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지난 19일 기준 요구불 ‘589.7조’

정기예금 금리 ‘2%’ 남짓…불안정세 속 ‘달러·금’ 선호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이 올해 들어서 42조원 가까이 급감했다. 예금 금리가 연 2%대로 떨어지자 이른바 ‘예테크(예금+재테크)족’이 은행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롭다. 시중은행의 예금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면,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흐름을 나타내고 반대 상황에선 증시나 부동산으로 급격한 자금 이동을 나타낸다.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금융권에선 정기예금의 연 2%대 금리가 자금의 유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외불확실성의 확대로 기축통화인 달러와 금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으로 진단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지난 19일 기준 589조6,923억원으로 작년 말(631조2,335억원) 보다 41조5,412억원 쪼그라들었다.

◆ 정기예금 금리 ‘2%’ 남짓…‘달러·금’ 쏠림 가속화

통상 요구불예금의 자금은 안전자산 투자를 목적으로 정기예금으로 이동 흐름을 나타냈다. 여타 투자처에서 큰 수익을 보지 못한 자금들이 안정적인 수익원을 쫒았던 것이다. 하지만 정기예금 평균 최고 금리가 2%대에 머물면서 투자수요를 견인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를 보면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은 우대금리를 포함해도 연 2.95% 그친다. 지방은행에서 판매 중인 14개 정기예금의 평균 최고금리도 연 3.0% 초반 수준이다.

이 같은 흐름에 작년 12월 기준 조사대상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27조916억원으로 전월보다 21조1,285억원 감소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막차’ 수요로 증가세를 유지하던 흐름이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요구불예금에 대기하던 자금은 달러와 금에 쏠리고 있다. 달러 예금 잔액은 지난 19일 기준 644억9,332만 달러로 1월 말(635억2,915만 달러)보다 9억6,417만 달러 증가했다. 작년 말(637억9,719만 달러) 기준으로는 6억9,613만 달러 증가했다.

금 가격 폭등으로 금 투자는 연일 고공행진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세계 무역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역전쟁이 실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린다고 가정하면, 안전자산인 금의 투자매력은 상대적 우위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사대상 은행이 이달 19일까지 판매한 골드바 잔액은 820억원에 달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한은 금통위가 이달 중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시장금리 하락세가 가팔라져 예금 기본금리가 연 2%대 중반으로 하락할 전망이다”라며 “금리 인하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든 만큼 당분간 머니 무브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특징적인 부분은) 금 투자가 늘고 있다는 것인데 국내 금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은 환율, 국제 시세, 국내 수급 상황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국내 투자 수요가 굉장히 많이 늘어난 것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금 가격이 크게 뛰고 있어 수요가 꺾이면 금 가격의 낙폭도 커질 수 있다는 것은 (투자에) 유의해야 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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