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 서머너즈 워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SWC2024) 일본 도쿄 행사장 전경. ⓒ컴투스
▲컴투스 서머너즈 워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SWC2024) 일본 도쿄 행사장 전경. ⓒ컴투스

지난해 최고 게임 ‘나혼랩’ 정기 대회 검토 중

이종 산업 융합 등 긍정 효과 다수…“정부 지원 선행돼야”

[SRT(에스알 타임스) 방석현 기자] 컴퓨터 등을 이용해 게임의 승부를 겨루는 이스포츠 산업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마켓어스에 따르면 2024년 이스포츠 시장 규모는 24억달러(약 3조5,000억원)에 달하며, 시청자 수는 6억4,000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203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20.9%를 기록하며 시장 규모가 152억8,000만달러(약 2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포츠 시장의 성장은 라이브 스트리밍(실시간 영상 재생) 서비스의 확산과 성장이 큰 영향을 미쳤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해 이스포츠의 접근성이 향상되며 시청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규모 토너먼트와 이벤트 경기가 정기적으로 개최되면서 전통 스포츠와 유사한 팬덤 및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기술의 발전과 이스포츠에 대한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 역시 이스포츠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해 최고 게임 ‘나혼랩’…정기 대회 검토 중

다수의 국내 게임사들도 글로벌 유저 층 확보와 해외 매출 성장 등을 위해 이스포츠 대회를 운영하고 있다.

▲넷마블 ‘나혼자만 레밸업:어라이즈’ 챔피언십 티저 영상 이미지. ⓒ넷마블
▲넷마블 ‘나혼자만 레밸업:어라이즈’ 챔피언십 티저 영상 이미지. ⓒ넷마블

넷마블은 최근 ‘나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이하 나혼랩)’의 첫 글로벌 공식 대회 ‘나혼렙 챔피언십 2025’를 위한 공식사이트를 개설하고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앞서 진행된 두 차례의 대회에서 펼쳐진 치열한 승부와 뜨거운 현장 분위기 등이 실렸다. 나혼랩은 글로벌 누적 조회수 143억뷰를 기록한 ‘나홉랩’ 지식재산권(IP) 최초의 게임이다. 정식출시 약 5개월 만에 글로벌 누적 5,000만 이용자를 달성했으며 2024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나혼렙 챔피언십 2025’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대를 확장해 진행될 예정이다. 본선은 대한민국에서 오프라인으로 열리며 자세한 일정은 조만간 공개될 예정이다. 대회를 진행하면서 정기적 진행여부 등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해 볼 예정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EWC 정식 종목 채택. ⓒ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EWC 정식 종목 채택. ⓒ스마일게이트

스마일게이트의 글로벌 메가 히트 1인칭 슈팅(FPS) 게임 ‘크로스파이어’는 올여름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 예정인 ‘이스포츠 월드컵(EWC) 2025’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크로스파이어는 연맹과 3년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EWC는 사우디 아라비아 이스포츠 월드컵 연맹이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 이스포츠 대회다. 사우디는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하에 글로벌 스포츠 산업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데 이스포츠의 육성을 위해 200억달러 이상의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다. 정기적인 이스포츠대회를 열고 기획사 및 플랫폼, 글로벌 게임사 등에 지분을 투자하며 생태계를 넓히고 있다. 2007년 출시된 크로스파이어는 전 세계 80개국에서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을 합쳐 11억명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2013년 청두를 시작으로 크로스파이어 이스포츠대회(CFS)를 지난해까지 11번째 열렸다. 지난해 12월 중국 항저우에서 성대하게 치러진 대회에는 중국, 유럽·중동·북아프리카(EUMENA), 북미, 브라질,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총 16팀이 참가했다. 회사 측은 크로스파이어가 글로벌 커뮤니티의 강력한 기반 위에 함께 더 큰 성과를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로스파이어는 국내에선 운영하고 있지 않고 있지만 이스포츠를 통해 글로벌 유저 층 확보와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대회 PGC2024 이미지. ⓒ크래프톤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이스포츠대회 PGC2024 이미지. ⓒ크래프톤

크래프톤은 지난해 12월 6일부터 8일까지 말레이시아와 영국에서 ‘2024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글로벌 챔피언십’ 그랜드 파이널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그랜드 파이널은 리그를 통해 진출한 15개 팀과 개최국 초청팀 1팀 등 총 16개 팀이 참가하며, 3일간 총 18개의 매치로 우승 팀을 가렸다. 배틀그라운드는 페이투윈(Pay-to-win)이라는 과금 요소 없어 오직 전략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스포츠 대회를 통한 글로벌 인기를 유지하며 참신한 컬래버레이션을 이어가고 있다.

떠났던 유저 복귀 등 긍정 효과 다수…문제는 ‘비용’

컴투스가 운영 중인 이스포츠 서머너즈 워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2024(SWC2024)’ 월드 파이널은 지난 11월 9일 일본 도쿄에서 성황리에 끝났다. 이 대회는 2017년부터 시작해 지난해 8회째 진행됐다.

