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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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ABL생명, 6,800억원 자본 확충 필요

“저가매수로 차익 발생…순익 반영”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동양·ABL생명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지난 2일 금융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을 하면서 이들 보험사의 자본건전성 개선을 위한 증자 계획에 대해 이목이 집중된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에 대해 경영실태평가를 3등급으로 하향하면서 난항을 겪었지만, 매 반기마다 자본관리 실태 등을 보고하는 조건을 달고 보험사 인수에 마침표를 찍었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금융 입장을 보면 자본비율이 낮아 자회사에 대한 대규모 자금 투입이 어렵다. 하지만 이번 인수합병 과정에서 대규모 염가매수(bargain purchase)차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돼 증자를 위한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염가매수차익은 인수 대상 기업의 총자본(순자산) 시장가격 보다 싼 가격에 인수할 경우 발생하는 이익을 말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증권사와 보험사를 모두 보유하게 됐다.

◆ 우리금융, 동양·ABL생명 합병…생보업계 5위 도약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한 후 합병 작업을 마무리할 경우 총자산 기준 생명보험 업계 5위권으로 도약하게 된다. 지난해 말 총자산을 보면 동양생명은 34조5,776억원, ABL생명은 18조8,144억원을 기록했다. 총자산 기준 빅3 생명보험사는 삼성생명(275조3,211억원), 교보생명(122조4,090억원), 한화생명(122조1,350억원) 등이다. 4위와 5위는 신한라이프(59조6,178억원)와 NH농협생명(53조2,536억원) 이다.

문제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자본건전성이다. 이번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가 건전성 개선 등의 조건부 승인인 만큼 유상증자 등의 대규모 자본투입이 필요한 실정이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지난해 각각 3,102억원과 1,04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1년 전 보다 각각 4.9%, 30.3% 증가했지만 재무건전성은 악화하고 있다.

동양생명의 작년 말 기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55.52%로 전년 보다 약 38%포인트 내려갔다. ABL생명도 같은 기간 17%포인트 내려간 111.84%(경과조치 전)를 기록했다. 지금껏 동양·ABL생명은 자본성증권을 통해 킥스비율을 방어했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10월 후순위채 3,000억원을, ABL생명은 작년 9월과 12월 2,000억원과 1,000억원에 이어 지난달 1,5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바 있다.

◆ 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염가매수차익 발생

금융당국이 자본성증권 발행이 아닌 근본적인 개선책을 요구하면서 증자 필요성은 커진 상태다. 우리금융의 현 상황을 보면 대규모 자금 투입은 부담이 크다. 올해 1분기 기준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42%를 기록했다. CET1은 금융지주의 자본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다. 금융지주의 자기자본(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로 나눠 산출한다.

단적으로 우리금융이 합병과정에서 동양·ABL생명의 통합법인에 자금을 투입할 경우 이 비율은 내려갈 수밖에 없다. 금융지주가 보통주자본의 일정규모 이상 보험사 지분을 소유하면, 해당 지분 금액에 위험가중치를 적용해 RWA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산식상 RWA가 커지기 때문에 비율 자체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금융은 이번 인수 과정에서 6,286억원 가량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사실상 싼 가격에 인수하기에 염가매수차익을 거두게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우리금융은 증자 여력이 충분해진다.

염가매수차익은 인수를 위해 지불한 가격이 대상 기업의 순자산 시장가격 보다 낮을 때 발생하는 회계적 이익이다. 이는 순이익에 반영된다. 재무제표 상 일부 자산과 부채가 원가로 평가돼 있기에 이를 시장가격으로 바꿀 경우 염가매수차익은 소폭 조정될 수 있다.

우리금융은 중국 다자보험그룹으로부터 동양생명 지분 75.34%를 1조2,840억원에, ABL생명 지분 100%를 2,654억원에 각각 인수한다. 반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금융이 인수하는 동양·ABL생명 지분의 순자산은 2조1,780억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우리금융이 두 보험사를 인수한 뒤 약 6,800억원의 자본을 확충해야 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염가매수차익이 6,000억원이라고 가정하면 우리금융은 800억원만 부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노조와의 위로금 및 고용승계 등에 대한 협상도 넘어야 할 산적한 현안”이라며 “동양·ABL생명 노조가 위로금 규모를 1,200% 정도로 요구한 상황 등을 감안하면 화학적 결합을 위한 경영진의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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