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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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외국어 브랜드가 대부분…삼성물산 1곳 한자표기 

한글 브랜드 쓰던 건설사도 새 외래어·외국어 단지명 출시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국내 주택 시장에서 고급 브랜드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단지 차별화를 위한 애칭(펫네임)을 붙이면서 외래어 단지명이 추세가 됐다. 이렇다 보니 시공능력평가 상위 30개 건설사 중 우리말로 구성된 아파트 브랜드명만을 사용하는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한글로 지어진 아파트 브랜드명만 사용하던 건설사들 또한 외래어·외국어 브랜드를 선보이는 사례가 많다. 

제578돌 한글날을 맞아 건설사 아파트 브랜드 가운데 우리말이 들어간 단지가 얼마나 있는지 살펴봤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시평 상위 30개사는 모두 외래어 또는 외국어, 한자로 지어진 아파트 브랜드 이름을 쓰고 있다.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HILLSTATE), 디에이치(THE H)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힐스테이트는 현대엔지니어링도 함께 사용한다. 대우건설의 푸르지오(PURGIO)는 '푸르다'는 우리말과 '공간'을 뜻하는 GEO를 결합해 지어졌다.

DL이앤씨는 이편한세상(e편한세상)과 아크로(ACRO)를 사용하고 있으며 GS건설은 특별한 지성을 의미하는 'Extra Intelligent'에서 딴 ‘자이(Xi)를 브랜드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어 포스코이앤씨는 ’더 샵(The Sharp)‘, 롯데건설은 ’롯데캐슬‘과 ’르엘(LEEL)‘, SK에코플랜트는 ’SK 뷰(VIEW)’와 드파인(DEFINE),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이파크(I PARK)를 아파트 브랜드로 공급하고 있다.

또 호반건설(호반 써밋, HOBAN SUMMIT), 중흥토건(중흥-S클래스), 계룡건설산업(엘리프, ELIF)’, 서희건설(서희스타힐스, STARHILLS), 아이에스동서(에일린의 뜰, Eillen’s Garden), 동부건설(센트레빌, Centreville), 대방건설(디에트르, Detre), 태영건설(데시앙, DESIAN), KCC건설(스위첸, SWITZEN), 쌍용건설(더 플래티넘, The PLATINUM), 우미건설(린, Lynn), 한신공영(더 휴, THE HUE) 반도건설(유보라, UBORA), HL디앤아이한라(에피트, EFETE) 등 건설사가 외래어를 포함하거나 외래어로 구성된 아파트 브랜드명을 쓰고 있다.

한글로 지어진 브랜드명을 사용하다 외래어·외국어 브랜드를 새로 선보인 곳도 있다. 금호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어울림'을 2003년 도입했다. 하지만올해 20여년 만에 새 브랜드 '아테라'를 런칭했다.

코오롱글로벌과 제일건설, 부영그룹은 과거부터 한글 단지명을 오랜기간 사용한 건설사로 손꼽혔으나 이들 또한 새 브랜드를 선보였다. 코오롱글로벌도 '하늘'과 집을 뜻하는 '채'를 합쳐 지은 '하늘채' 브랜드를 2000년부터 사용했으나 '더 프라우(PRAU)'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제일건설도 '자연이 가진 그대로의 풍경을 집에 담다'는 의미로 '풍경채'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풍경채와 함께 선보인 '위너스카이(WINNER SKY)'를 사용 중이다.  시평 30위 밖이지만 임대주택업을 영위하는 부영주택의 경우 2006년 순우리말 브랜드 '사랑으로'를 선보여 2015년부터 사용했으나 현재는 '부영 애시앙(AESIANG)'을 공급 중이다.  

이 같은 사례는 과거부터 있었다. 쌍용건설이 예술(藝術)의 ‘藝’ 자와 집을 뜻하는 ‘家’ 자의 합성어로 이루어진 '예가(藝家)'를 더해 '쌍용예가'를 사용했으나 2018년 '더 플래티넘'을 공개하며 쌍용예가 단지는 공급이 끊겼다. 이와 관련 공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 브랜드도 과거 뜨란채(2004~2006년), 천년나무(2014~2022년) 등 한글 이름을 사용했으나 현재는 공사의 약자 'LH'를 그대로 쓰거나 2021년 공개한 '안단테(ANDANTE)'를 쓰고 있다. 

한자만을 사용하는 곳도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아파트 브랜드 '래미안'은 한자 올 래(來), 아름다울 미(美), 편안할 안(安)의 합성어로 지어졌다. 래미안은 2000년 론칭 후 한 번도 이름이 바뀌지 않은 브랜드다. 

외래어는 한글로 변환 시 음절이 긴 만큼  단지명이 복잡해진 데 대해 불편을 느낀다는 인식도 있으나 건설업계는 주택시장에서 고급화, 차별화에 대한 선호로 외래어 아파트 이름이 줄어들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시에서 2022년 시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1,003명 중 70%가 '아파트 이름이 길고 복잡해 불편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다만 건설사들은 긴 단지명에 대한 불편함 또는 우리말 사용의 중요성을 인식하더라도 쉽게 상황이 개선되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가 설립되고 주택사업이 전개된 시점부터 외래어 브랜드명을 사용하고 있는데 자산가치가 되는 주거상품 특성상 공급자도 수요자도 아파트가 고급화, 차별화를 통한 고가 상품으로 보이길 바라는 경향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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