올해는 슈퍼 루키 커리안바오가 전년도 우승자 레스트를 꺾고 새로운 왕좌의 주인공이 됐다. 커리안바오는 8강 1, 2라운드부터 에이치프록과 트루웨일에 연달아 압승을 거두고 4강에서는 유럽컵 우승자 엔이에프를 격파, 결승에서 레스트와 7세트 내내 이어지는 접전 끝에 승리했다. 챔피언 커리안바오에게는 상금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와 우승 트로피, 메달이 수여됐다. 준우승 네스트에게 2만달러(약 2,800만원), 공동 3위 아이스무와 엔이에프에게 각각 1만달러(약 1,400만원)가 상금으로 전달됐다. 지난 대회보다 4명 많은 총 12명의 선수들이 치열한 예·본선을 뚫고 월드 파이널에 진출한 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펼쳐졌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이스포츠 대회의 흥행으로 인해 유저들의 신규 유입을 물론 게임을 떠났던 유저들의 복귀 효과도 있는 상황으로 높은 해외 매출의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조이시티는 최근 대표 농구 게임 ‘프리스타일’의 서비스 20주년을 기념해 예선을 거쳐 한국과 중국의 자존심을 건 ‘프리스타일 한중대항전’을 진행했다. 이와 함께 특별 이벤트를 진행, 이용자들은 접속만 해도 20주년 헤어, 의상, 악세서리, 칭호 등 20주년을 기념하는 패키지 상품을 얻을 수 있었다. 프리스타일 역시 한국에선 서비스가 종료된 상태다.

이렇듯 게임사의 이스포츠 대회 운영은 다수의 장점이 있지만 비용이 부담될 수 있다. 장소, 대회운영, 기술적 요소 등을 고려해 대회를 준비할 경우라도 관심이 저조하다면 개최의 의미가 희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회 우승자에게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수여하는 상금을 비롯해 해외 참가자들의 여비교통비를 모두 사측에서 부담해야 하는 까닭에 게임사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컴투스의 경우 2024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8% 줄어든 1,728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4억원으로 간신히 흑자 전환했다. 순이익은 전년비 91.5% 감소한 9억7,000만원이다. 이 기간 단기 차입금은 1,694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지난해 신규 게임들을 많이 선보인데 따른 마케팅비 증가의 영향도 있겠지만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이스포츠를 진행해 회사에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종 산업과 융합 ‘활발’…K-게임 생존 전략 고민해야 

▲SK텔레콤 프로게임단 'T1'. ⓒT1 홈페이지 캡쳐
▲SK텔레콤 프로게임단 'T1'. ⓒT1 홈페이지 캡쳐

기존 주류 스포츠 종목이 젊은 층의 관중 유입 감소를 걱정하고 있는 반면 이스포츠는 10대에서 30대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최근에는 타 산업과의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인기가 많기 때문에 자동차나 금융 등의 산업에서 2030 세대를 유치하기 위해 이스포츠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금융은 이스포츠와의 협력이 가장 활발한 산업 중 하나다. 국내 시중 은행과 보험사, 저축은행 등 금융 회사들은 미래 잠재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이스포츠를 활용하고 있다. OK저축은행은 브리온 이스포츠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팀 ‘브리온’과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브리온은 올 한 해 ‘OK저축은행 브리온’이라는 팀 이름으로 활동하게 되며 OK저축은행은 이를 통한 브랜드 노출 효과를 꾀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SK텔레콤의 T1과 DRX에 후원하고 있다. BNK금융그룹은 BNK 피어엑스를 후원 중이다. 시중은행들은 이를 통해 이스포츠와 연계한 금융 상품을 출시하고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으며, MZ세대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미래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자동차 업계 역시 젊은 고객층 유치를 위해 이스포츠 산업 투자에 적극적이다. 이스포츠를 선호하는 젊은 고객 중에는 전기차 등의 신기술에 관심이 많은 ‘테크새비’족이 많아 미래 고객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벤츠 코리아와 현대, 기아, 포르셰 등이 MZ 세대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이스포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스포츠를 통해 브랜드를 꾸준히 노출하고, 신제품을 먼저 선보이는 등 마케팅 도구로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이스포츠가 오락을 넘어 일상이 됐고 젊은 세대들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더 나아가 사회생활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등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중국 내 이스포츠 클럽(프로게임단)은 총 188개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항저우 등은 10개 이상의 클럽이 소재해 있고 상하이는 무려 52개의 클럽이 소재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중국 프로게이머들은 총 127회의 이스포츠 대회에 참가했다. 코로나19 종식 이후 경제 및 레저활동이 보다 자유로워지며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이스포츠 대회는 인도네시아·태국 등 동남아 및 일본·유럽·미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개최됐다. 특히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국가에서 큰 인기몰이에 성공했고 한 대회는 개최 이후 온오프라인 합계 관중 최대치가 500만명 이상을 기록하며 크게 성공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스포츠는 파생산업의 활성화를 가져오며 문화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만큼, 글로벌 문화교류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게임사 혼자 이를 감당하기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은정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장은 “이스포츠 마케팅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과 함께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러한 이종 산업과의 융합은 마케팅 기회를 늘릴 뿐만 아니라 게임산업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철우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은 “정부가 게임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그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이스포츠 시장 조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지자체 차원의 단발적인 지역유치 공약에 그치지 않는 인식 개선과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