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우리금융, 한국투자증권 전경. ⓒ각 사 

금융당국 ‘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 여부 결정 앞둬

우리금융, 자본 역량 갖췄으나 경영평가 하향 등 리스크 상존

한국금융지주, 인수 후보에 카디프 생명 유력…“여러 안 검토 중”

[SRT(에스알 타임스) 유안나 기자] 우리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가 보험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최근 금융지주사들이 보험사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와 순익 개선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사 인수합병(M&A) 과정이 순탄하지 않은 만큼 지주사 리스크 해소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작년 8월 중국 다자보험그룹이 소유한 동양생명 지분 75.34%와 ABL생명 지분 100%를 약 1조5,5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한국금융지주 역시 시장에 매물로 나온 중소형 보험사 인수를 검토 중이다. 최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보험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업계에선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 우리금융, ‘조건부 승인’ 받을까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 인수를 통해 그룹 수익 개선과 사업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우선 자본적정성과 투자 역량은 갖춰진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00% 수준으로, 금융당국이 권고치로 제시하는 130%보다 낮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금융지주회사의 자기자본 대비 자회사에 대한 출자총액을 나타내는 비율을 의미하며 낮을수록 출자 여력이 크다는 의미다. 더불어 건전성을 평가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작년 4분기 기준 12.13%로 금융당국의 권고기준(7%)을 넘어섰다. CET1 비율이 높을수록 건전성이 높음을 뜻한다.

하지만 리스크도 상존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문제와 경영실태평가 등급 하향 조정으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우리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한 단계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평가를 참고해 금융위원회는 우리금융 동양·ABL생명에 대한 자회사 편입 인가를 심사한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우리금융이 두 생보사를 인수하기 위해선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하는 만큼 걸림돌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3등급을 받아도 금융위 판단에 따라 ‘조건부 승인’이 나올 수도 있다. 금융위는 2004년 경영평가등급이 3등급이었던 우리금융에 조건부로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을 승인해 준 바 있다.

또 금융당국의 승인 여부에 눈길이 쏠린다. 차기 대선 날짜가 오는 6월 3일로 공식 확정된 가운데 업계에선 조기 대선 전 민감안 현안 중 하나인 우리금융의 보험 M&A 결정을 두고 금융당국이 부담을 느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기대선 실시에 따른 정권교체 가능성마저 커지면서 금융지주 인사의 지각변동 가능성도 변수 중 하나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월 19일 은행장 간담회 직후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 임기 채워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정치권의 이해 관계에 따라 연임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올해 8월 28일까지 동양·ABL생명 관련 인수거래를 마무리해야 한다.

동양·ABL생명보험의 건전성 문제도 부담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작년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킥스·K-ICS)은 155.5%로 전년 대비 37.9% 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ABL생명도 153.68%로 32.28% 포인트 하락했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겨우 넘어선 상황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최근에는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보험사 인수 관련)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보험 인수 여부에 집중된 현 상황과 관련해 "인수가 되더라도 시작이다. 이후 내부적으로 조직 융합 등 계열사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며 향후 상황에 대한 체계 필요성을 언급했다. 

◆ 한국금융지주, 포트폴리오 확대 추진

한국금융지주도 최근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이 보험사 인수에 대해 의지를 드러내며 보험사 인수가 공식화됐다. 김 회장은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지난달 28일 보험사 인수 관련 질문에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BNP파리바카디프(이하 카디프생명)가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한국금융지주가 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갖는 배경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꼽힌다. 매출이 핵심계열사인 한투에 90%로 쏠린 만큼 생보사 인수를 통해 수익성을 높여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차원에서 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여러 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금융지주 이중레버리지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28%로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다. 또한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5년 간 약 6조원에 달하는 매출과 비용을 부풀려 공시한 것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회계 심사에 착수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사례의 경우 오류 규모가 막대하고, 정정 대상 기간이 5년에 달해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심사 과정에서 중과실이 드러나면 조사 결과에 따라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

올해 초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전례가 있는 한국투자증권이 또 한 번 높은 수준의 제재를 받을 경우, 보험사 인수는 당분간 어려워질 수 있다. 실제 증권사나 은행 등 금융회사가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경우,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에 1년 간 진출할 수 없다.

이어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카디프생명은 적자가 이어진 만큼 기여도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9년(-58억원)에 이어 2020년(-56억원), 2021년(-48억원), 2022년(-257억원), 2023년(-208억원)으로 4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냈다. 작년 3분기 누적 당기순손실을 68억으로, 연간 실적도 적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일각에선 카디프생명의 적자로 인수 가격에선 매력적인 조건이라는 의견도 있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