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놀자·여기어때, "티메프 사태 부담한다고 재무 영향 안 받아"
상장 추진 시 기업가치는 '의문부호'…야놀자 연간 ROE 감소세, 여기어때 부채비율 급증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최근 '티메프(위메프+티몬)' 사태로 인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숙박여행예약플랫폼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IPO 추진이 발목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야놀자는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고, 여기어때도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위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티메프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보상문제 등이 불거지며 IPO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티메프 사태로 이커머스 플랫폼의 재무건전성, 수익성에 대해 보다 엄격한 시선이 쏠리고 있고, 당분간 피해수습에 힘쓰는 분위기인 만큼 이들 기업이 IPO 추진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선이다.
4일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티메프의 미정산대금을 떠앉은 부담으로 상장작업에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야놀자의 경우 티메프에서 야놀자의 상품을 예약결제한 8만여 고객대상으로 전액 야놀자 포인트로 50억원 규모의 지원을, 제휴점들을 대상으로 미정산대금 300억원을 부담했다.
야놀자는 큐텐으로부터 인터파크커머스 매각대금도 다 지불받지 못했다. 야놀자는 지난해 4월 티메프의 모회사 큐텐에 인터파크커머스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만 지난해 말 매각대금관련미수금은 1,680억원이다. 큐텐의 물류사 큐익스프레스 주식 일부를 담보로 제공받는다는 조건을 공시했다.
그러나 티메프 사태로 큐텐의 기업가치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단기내에 미수금을 받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에 야놀자에 재무상황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야놀자는 "본 매각으로 인한 야놀자 및 인터파크트리플의 자산 유출은 전혀 없고 매각 대금 관련 미수금은 자본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티메프 사태로 인해 야놀자가 떠안을 보상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야놀자의 최근 3년간 재무지표를 보면 재무상황이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야놀자는 지난 2월 100% 출자로 미국 법인 'Yanolja US LLC'를 세웠다고 공시하면서 업계에서는 미국 법인을 지주사로 두고 상장 후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가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 6월에는 블룸버그 등 외신에서 야놀자가 7월 중 상장 절차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야놀자는 일본 최대 IT기업이자 투자사인 소프트뱅크로부터 2021년 2조원의 투자금을 유치받았고, 이를 활용해 2022년 인터파크를 인수하면서 기업 규모를 키워갔다. 야놀자는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받을 당시 8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기도 했다.
다만, 야놀자의 지난해 기준 자산은 2조6,236억원, 자본(회삿돈) 1조3,968억원이다. 기업가치 대비 크게 못 미친다.
특히 자기자본이익률(ROE) 추이를 보면 2021년 3.3%에서 2022년 마이너스(-)8.7%로 전환했고, 지난해 -2.9%를 기록했다. 자본대비 이익률이 좋지 않다는 설명이다.
최근 3년간 매출은 2021년 3,302억원, 2022년 6,030억원, 2023년 7,677억원으로 점차 늘어난 가운데, 영업이익은 2021년 577억원, 2022년 138억원, 2023년 17억원으로 내려앉은 상황이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0. 2.%로 전년 2.3%보다 2.1%포인트 하락했다.
당기순익은 2021년 470억원에서 2022년 당기손손실 1,209억원으로 전환하며, 지난해 40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그러면서 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2022년 67.9%에서 2023년 87.8%로 늘었다.
여기어때의 경우 이번 티메프사태의 불똥이 상대적으로 덜 튄 것으로 보인다. 위메프에서는 상품예약을 취급하지 않아 티몬으로 여행상품을 결제한 고객 대상으로만 상품을 예정대로 이용하게 하는 식으로 부담했다.
이때문에 최근 추진하는 상장작업과 관련해 티메프 보상문제는 큰 여파를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기어때는 재무지표에서 부채비율이 크게 늘었다.
앞서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여기어때 운영사인 여기어때컴퍼니는 IPO를 위해 주관사 선정에 착수했다. 주관사 선정을 위해 국내 주요 증권사를 대상으로 입찰제안요청서(REP)를 송부했다.
여기어때컴퍼니의 재무적투자자(FI)인 영국계 사모펀드 운용사 CVC캐피탈이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한 일환으로 상장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어때는 창업자 심명섭 전 대표가 2019년 CVC캐피탈에 여기어때 경영권을 매각할 당시 기업가치는 3,000억원으로 평가됐는데, 2022년 미래에셋캐피탈 등으로부터 신규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1조2,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치가 4배이상 뛰었다.
다만, CVC캐피탈은 약 1조500억~2조원의 기업가치를 기대하고 경영권 매각 기회를 보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CVC캐피탈은 여기어때컴퍼니 경영권 매각을 위해 지난 4월 뱅크오브아메리카를 통해 티저레터를 돌리기도 했는데, 경영권 지분 매각만으로는 기대하는 투자금을 회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기어때의 재무지표를 보면 성장지표는 양호하나 유동성에 대해 잠재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여기어때의 경우 ROE와 영업이익률이 최근 3년간 증가세에 있다. ROE는 2021년 22.6%, 2022년 22.5%, 2023년 85.4%이다. 영업이익률은 2021년 7.6%, 2022년 9.8%, 2023년 15.0%이다. 당기순이익도 2021년 123억원, 2022년 232억원, 2023년 364억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다만 부채비율이 급격히 늘었다. 여기어때의 2022년 부채비율 86.1%에서 2023년 부채비율 299.2%로 급격히 늘었는데 자본이 2022년 1,048억원에서 지난해 426억원으로 급격히 줄었다.
여기어때의 지난해 자산총계는 1,701억원으로 전년 1,934억원보다 줄었다. 지난해 부채총계가 1,275억원으로 전년 885억원보다 늘은 한편, 자본이 지난해 426억원으로 전년 1,048억원보다 반토막이다.
유동부채 대비 유동자산인 유동비율의 경우 지난해 1.3%(유동자산 1,564억원/유동부채 1,194억원)으로 2022년 유동비율 2.1%(유동자산 1,756억원/유동부채 829억원)보다 감소했다. 유동비율이 감소했다는 것은 유동부채를 갚는 데 쓸 수 있는 유동자산이 줄었다는 것이다. 유동자산은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CVC캐피탈이 여기어때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베이컨스컴퍼니(Vacance Company Limited)를 통해 3,15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여기어때 매각이 지연되면서 투자금 일부라도 회수하려는 기관 투자자들의 압박에 따른 것으로 업계는 풀이한다.
야놀자와 여기어때는 각각 티메프의 정산지연사태에 대해 보상안을 이미 내놨고 "지연대금 부담을 떠앉아도 재무상황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