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리 인하에 건전성 악화 대비
“자본확충 필수 선택지”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보험사들의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가 올해 하반기에만 5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서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나타냈고, 보험사 입장에선 자본확충이 필수적인 선택이 됐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향후 지급할 보험 부채(보험금) 증가로 쌓아야 할 돈이 많아지고 자본금이 줄어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보험사의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킥스 비율은 가용 자본을 요구 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능력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산식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로 부채가 증가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가용자본이 줄어 해당 비율이 악화하는 것을 알 수 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서 보험사들은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등을 통해 5조1,300억원을 조달했다. 이는 상반기(1조1,900억원)의 4.3배에 달하는 규모다.
보험사들은 상반기에 6건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하반기에는 13건으로 급증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가 자본성증권으로 선택할 수 있는 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2가지다. 보험사들은 대체로 후순위채를 선호한다. 신종자본증권은 사실상 만기가 없는 영구채로 만기가 길다.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교보생명은 올해 상반기 단 한 건의 자본성증권도 발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8월 7,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교보생명이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 건 19년 만이었다. 교보생명은 지난 12일에도 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등 올해 하반기에만 1조3,000억원 규모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현대해상은 손해보험사 중 가장 많은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현대해상은 지난 6월 5,000억원, 지난 4일엔 4,000억원 등 올해에만 9,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건수 기준으로는 롯데손해보험이 가장 많은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롯데손보는 지난 2월 800억원, 6월 1,400억원, 12일 2,000억원 등 올해 3차례에 걸쳐 4,2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 보험사 자본확충, ‘킥스’ 비율 하락 영향
보험사가 자본확충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지급여력 지표인 킥스 비율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22개 생명보험사의 올해 상반기 킥스 비율 평균은 경과조치 전 기준으로 192%다. 지난해 말보다 17%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14개 손해보험사의 킥스 비율 평균은 211%로 7%포인트 떨어졌다.
개별 보험사의 편차도 컸다. 경과조치 후 기준 킥스 비율이 많이 떨어진 곳은 두 자릿수 내림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말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보면 ▲교보생명 –51.4%포인트 ▲KB라이프 –30.5%포인트 ▲AIA생명 –35.9%포인트 ▲DB생명 –68.9%포인트 ▲ABL생명 –41.5%포인트 ▲iM라이프 –54.4%포인트 ▲롯데손해보험 –40.1%포인트 ▲흥국화재 –33.9%포인트 ▲MG손해보험 –32.5%포인트 등이 변동 폭이 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1%포인트 하락할 때 생명보험사 킥스는 25%포인트, 손해보험사는 30%포인트 낮아진다”며 “킥스에 대한 대응력 제고와 안정적인 재무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보험사 입장에서) 자본확충이 필수 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