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약환급금 준비 부담 증가
금리인하에 건전성 지표 하락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일부 국내 보험사들이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급 실적을 거뒀음에도 새 회계기준(IFRS17)에 따라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부담이 커지면서 배당 재원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준비금은 보험사가 회계 장부에 기록할 때 시가로 평가한 보험부채(돌려줘야 할 보험금)가 해약환급금(원가 부채 기준)보다 작은 경우 부족액만큼 적립하도록 한 제도다. 보험사 입장에선 자본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 비율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해야만 해약환급금 준비금 부담을 덜 수 있다. 금리인하기인 만큼 보험사들 입장에선 이중고가 될 수 있다. 떨어진 시장금리가 K-ICS 비율 하락에 영향을 주고 연장선상에서 쌓아야 할 준비금 규모가 확대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일정수준의 건전성을 갖춘 보험사만 준비금을 덜 쌓는 방안을 제시했다. K-ICS 비율 200% 이상인 보험사는 기존 준비금의 80%만 적립하도록 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K-ICS 비율이 200%를 밑도는 보험사는 삼성생명(193.5%), 한화생명(164.1%), 현대해상(170.1%), 동양생명(160.3%) 등 4곳이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280.6%), DB손보(228.8%), 한화손보(215.8%)이 해당 비율이 200%를 웃돌았다.
K-ICS비율은 ‘가용자본’과 ‘요구자본’으로 구할 수 있다.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백분율로 나타낸 값이다. 가용자본과 요구자본의 개념도 어렵지 않다. 말 그대로 가용자본은 ‘내가 쓸 수 있는 돈’이고, 요구자본은 ‘내게 돈을 빌려준 사람이 요구하면 갚아야 하는 돈’이다. ‘가용자본=자본’, ‘요구자본=부채’로 이해하면 더욱 쉽다.
문제는 금리 인하다. K-ICS 비율 하락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리가 내려가면 부채뿐 아니라 자산의 현재 가치도 늘어나지만 부채의 만기가 더 길기 때문에 부채 증가폭이 더 크다. 부채가 자산보다 큰 폭으로 증가해 자본이 감소한다. 보험연구원은 기준금리가 1%포인트 하락하면 생보사 K-ICS 비율은 25%포인트, 손보사는 30%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 해약환급금 준비금 적립, 배당 재원 ↓
보험사들이 호실적에도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것은 해약환급금 준비금 제도와 연관이 깊다.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도록 한 IFRS17은 보험사 회계 계정과목에 해약환급금 준비금을 뒀다. 준비금은 시가로 평가한 보험부채가 해약환급금(원가 부채 기준)보다 작은 경우 부족액만큼 적립하도록 한 것이다. 결국 해약환급금 준비금이 커지면 보험사의 배당재원은 줄어드는 구조인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K-ICS 비율에 따른 준비금 적립에 차등을 두도록 했다. K-ICS 비율이 200%를 웃돌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률을 현행 대비 80%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IFRS17 도입 후 벌어들인 순이익보다 해약환급금 준비금 증가 폭이 더 커 주주 배당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K-ICS 비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실질적으로 수혜를 보는 보험사가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약환급금 준비금 규모가 커질수록 배당 여력이 줄어드는데, 현대해상이나 한화생명 등의 준비금 적립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리인하기에 접어들면서 건전성 지표(K-ICS)가 하락할 우려가 크기에 이에 따른 준비금 적립 규모도 확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배당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주가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K-ICS 비율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는 등 이른바 펀더멘탈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고 주주환원은 보험사 경영진의 의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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