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RT(에스알 타임스) 전지선 기자] 이달 삼성SDI에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까지 연달아 대규모 유상증자 소식을 알리면서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두 기업은 공통적으로 '중장기적으로 회사 성장을 도모한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주주들은 '불확실한 미래를 어떻게 확신하냐'며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다만 두 기업이 '주주 달래기'로 자사주 매입 소식을 전하면서 주주 분위기도 미묘하게 달라지는 중이다.
25일 주주 토론방에 따르면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기업 미래 성장이)확실하지 않으면 누가 개인돈을 넣을 수 있을까? 그만큼 확실하다는 거지"라는 글이 올라왔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돈은 다른곳으로 빼돌리고 유증이라. 시대의 사기 기업"이라며 분노하던 분위기는 다소 차분해진 상태.
앞서 삼성SDI의 경우 지난 14일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하고 불과 5일 뒤에 최주선 삼성SDI 사장이 자사주 1,000주를 매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지난 23일 약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 이날 김동관 전략부문 대표이사(4,900주, 약 30억원)를 비롯해 ▲손재일 사업부문 대표이사(1,450주, 9억원) ▲안병철 전략부문 사장(1,350주, 8억원) 등 약 48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두 기업 모두 자사주 매입을 두고 "회사 미래 성장에 대한 확신에 따른 것"이라며 책임경영을 실천하겠다고 설명했다.
일부 주주들은 "유상증자 액수에 비해서 적은 액수"라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일단은 믿고 기다려보자"는 분위기가 퍼지는 중이다.
이동헌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발표에 대해 "단기 급학은 불가피하나 투자에 따른 실적 효과는 3~4년 뒤에 반영되니 중장기 성장 흐름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SDI-한화에어로, 유상증자 前상황은 반대?
먼저 삼성SDI의 경우 최근 3년 동안 주가가 약 76%가 하락한 상태였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부사장)은 지난 20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인내심을 갖고 응원해주시면 실적으로 보답하겠다"며 호소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삼성SDI 실적에 대해 ▲유럽 고객사의 재고 조정 지속 ▲소형전지 및 중대형전지 실적 부진 등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 확대 및 설비 투자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 및 북미 시장 확대 ▲차세대 배터리 연구개발(R&D) 투자 재무 건전성 강화 및 추가 차입 부담 완화 등을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1조2,462억원으로 전년 대비 42.5%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90.2% 증가한 1조7,24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K-방산 호황으로 향후 2년간 6조원대 영업이익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굳이' 유상증자라는 카드를 꺼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지난 21일 보고서에서 "향후 5년간 설비투자는 2025년 연결 영업이익 3조5000억원과 이후 꾸준한 이익에서 충분히 조달 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투자 당위성은 공감하지만 자금 조달 방식은 아쉽다"고 언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호주 방산 및 조선 시장 진출 ▲한화오션과의 시너지 및 방산 사업 확대 ▲재무 건전성 확보 및 차입 부담 완화 등을 (유상증자 결정)이유로 꼽았다.
한상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IR 담당 임원은 "재무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 업황이 그렇게 녹록지 않고, 오히려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선 이런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주주들께 양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신속하고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서 현 상황에 적극 대응하고 이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과 함께 K방산의 선두주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대한민국 방위 산업 발전에 기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주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유상증자'"
주주들이 기업들의 유상증자 결정에 분노하는 것은 새로운 주식이 발행되는 만큼, 전체 주식 수가 증가해 주당 가치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상증자는 기업이 자금이 부족하다는 신호로 여겨질 수도 있어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과 함께 투자에 대한 불안감을 고조시킬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유상증자 발표 직후 삼성SD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삼성SDI는 발표 직후 전일 장 대비 6.18% 하락해 52주 만에 최하점을 찍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발표 전날인 19일 대비 21일에는 약 17% 떨어진 628,000원으로 마감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유상증자 결정을 두고 꼭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주가는 급락하더라도 (기업의)미래를 위한 투자는 지속돼야 한다.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금일 장마감 기준 삼성SDI 주가는 전일보다 0.50% 오른 20만1,500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7.48% 증가한 67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한편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삼성SDI·한화에어로스페이스) 모두 미래 투자를 위한 계획임을 구체적으로 밝혔고, 경영진 또한 자사주 매입을 통해 책임경영의 의지를 보인점이 긍정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