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외화차입 평잔 51.3조
환율 급등, 기업 자금수요 대응 차원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외화차입금이 51조원을 넘어섰다. 1년 전보다 1조9,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환율 급등으로 기업들의 자금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경기 부진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으로 통상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감안하면 위기대응 차원에서 외화차입 규모는 상당 기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21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결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외화차입금 평균 잔액은 51조3,02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49조4,349억원) 대비 3.7%(1조8,674억원) 증가한 액수다.
은행별 증가폭을 보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외화차입금 증가가 조사대상 은행 외화차입금 전체 증가세를 견인했다.
외화차입금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하나은행이었다. 지난해 말 하나은행의 외화차입금 평균 잔액은 10조5,102억원으로 전년 말(9조5,187억원)보다 10.4% 늘었다. 우리은행 역시 같은 기간 13조8,651억원에서 14조9,379억원으로 1년 새 7.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경우 외화차입금 평균 잔액이 9조4,162억원에서 9조5,237억원으로 1.1% 증가했다. 반면 국민은행은 16조6,348억원에서 16조3,305억원으로 1.8% 감소했다.
◆ 짙어진 관세전쟁 그늘…환율 급등 비상
은행들이 외화차입금을 중심으로 외화를 확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환율 급등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국내 기업의 외화자금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보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로 인해 올 한해 우리나라 수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올해 1분기 우리나라 수출액은 전년대비 감소세를 보이며 휘청거렸다. 수출국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미·중 수출 모두 줄었다. 국내 기업들은 무역수지 적자로 들어오는 달러는 줄어드는데, 해외투자로 빠져나가는 달러는 많아지는 상황이다. 기업들의 달러 수요가 늘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상호관세를 90일 연장했지만 대미 수출 품목 1위인 자동차를 대상으로 한 25%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이 이르면 4월부터 본격화될 수 있어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미중 양국이 경쟁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올 한해 수출액이 220억 달러 급감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있다.
환율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지난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도 높은 관세 정책 발표로 원·달러 환율은 올해 최고점인 1,484.1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조치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하면서 지난 16일에는 올해 최저점인 1,424.1원까지 내려앉았다.
이 같은 흐름에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달러를 확보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환율이 롤러코스터 흐름을 보이고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지금이 제일 저렴하다는 생각으로 달러를 미리 확보해놓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화차입금의 경우 대외충격이 발생하면 은행들이 차환 요구에 직면할 수 있어 ‘차환 리스크’에 노출된 자금으로 해석된다”며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찍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등 변동성이 커진 상황임을 감안하면, 기업들의 달러 수요가 계속 이어질 수 있고 은행 역시 (지속해서) 차입금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다만 정책금리와 시장금리 역시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이기에 과도한 차입금으로 부담하게 될 이자까지 고려해 중장기적인 자금운용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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