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투증권, 최근 5년 매출 ‘6조’ 과대 계상
“내부통제 미흡, 처벌 필요”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한국투자증권(이하 한투증권)이 최근 5년 간 약 6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부풀리면서 금융당국이 회계 심사에 착수한 가운데 내부 징계절차와 제재 수위에 이목이 쏠린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밸류업 공시를 한투증권이 이행하지 않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데다 단순 공시 오류로 치부하고 있는 만큼 대외신인도 향상을 위한 관련자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매출과 비용을 6조원이나 부풀려 공시한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회계 심사에 착수했다.
회계 심사란 금감원이 회사를 대상으로 회계 처리 기준 위반 여부와 그 경위를 살피는 과정으로, 사안이 중대하면 감리로 전환된다.
한투증권은 매출과 비용이 함께 많이 계산된 터라 순이익엔 변동이 없어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치부했다. 하지만 시장 신뢰를 저버린 행위로 금융당국은 회계 처리 위반 규모와 비율, 고의성을 드려다 볼 계획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매출과 비용을 부풀린 게 어떤 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고의라면 감리로 전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 5년 간 매출 ‘뻥튀기’…“명백한 내부통제 부실”
한투증권은 직전 5년 간 매출을 과대 계상하고 이를 수정 공시했다. 연도별 매출의 감소 추이를 보면 ▲2019년 9조9,236억원→9조6,820억원 ▲2020년 15조2,000억원→14조5,600억원 ▲2021년 11조6,060억원→12조4,305억원 ▲2022년 20조8,065억원→21조6,689억원 ▲2023년 22조848억원→19조3,540억원이다.
한투증권이 입장이라고 내놓은 것은 리테일부서와 FX부서에서의 외환 거래 처리 과정에서 내부 거래를 감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출과 비용을 같은 크기로 계상하면서 순이익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도 견지 중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내부통제 부실이 수면위로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투증권이) 관리회계와 재무회계 파트가 한 부서로 구성돼 있는데 유기적인 업무 공조 없이 5년간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은 사례라고 봐야 한다”며 “관리회계 파트에서 케이스별로 기재한 거래내용과 재무회계가 큰 관점에서 본 거래내용을 일치시키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 거래에 국한하더라도 처음엔 규모 자체가 작아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거래 실적이 늘면서 이를 관리할 커트롤 타워가 존재하지 않아서 생긴 문제로도 보인다”고 부연했다.
회계 처리과정에서 발생주의 원칙에 따라 거래의 발생시점을 기준으로 거래액을 장부에 기록하는데, 관리와 재무 파트에서 명확한 의사결정을 통해 감수를 거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된 문제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 SC제일은행, CFO 제재 사례 주목
한투증권의 6조원에 달하는 매출 공시 오류는 금융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전례를 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0년 1,300억원대 순이익을 허위 공시한 SC제일은행 실무자였던 최고재무책임자(CFO)에게 징계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당시 SC제일은행은 2008년 4분기 순이익을 적자로 처리하고 이를 2009년 1분기 흑자로 반영해 세전으로 1,300억원(세후 987억원)의 순이익을 부정 회계 처리했다.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을 보면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 권고, 직무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순이다.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 연임과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투증권의 실적이 업계 1위인 점 등으로 밸류업 공시를 적극적으로 이행하면서 금융당국에 협조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하지만 지주 핑계를 대면서 대립하고 있는 것만 봐도 내부통제 등에 대한 부실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에 의한) 회계 심사가 감리 단계로 넘어가서 (분식회계 등의) 고의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부거래에 대한 회계처리 실수로 부풀리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부통제 부실”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