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의 자급력 확대와 경기 부진으로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사업구조 재편에 나서고 있다. 기초 범용 제품 등 저수익 사업군 비중을 줄이고 폐자원 활용 친환경 소재·배터리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의도 LG트윈타워. ⓒLG화학
▲여의도 LG트윈타워. ⓒLG화학

◆LG화학, 첨단소재본부 희망퇴직 단행

1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첨단소재사업본부 일부 부문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근속 5년 이상 생산기술직 전 구성원이 대상이며 정년퇴직까지 잔여 기간이 1년 미만인 직원은 제외다. 

이번 희망퇴직 접수는 지난해 LG화학이 중국 기업에 필름 사업을 매각한 건에 대한 후속조치에 따른 것이다. LG화학은 지난해 9월 편광판 소재‧필름 사업을 1조1,000억원에 팔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에 IT소재사업부 직원들을 다른 사업부로 전환 배치한 바 있다. 석유화학 원료인 스티렌모노머(SM)를 생산하는 대산‧여수 공장도 가동 중단하는 등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정리 중이다. 

LG화학 관계자는 “IT필름 소재 매각 이후 인원 조정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희망퇴직"이라며 "석유화학 부문 약세나 업황 부진과는 관련 없다”고 말했다.

최근 LG화학은 석유화학 시황 악화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55조2,498억원, 영업이익 2조5,29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8.4%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5.1% 감소한 수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LG화학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을 직전 분기 대비 13.2% 줄어든 12조5,806억원, 영업이익은 73.2% 감소한 1,853억원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적자를 기록했던 기초소재 부문은 직전 분기 대비 주요제품 스프레드와 납사 가격 변동성 축소로 적자 폭이 줄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첨단소재 부문에서는 양극재 판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나 출하량 증가 효과로 이익 성장이 가능했을 것으로 봤다. 

증권가에서는 1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도현 SK증권 연구원은 “기초소재의 경우 1분기 부진한 흐름이 지속되겠지만 예상보다 강한 중국 경기를 바탕으로 2분기부터 본격적인 회복이 예상된다”며 “LG화학의 현재 밸류에이션 수준이 역사적 저점에 근접해 있는 상황에서 향후 업사이드는 유효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훈기 대표이사가 공장생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롯데케미칼
▲이훈기 대표이사가 공장생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롯데케미칼

◆기초소재보다 신성장 동력 육성 '집중'

필름 사업을 매각한 LG화학 외에도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 석화업계에서는 지속되는 불황에 지분 매각을 추진하며 사업 수익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은 합성섬유의 원료인 에틸렌옥시드를 생산하는 중국 합작법인 롯데삼강케미칼을 매각하고, 이어 롯데케미칼자싱의 지분도 현지 협력사에 전량 매각했다. 최근 금호석유화학 또한 지분 50%를 보유한 중국 일조금호금마화학유한공사의 지분을 전량 매각한 바 있다.

업계는 저수익 사업군을 축소하는 대신 친환경 소재‧배터리 등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LG화학의 구조조정도 저수익 사업군 재편을 통한 신사업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고부가가치 제품 연구개발(R&D) 비용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석유화학 부문 연구개발 비용에 전년 대비 7.4%를 증액한 2,320억원을 투자했다. 롯데케미칼 또한 친환경 소재 연구개발을 위해 2021년 925억원에서 지난해 1,204억원으로 증액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황이 안좋아서 저수익 사업군을 줄이는 추세라고만 해석할 수는 없다"며 "지속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투자 비중을 다르게 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사업 구조 개편 조치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 업황은 올해도 어두울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화학 수출은 456만8,2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5.8% 줄어든 543억1,6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중국향 수출액이 207억143만달러에서 170억5,407억달러로 줄어든 영향이다. 

이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2024년 2분기 중견기업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 800곳에서 화학물질‧석유제품 수출 전망을 전분기 대비 8.3포인트(p) 줄어든 100.3p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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