일본부장을 선임하며 미디어 사업 진용을 새로 꾸렸다.
KT는 AI 셋톱박스를 시작으로 오픈AI 챗GPT 기반 AI 개인비서(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IPTV 및 유료방송 상품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 AI는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 추천은 물론 홈쇼핑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이 기대된다.
콘텐츠 전략 역시 변화했다. 기존에는 KT스튜디오지니가 드라마를 제작하고 ENA 채널과 지니TV에서 독점 공개하는 구조였지만, 이제는 넷플릭스, 티빙 등 외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외부 유통을 확대한다. 또한 드라마 중심에서 벗어나, 모바일 시청 트렌드에 맞춰 숏폼 콘텐츠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5초에서 3분 길이의 짧은 영상인 ‘숏폼’ 영상은 제작 비용과 기간이 적게 드는 대신 효율성과 창의성이 요구된다. KT는 여기에 AI 기술을 접목해 콘텐츠를 다양하게 재구성하거나 지식재산권(IP)을 확장할 계획이다.
KT스튜디오지니는 드라마 편수를 축소하는 한편 제작비 절감을 위해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기존 14~16부작 드라마를 10부작으로 줄인 것을 비롯해 KT는 지난 3월 ‘AI 스튜디오랩’이라는 전담 조직도 신설했으며, KT 그룹의 역량을 결집해 해당 조직을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KT는 AI 솔루션 확보 및 제작 지원을 담당하고, KT ENA, KT스튜디오지니 등 그룹사는 AI 콘텐츠 기획, 제작, 유통을 수행한다.
◆ 제작 효율성 향상된 ‘AI 스튜디오랩’ 출범
KT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본사에서 'AI 스튜디오 랩' 시연회를 열고 숏폼 콘텐츠 제작 시간을 1,000분에서 100분으로 작업시간 90%를 절감했다고 강조했다.
AI 스튜디오 랩은 콘텐츠 투자 심사부터 기획, 제작, 편집, 마케팅, 유통까지 콘텐츠 가치사슬(밸류체인) 전 과정에 AI 기술을 도입해 효율성과 품질 향상을 꾀하고 있으며, 올해 내 구체적인 성과물들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KT는 콘텐츠 마케팅에 최적화된 네 가지 숏폼 콘텐츠 포맷(리뷰형·인물형·클립형·예고형)을 개발했고, 해당 포맷들을 KT그룹 전반에서 활용하고 있다. KT는 자사 숏폼 기술을 통해 영상의 길이, 개수, 제작 방향을 프롬프트 입력으로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최대 60분 분량의 원본 영상을 올리면, 각각 다른 구성과 길이의 숏폼이 최대 50개까지 수 분 내 자동 생성된다고 부연했다.
KT 숏폼 기술은 콘텐츠 제작의 자유도와 높은 퀄리티를 강점으로 한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프롬프트(입력값) 입력만으로 영상의 길이, 수량, 제작 방향 등을 자유자재로 설정할 수 있어 유연하고 효율적인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
아울러 KT는 ‘AI 편집 어시스턴트’, AI 간접광고(PPL)도 추진하고 있다. AI 기반으로 흡연, 선정성, 광고 포함 장면 등을 자동 제거하는 자체 심의 필터링 기능의 AI 편집 어시스턴트를 개발해 콘텐츠 유통 및 마케팅 고도화를 추진 중이다. 이에 더해 AI를 활용한 PPL 기술도 개발 중이다. 수작업 중심으로 이뤄지는 사후 PPL 제작의 완전 자동화로 가격 경쟁력과 제작 효율성을 높여 국내 PPL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KT는 해당 기술을 KT ENA, KT스튜디오지니 등 그룹사 안에 내재화한 다음 고도화를 거쳐 기업간거래(B2B)나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서비스로 확장할 계획이다.
KT는 콘텐츠 자체의 투자수익률(ROI)도 신경 쓰고 있다. 단순한 양산이 아닌, 멀티유즈 가능한 강력한 IP 확보를 목표로 시즌제 콘텐츠 제작 전략을 펼칠 예정이다. 기술과 기획의 균형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KT는 숏폼과 AI 중심 전략으로 미디어 사업의 손익 개선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황동현 한성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미디어 산업의 수익성은 넷플릭스가 대작 드라마를 흥행시켜도 주연 배우 출연료 등 비용을 제외한 순이익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과거보다 악화된 상태”라며 “KT가 AI를 활용하는 것은 반전을 위한 돌파구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황 교수는 “숏폼을 많이 소비하는 젊은 층을 타깃해 메타(옛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 시장에 뛰어든 만큼 KT도 이 시장에 승부를 걸어볼 만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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