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정부가 한국형 게임기 육성에 도전한다.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같은 일명 콘솔(게임기)을 집중 육성해 기존 PC·모바일 게임 중심의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2028년까지 게임 매출 30조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15년 전 ‘명텐도’ 데자뷔라는 지적이 나온다.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산업은 온라인 컴퓨터 게임과 모바일 게임 성장으로 2022년 역대 최고 매출액인 22조2,000억원을 달성하며 세계 4위에 올랐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경기 둔화 및 PC·모바일 게임에 지나치게 편중된 구조로 인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진흥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18일 ‘제8차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를 열고 ‘한국경제의 새로운 경제 성장엔진, K-콘텐츠 글로벌 4대 강국 도약전략’을 발표했다. 

정부가 눈여겨본 시장은 콘솔이다. 세계시장에서 44%를 차지하는 모바일 게임 다음으로 28%를 차지하는 큰 시장인 데다가 아직 국내 콘솔게임이 세계 시장 비중 1.5%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콘솔게임 집중 육성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닌텐도 등 세계적인 콘솔 플랫폼사와 협업해 우수 콘솔게임 발굴부터 홍보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닌텐도 DS를 희화화한 명텐도DS. ⓒ인터넷 커뮤니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닌텐도 DS를 희화화한 명텐도DS. ⓒ인터넷 커뮤니티

문제는 정부가 콘솔 게임 육성책을 내놓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09년 ‘명텐도 사건’이 그 일례다.

2009년 대한민국은 ‘닌텐도’ 열풍이었다. 일본 닌텐도사의 휴대형 게임기 ‘닌텐도 DS’는 2007년 1월 국내 정식 발매 이후 단일 기종으로 200만대 이상 팔렸는데 당시 이나영, 송혜교 등 당대 유명 연예인들이 광고모델로 활약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흥행은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기 역대 2위에 기록될 정도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2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를 방문해 “요즘 일본 닌텐도 게임기 갖고 있는 초등학생들이 많은데 우리도 개발해 볼 수 없느냐”고 주문했다.

이 발언을 두고 당시 네티즌들은 “국내 게임업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즉흥적인 발언”이라며 “해외의 성공 사례를 말 한마디에 가능하다고 생각하냐”며 거세게 비판했다. ‘닌텐도 발언’을 패러디한 사진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게임 업계는 대통령 발언에 콘솔 게임 분야 지원이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러기는커녕 게임에 대한 규제만 더욱 강화됐다. 당시 시기가 맞물리며 일부 게임사에서 콘솔 게임기를 내놓았지만 그마저도 성공하지 못한 채 몇 년 후 폐업 수순을 밟았다.

물론 이번 발표는 당시로부터 15년이 지난 시점이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고, 회사 측도 수익성보다는 K-콘솔 가능성을 세계 시장에 알리는 것을 목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모바일 게임 과포화 상황 속 신시장 개척을 꾀하고 싶은 국내 업체들의 도전 의지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기대해 볼 만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이번에 발표한 육성책에는 상세한 지원 내역 없이 단순히 글로벌 콘솔 플랫폼 협력 지원, 홍보 지원 같은 내용 뿐이라 콘솔 게임에 도전하고자 하는 업체들의 구미를 당기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또한 중국 게임 침공, 이용시간 감소 등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고려한다면 정부의 대폭적인 규제완화와 재정적 지원책 마련 없이 콘솔 게임 육성은 다시 정부의 흑역사로 남을지도 모른다.

매번 정부에서 화제성 있는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발표를 할 때마다 ‘명텐도’를 반면교사 삼아 신중해야 한다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따라온다. 다시 야심 차게 내놓은 이번 계획에서는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한국형 게임기 성공사례를 들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윤서연 기자
▲윤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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