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노조가 HD현대 판교 빌딩 주위를 걷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
▲HD현대중공업 노조가 HD현대 판교 빌딩 주위를 걷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

매년 기업의 사측과 노동조합 사이에는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한다. 순조롭게 진행돼 빠른 타결이 이뤄지는 때도 있지만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결국 파업에 이르는 경우도 발생한다. 회사를 구성하는 구성원간의 합의를 이뤄내기란 이처럼 어려운 것이다. 파업은 곧 생산 차질로 이어져 회사에 손실을 가져다준다. 무기한 단식투쟁까지 벌이는 임단협의 면모를 현재 진행중인 사안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SRT(에스알 타임스) 선호균 기자] 자동차(기아·르노코리아)와 조선(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산업의 노동조합이 사측과의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이 불발되면서 교섭이 중단될 위기를 맞고 있다.

사측과 합의한 잠정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되면서 임단협 자체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자칫 전면 파업으로 연결돼 장기화된다면 생산에도 차질이 예상돼 노사 양측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아 2024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 단체교섭. ⓒ기아 노동조합
▲기아 2024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 단체교섭. ⓒ기아 노동조합

◆기아·르노코리아, 임단협 불발…생산 차질 우려

기아는 임금 및 단체협상 중 임금협상은 타결된 반면 단체협상이 불발돼 재협상을 기다리고 있다.

기아 노조에 따르면 차량 할인 혜택이 있는 ‘평생사원증’ 제도를 원상복구하는 노동자 요구안이 반영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조만간 있을 총회에 대비하고 있는 노조 측은 회사가 제시하는 교섭안을 두고 내부 토론을 진행할 방침이다. 

기아 노동조합 관계자는 “아직 결과를 알 수는 없고 교섭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르노코리아는 노조와의 임단협 부결로 지난 13일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서 현재 부분생산체계를 가동중이다. 김동석 르노 노조위원장은 지난 23일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르노코리아 노사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7만3,000원 인상 ▲신차 출시 격려금 300만원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사측은 신차를 기다리는 고객들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생산에 참여토록 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하는 단일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혼류 생산이라고 부르는 이 생산 체제 하에서 800대 기준 생산 공장 라인에서 현재 300대 가량을 만들고 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회사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노조와는 교섭을 재개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불성실 교섭 및 폭력 경비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
▲HD현대중공업 노조가 ‘불성실 교섭 및 폭력 경비대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단체교섭 난항…장기화땐 전면 파업 불가피 

조선 3사 중 한 곳인 HD현대중공업은 임단협 단체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호황으로 일거리가 산적한 야드를 뒤로하고 노동자들은 사측의 이익 배분에 관한 불성실한 교섭과 협상에 임하는 비협조적인 태도에 실망하는 눈치다. 사측 또한 자칫하면 생산 차질과 실적 악화로 치닿는 최악의 상황은 막겠다는 의도여서 양측간 팽팽한 긴장감도 보인다. 

현재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임단협이 타결된 곳은 삼성중공업이다. 추석 연휴 전 임단협 타결에 성공했다. HD현대중공업은 삼성중공업의 성과급(300만원)보다 130만원 많은 430만원을 제시했다.

노사 양측은 기본급에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노조 측은 사측 제시안(12만2,500원)보다 3만7,300원 오른 15만9,800원을 요구했다가 다시 19만4,800원으로 인상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기본급 12만1,500원에 임단협이 타결했다. 

다행히 부분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은 없다. HD현대중공업은 일단 교섭중단 선언을 한 상태다. 다만 파업을 하면서 건물을 훼손하거나 직원을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난 25일 2차 제시안을 내놨다”며 “2차 제시안에 담긴 기본급이 삼성중공업의 기본급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노조 측은 기본급 외에도 단체협약에서 개악안이 포함돼 반려를 한 상태다. 근속 특별 휴가가 20년 근무한 사람의 경우 4일이 주어지는데 사측은 이를 2일로 줄이고 50만원을 더 주겠다는 입장이다. 휴가비가 더 큰 상황에서 이를 줄임으로서 노조 구성원의 반발이 거세졌다. 

HD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10월 2~3째주 금속노조와 HD현대 조선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의 공동파업이 예정돼 있다”며 “사측에서 성실한 답변을 제시할 때까지 수위를 높여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오션도 1차 제시안으로 기본급 8만원을 제시한 이후로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한화오션 사측은 기본급 8만7,000원 인상과 일시금 200만원 지급 등의 1차 제시안을 냈지만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입장차로 인해 노조는 상경투쟁과 부분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노조 투쟁이 커지면서 쟁위행위 과정에서 일어난 물리적 충돌로 사측이 노조측을 특수폭행,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고발하는 일도 생겼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현재 임단협 교섭이 진행중”이라며 “노사 의견 조율을 위해 집중 교섭을 진행하는 등 성실히 교섭에 임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이수기업’ 노동자들이 지난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계약종료(정리해고)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선호균 기자
▲현대차 울산공장 사내하청 ‘이수기업’ 노동자들이 지난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계약종료(정리해고)에 대한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선호균 기자

◆사내하청, 불법파견 정리해고 논란…계약종료 퇴직  

현대차 울산·아산공장 불법파견 직접고용 대법원 판결이 나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울산공장 사내하청 ‘이수기업’ 노동자 38명이 계약종료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사실상 ‘정리해고’ 수준의 이러한 통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소송하고 판결 받아오라’는 입장이어서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수기업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사용 주체가 현대차 울산공장이라며 임금과 고용에 관한 제반사항을 결정하고 있는 현대차와의 교섭을 요구했다. 

기아 차량 ‘모닝’을 생산하는 동희오토도 마찬가지다. 현재 이 기업의 노동자들은 불법파견 간접고용 관련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이들은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1·2심 재판처럼 사측을 옹호하는 판결이 나온다면 앞으로 있을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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