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방석현 기자] 반도체 산업 육성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 특별법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다. 법안 통과를 위한 여야의 쟁점은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주52시간 근무 예외를 법안에 넣느냐 빼느냐다. 하지만 기자는 그보다 기술 유출 방지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최근 발간한 '3대 게임체인저 분야 기술수준 심층분석' 브리프에 따르면 국내 전문가 39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반도체 분야 기술 기초역량은 모든 분야에서 중국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 기술 선도국을 100%로 봤을 때 고집적·저항기반 메모리 기술 분야는 한국이 90.9%로 중국(94.1%)보다 낮은 2위였고, 고성능·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기술도 84.1%인 한국은 중국(88.3%)에 뒤쳐졌다. 전력반도체도 한국과 중국이 각각 67.5%, 79.8%였고, 차세대 고성능 센싱기술도 중국(83.9%)이 한국(81.3%)을 앞섰다. 반도체 첨단 패키징 기술은 한국과 중국이 74.2%로 같았다. 기술 수준을 사업화 관점에서 평가했을 때 한국은 고집적·저항기반 메모리기술과 반도체·첨단패키징기술에서만 중국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참여 전문가들은 앞서 2022년 진행된 기술 수준평가에 참여한 이들이다. 당시에는 고집적·저항기반 메모리기술, 반도체 첨단 패키징기술, 차세대 고성능 센싱기술 등은 앞서있다고 봤지만 2년 만에 뒤집힌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반도체 분야 전체를 대상으로 기술 생애주기를 평가한 설문조사에서도 한국은 공정과 양산에서는 중국을 앞서있지만, 기초·원천 및 설계 분야에선 중국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연구원들도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했겠지만 중국이 빠르게 성장한 것은 틀림이 없다.

반도체가 우리나라의 기간산업이란 점에서 이 같은 중국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는 사건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바로 기술 유출이다. 경찰청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적발한 해외 기술 유출 사건은 총 25건으로 이 가운데 18건(72%)이 중국과 관련됐다. 해외 유출된 기술 분야별로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가 각각 8건, 7건 등으로 국내 주력 산업 기술 유출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서 근무하던 전 임직원들이 회사의 핵심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한 것이 적발됐다는 뉴스가 적잖이 들려왔던 점을 생각해 보면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에 한국의 기술 유출 사범들이 큰 역할을 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상황은 수년 전 발생했던 로봇청소기 기술 유출과도 유사한 점이 있다. 중국 로봇청소기 브랜드 ‘로보락’은 지난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로보락의 이 같은 성장은 지난 2013년 국산 로봇청소기를 연구하던 LG전자의 연구원이 중국 기업에 스카우트되면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업계에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반도체 특별법에 주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을 가감하는 것보다 기술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핵심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중국은 2019년부터 영업비밀 고의침해 시 다섯 배에 달하는 배상제도와 몰수제도를 도입하고, 법정 배상금을 상향시키고 있다. AI·드론 등 첨단기술의 수출통제,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외국기업·개인을 제재하기 위한 수출통제법도 발효시킨 상태로 알려진다. 반도체 기업들의 임직원 대상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 관리도 필요해 보인다. 세계가 첨단 과학기술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기술 유출 사범은 마치 매국노와 다름없음을 주지 시킬 필요가 있다.

ⓒ방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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