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조선·해운·철강 업계는 ‘리스크 관리’가 관건인 한 해였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이른바 ‘3高 시대’를 맞아 원자재 가격 상승·글로벌 환경규제로 기업들은 탈탄소·친환경 키워드를 활용해 사업 다각화를 펼쳤다. 이에 더해 ’차이나 리스크‘가 불거졌고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조선사와 철강사는 눈치싸움과 특정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국산화 전략에 힘썼다. <편집자주>

◆K-방산 부흥기…한화-HD현대 ‘격돌’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올 한해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그야말로 방산업체들의 ‘노다지판’이었다. 특히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출범한 후 지난 8월 약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하며 방산 해외진출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 9월 폴란드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에 참석해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에게 한화오션의 장보고 배치 잠수함 기술력을 설명하며 직접 ‘잠수함’ 세일즈를 했다. HD현대중공업도 지난 11월 약 8,200톤급 규모의 이지스구축함을 공개하고 잠수함용 전원공급체계 성과를 발표하는 등 세계 각국의 잠수함 수요에 대비한 잠수함 핵심기술 개발 추진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HD현대중공업은 특수선 사업 부문에서 2030년까지 2조원 매출을 달성할 것이며 이에 따른 수출형 함정 전략을 펼칠 방침이라고 밝혔다. 두 기업 간 특수선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함정 산업 공동연대를 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으나 HD현대와 한화 간의 입장 충돌로 원팀 구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하림’ 선정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옛 현대상선)의 새 주인으로 하림그룹이 선정됐다. HMM 매각 대상 주식은 산업은행과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보통주 1억9,900만주에 영구채에서 주식으로 전환될 2억주를 합쳐 3억9,900만주로 지분율은 38.9%다. 예비입찰에서 하림, LX, 동원이 제안서를 냈지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는 팬오션(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하림그룹은 본계약 체결 후 벌크 전문 해운사인 팬오션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이차전지 사업 ‘속도’
전기차 전환기를 맞아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수요가 급증했다. 중국산 요소, 흑연 모두 우리 기업의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의 광물 수출 통제에 매번 긴장해야 하는 상황. 포스코그룹은 지난 11월 전남 율촌산업단지에 포스코필바랄리튬솔루션의 수산화리튬 공장과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 고효율 무방향성 전기강판 공장을 준공했다. 이를 통해 2024년까지 호주 광석리튬을 기반으로 연산 총 4만3,000톤 규모의 이차전지소재용 수산화리튬을 생산할 방침이다. 수산화리튬 4만3,000톤은 전기차 약 1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국내 배터리업계에서는 광물 국산화 전략에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업계에 당장 큰 영향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치솟는 원자재값…철강사 원가 부담 압박 커져
철광석, 유연탄 등 원재료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이에 더해 국제 유가 상승과 4분기 전기요금까지 인상되자 국내 철강사들이 열연강판 가격 인상 검토에 나섰다. 조선사와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도 쉽게 결론나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여파는 내년 후판 가격 협상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철강업계에서는 전기료의 지속적인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가중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철강사들은 협회 측을 통해 원료비 연동제나 전력산업기반 기금 인하 등 사이드 옵션 조치 건의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유럽연합, CBAM 시범도입…철강 3사, 탈탄소 전략
지난 10월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제도(CBAM)를 시범 도입했다. 2026년 본격적인 ‘탄소 관세’를 부과하기 앞서 2025년 12월 31일까지 전환기(준비 기간)를 두는 것이다. CBAM 본격 시행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철강업계다. 특히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철강업계에서는 전기로 도입과 수소환원기술 적용 확대 등 탈탄소 전략을 일제히 내놓았다. 포스코는 쇳물에 석탄 대신 수소를 주입해 온실가스를 줄이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도입해 2030년까지 실증을 완료할 방침이다. 현대제철 또한 2030년까지 신 전기로 기반 철강 생산체제 전환을 목표로 수소환원 직접환원철(DRI) 등을 혼합해 탄소를 저감하겠다고 밝혔다. 전기로 기반 제강사인 동국제강은 중장기적으로 폐열발전과 LNG발전 도입을 추진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해 탄소 저감 효과를 거둘 방침이다.

◆조선 3사, 자율운항선박 기술 확보 ‘치열’
자율운항선박이 해운물류업계의 유망 신사업으로 부상하면서 조선3사(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에서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전 세계 자율운항선박시장 규모는 2025년 약 206조원, 2030년에는 약 337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HD현대는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인 아비커스를 통해 대형 상선을 넘어 레저보트 자율운항 시장 선도에 나섰다. 자율운항시스템 중 하나인 접안 보조 시스템 ‘뉴보트 도크’를 공식 출시하며 연간 최대 30만대 규모로 커질 레저보트용 자율운항시스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오션은 2030년까지 선원이 탑승하지 않고 완전 자율로 운항하는 레벨 4 수준의 선박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는 건조하는 모든 선박에 자체 개발한 스마트십 플랫폼 ‘HS4’를 기본 사양으로 적용해 운항 중인 선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또한 내년 1월 ‘디지털 트윈 기반 선박 관리’ 플랫폼을 실증한다고 밝히며 지능형 AI 기술을 통해 선박 운항정보를 분석해 차별화된 자율운항 기술을 확보할 방침이다.

◆포스코, 임단협 교섭 타결…55년 무파업 이어가
1968년 창사 이래 첫 파업 우려를 맞았던 포스코가 2023년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이 극적으로 가결되며 55년 무파업 전통을 이어갔다. 지난 11월 전체 조합원 대상으로 실시한 찬반투표 결과 선거인 수 1만1245명 중 1만856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5,527표(50.91%), 반대 5,329표(49.09%)로 가결됐다. 포스코 측은 교섭기간이 예년 대비 길어지기는 했으나 노사가 마지막까지 대화를 포기하지 않고 소통한 결과 최선의 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국내 최대 철강기업인 포스코가 파업에 들어가면 직격탄을 맞게 되는 자동차, 조선, 건설 업계에서는 이번 포스코 노사합의에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근소한 차이로 합의안이 가결됐다는 점에서 향후 포스코 노사의 갈등 향방이 주목된다.

◆조선업 ‘인력난’…로봇·AI 전환 ‘속도’
글로벌 선박 수주 1위로 호황기를 맞고 있는 조선업계. 그러나 장기화되는 인력난에 조선사에서는 로봇·AI 등을 활용한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나서는 모양새다, 숙련공 부족과 기존 인력의 고령화 극복을 위해 디지털 자동화 중심으로 생산 방식의 변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30년까지 자회사 조선소들을 스마트 조선소로 탈바꿈하고 선박 설계부터 생산까지 관리하는 디지털 자동화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한화오션 또한 로봇 공정과 물류 자동화를 통해 조선소 전체를 빅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야드로 전환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은 오는 2025년까지 메타버스 기반 원격 품질검사 플랫폼, 대화형 설계 챗봇 등을 통해 2025년까지 축적된 스마트 기술을 선급, 협력사, 고객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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