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 17.5%”
“대형 증권사, 해외부동산 투자 리스크”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수년 전까지만 해도 증권사 먹거리로 불리었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이 최근 기업의 재무구조를 흔들 수 있는 폭탄으로 전락했다. 부동산 PF사업이 위축된 까닭은 고금리, 인플레이션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자기자본이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PF사업으로 인한 위험 부담이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7.5%로 금융권 가운데 부실 위험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전체 평균 PF 연체율이 3.5%인 것을 감안하면 증권사의 연체율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사의 PF 대출 연체율이 다른 금융사 대비 높은 것은 후순위 대출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PF사업 의존도가 컸던 중·소형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부동산금융 관련 자산 약 1조2,000억원 가운데 브릿지론 규모가 약 5,400억원이다. SK증권은 지난해 말 2,400억원의 부동산PF 신용공여 가운데 브릿지론이 약 1,100억원 규모에 달한다. 브릿지론은 본 PF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하는 대출로 토지 매입, 인허가 등 변수가 많아 상대적으로 부실이 많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부동산PF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다. 올해 3월말 기준 SK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 쌓은 PF대손충당금은 각각 934억원, 365억원에 달한다.
중·소형 증권사의 충당금 부담은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SK증권은 올해 1분기 5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으며, 하이투자증권도 6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밖에 현대차증권(-47%), 유진투자증권(-45%), 교보증권(40.9%)도 전년동기 대비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대형 증권사도 안심하긴 이르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증권사 9곳의 올해 부동산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만기도래액이 6조9,000억원에 달한다. 대형 증권사는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잠재적 손실이 남아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대형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는 11조원으로 전체(13조원) 84%를 차지한다.
부동산 PF의 잠재적 위험이 커지면서 증권사들의 신용등급도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지난 4월 30일 다올투자증권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SK증권도 부동산금융 충당금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 중·후순위 부동산금융 부실화 등을 이유로 기업어음 및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하향조정(A2+→A2)됐다.
대형사의 신용등급도 흔들리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하나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로 내렸다. 하나증권은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자 금융지주 모회사의 지원 여력이 충분한 증권사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신용등급 하향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또한 해외 신용등급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3월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