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SK하이닉스

모건스탠리·HSBC, 반도체 투자 '비관'…반도체주 맥 못 춰

마이크론 실적 발표 '주목'…겨울론 잠재우나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모건스탠리가 발표한 ‘반도체 겨울’ 보고서로 인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올해 4분기가 반도체 산업의 고점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성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4분기가 반도체 산업의 고점이 될 것이며 D램 가격 하락을 예고했다. D램 업황이 4분기 고점을 찍고 2026년까지 공급과잉일 것이며, 인공지능(AI)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도 마찬가지라는 진단이다. 모건스탠리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각각 대폭 하향 조정해 양사 주가 하락을 유발하는 등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다만 국내 증권가의 전망은 다르다. AI 수요 증가로 가격과 출하량 모두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며 양사의 반도체 전망도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안정적인 HBM 수요를 바탕으로 반도체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며 “'반도체 겨울'에 대한 우려는 지나치다”고 분석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도 HBM 공급 과잉 우려에 대해 “AI 관련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엔비디아와 같은 주요 고객이 삼성전자의 HBM 공급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까지 두드러진 성과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특히 AI 관련 수요 덕분에 2분기 사상 최대 매출인 16조4,233억원을 달성했으며, HBM 매출은 전년비 250% 이상 증가했다.

삼성전자 역시 AI 서버용 고급 메모리 칩 수요로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AI 서버 수요로 HBM과 서버 D램, SSD가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렇듯 AI 관련 수요가 반도체 시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쉽사리 우려를 그치지 못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보고서 발표 직후 내려간 주가가 지속해서 하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가에서도 양사의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치를 하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비관론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HSBC도 지난 24일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에 대한 투자심리 약화를 이유로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하향 조정했다. HSBC는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화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부의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기업 참여가 저조한 점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24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KRX반도체 지수는 3373.59를 기록했다. 지난 7월 11일 고가(4789.41) 대비 29.6% 감소한 것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하반기 이익이 당초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은 점과 HBM 시장 초기부터 지속된 경쟁 열위 극복이 늦어지는 것이 아쉽다"며 "이런 악재들을 감안해도 최근 주가 하락은 과도한 수준이고 시장의 우려와 달리 내년 D램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DS부문 이익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말부터 시장은 경기침체와 AI 수익화에 대한 우려를 지속하고 있는데 HBM 공급과잉 신호는 발견되지 않고 있으며 범용 DRAM의 수요 약세 역시 장기화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25일(현지시간) 열리는 마이크론의 4분기(6~8월) 실적설명회에 주목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발표해 반도체 업황의 ‘바로미터’로 꼽힌다. 이번 실적이 긍정적일 경우 ‘반도체 겨울’에 대한 논란도 잦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 주식 100만 주를 매도한 후, 보고서를 발표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모건스탠리의 선행매매 의혹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으며, 금융감독원도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금감원은 “모건스탠리의 리포트 작성과 배포 과정에서 불건전 영업행위가 있었는지 들여다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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