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이천 공장.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 공장. ⓒSK하이닉스

3개사, 배출 70만 에큅 증가…전체 사업장 미반영 영향인 듯

그린피스, “앞으로 배출량 더 늘 것” 지적

[SRT(에스알 타임스) 방석현 기자] 탈탄소화에 힘쓰는 국내 대표 전자·IT 기업들이 오히려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사업장만을 집계한 수치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지만 앞으로의 상황도 개선 여지는 적어 보인다.  

17일 국내 반도체 '빅2'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4년 이산화탄소 1,807만212에큅(tCO2-eq)을 배출했다. SK하이닉스는 486만에큅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3년(1,733만7,196)보다 60만에큅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에너지 사용량도 32만6,800테라줄(TJ)로 전년(30만1,616)보다 약 2만테라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전반적인 사업장 감소에도 불구 이산화탄소 배출 및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삼성전자의 종속회사는 총 228개로 2023년 232개 대비 4개 줄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전년비 약 7만에큅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 역시 지난해 사업장이 57개로 2023년보다 4개 줄었지만 지난해 반도체 생산실적은  35조2,327억3,700만원으로 2023년 34조8,062억9,500만원보다 늘었다.

LG전자는 2024년 이산화탄소 73만1,210에큅을 배출했으며 에너지사용량은 1만4,650테라줄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이산화탄소와 에너지 사용량이 각각 4만에큅, 600테라줄 늘어난 수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는 재생에너지 사용확대, 반도체 공정가스 감축, 제조공정 효율화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축된 상황”이라며 “사업보고서상 공시된 배출량은 국내 사업장만 해당되는 데다 연결회사들이 합산된 것이기에 왜곡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Greenpeace)의 AI시대의 그림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데이터센터는 2021년 약 2,600개에서 2024년에는 5,300개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AI실행을 위해선 반도체로 구성된 AI칩이 꼭 필요한데 AI칩 제조 과정에서도 엄청난 양의 전력이 사용된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AI칩 제조에 사용된 전력량은 218기가와트시(GWh)이며, 2024년에는 984기가와트시로 무려 350% 이상 늘었다. 한국은 2023년 134.6기가와트시였던 AI칩 제조 전력 소비가 2024년 두 배 이상 증가한 315.2기가와트시로 추산된다.

AI빅테크 기업들이 AI칩 구매를 위한 지출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현재 AI칩 제조의 대다수를 담당하는 동아시아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높은 생산 비중을 유지하면서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한다면, 해당 국가의 탄소 배출량은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게 그린피스의 지적이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는 지난해부터 필요한 전력을 1기가와트 규모의 LNG 열병합발전소를 통해 공급받을 예정이며 삼성전자가 입주할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도 3기가와트 규모의 LNG 발전소 6기를 건설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이러한 화석연료 의존적 발전 방식은 정부와 기업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탈탄소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종란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상임 활동가는 “반도체 생산을 위해선 화석연료에 기반한 전기 에너지가 많이 쓰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기후위기 시대에 반도체 생산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활동가는 이어 “기후 생태계와 노동자의 건강권 훼손 우려가 있는 반도체 특별법도 재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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