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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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부동산 PF 제도 개선 방안 발표

자기자본비율 20~40%로 상향땐 분양가 인하 기대

“방향성 긍정…디벨로퍼간 양극화 심화 가능성”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개발사업에 투입되는 자기자본비율을 기존 5%에서 20%로 확대 유도하는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산업 구조를 선진화한다.

정부는 14일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의결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부동산 PF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부동산 PF는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발생하는 미래 현금흐름(수익성)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다. 작년 말 기준 부동산 PF는 약 230조원 규모이며 약 70%가 주거시설이다. 주택공급과 건설투자 주요 수단으로 활용됐다.

선진국의 경우 통상 시행사를 의미하는 디벨로퍼가 금융사·연기금 등 지분투자자를 유치해 30~40% 자기자본으로 토지 매입 후 건설단계에서 PF 대출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기자본 비율이 5% 이내로 토지매입부터 고금리 대출(브릿지 대출)을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문제가 있었다.

정부는 부동산 PF 제도를 개선해 시장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투자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시행사가 스스로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도록 유도한다. 다만 시장 여파가 클 수 있기 때문에 자기자본비율에 대한 강제는 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자기자본비율이 중장기적으로 20~40%로 상향되면 브릿지대출을 받지 않아도 돼 사업비 절감 및 분양가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현물출자 통한 안정적 사업구조 마련

먼저 정부는 안정적인 수준의 자기자본 확충 기반을 위해 현물출자를 통한 사업구조를 마련했다. 현재 PF 사업 토지비 비중은 20~40%이며 고금리 대출로 토지를 매입함에 따라 금리인상 등 대외변수에 취약하다. 때문에 대안으로 기업·개인이 보유한 유휴토지를 PF사업에 출자하고자 하지만 현물출자 시 법인세·양도세가 부과돼 출자가 곤란했다.

PF 자기자본비율 상향을 위해 고금리 대출을 통한 토지 매입 보다 토지주가 토지·건물을 현물출자(주주 참여)하도록 유지하겠다는 게 정부 개선 방안이다. 이를 위해 PF사업(리츠)에 현물출자 시 출자자의 이익실현 시점을 고려해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 양도차익 과세와 납부 이연을 적용할 계획이다. 실제 부동산이 매각돼 이익을 실현하는 시점까지 세금 납부 시점을 늦추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본 PF 대출 70%, 브릿지대출 27%, 자기자본 3%로 자본 구조가 구성됐을 경우 현물출자식으로 자기자본을 30%까지 올리면 브릿지대출을 받지 않고 토지매입이 가능하다.

정부는 현물출자 방식 활성화를 위해 선도사업 후보지도 공모할 계획이며 토지주의 의사결정 지원을 위해 부동산원 등 공공에서 리츠 설립 지원, 사업성 분석 등 컨설팅을 진행할 방침이다.

◆우수 디벨로퍼에 용적률 인센티브

이와 함께 정부는 높은 자기자본비율로 시행자가 관리·운영하는 개발사업에 용적률, 공공기여 완화 등 도시규제 특례를 부여한다. 기존에는 분양·준공 후 청산 구조는 운영까지 이어지는 사업방식 보다 자본확충 유인이 낮고 공실 등 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선 개발 이후에도 민간의 관리·운영을 통한 도시활성화를 목표했으나 참여를 유도할 제도적 인센티브가 미비했다는게 문제로 지적됐다.

보증심사시 ‘일정 수준 자기자금(토지비의 10% 또는 총사업비의 2% 이상)’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만 비율이 높아도 인센티브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자기자본비율이 높아 보증 리스크가 적은 사업장에 대해선 PF 보증료를 할인한다.

뿐만 아니라 은행과 보험사의 장기임대주택사업 참여가 가능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국내 금융회사는 업무용 목적 외 부동산 소유가 허용되지 않고 부수업무 또는 자회사 방식의 비금융 업무 수행도 제한해 왔다. 때문에 장기임대주택 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금융회사 참여가 필요하지만 국내 금융회사는 부동산 임대 업무수행이 곤란했다. 정부는 은행·보험법령을 개정해 자회사 소유, 간접투자(펀드 등) 방식을 통해 은행·보험사가 장기임대주택 사업을 영위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다.

정부는 리스크관리를 통한 자본확충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PF 사업의 자기자본 비율은 5% 내외로 30%를 웃도는 미국과 일본 등 타국 대비 과도하게 낮은 수준이다. 이에 PF 대출시 20% 정도 일정수준의 PF 사업 자기자본비율을 기준으로 위험가중치와 충당금을 차등화하도록 한다. 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이 낮을수록 금융사가 PF 대출에 대해 적립해야하는 자본금·충당금 비율을 높게 적용함으로써 시행사 자기자본비율 확충 유인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PF 대출이 기업대출 보다 연체율이 높고 PF 대출에 대한 위험가충치·충당금 규제는 충분히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PF 대출의 연체율 수준을 감안해 금융업권별 위험가중치, 충당금 규제를 정비할 계획이다.

◆PF 대출 시 사업성 평가 강화

그동안 PF 사업은 시공사·신탁사 신용보강으로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금융회사의 면밀한 사업성 분석 유인이 부족했다. 이에 시행사·시공사의 담보나 신용보다는 PF 사업의 사업성·안정성 등을 개관적으로 평가한 후 대출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PF 사업성 평가 기준·절차(수수료 원칙)를 마련하고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전문평가기관 인증, 대출 시 평가기관 사업성 평가를 의무화한다.

금융회사 대출시 리스크 완화를 위해 시행사 대신 시공사의 책임준공, 채무인수 등 추가 신용보강에 대해서도 국토부와 금융당국, 시행·건설·금융업권,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책임준공 TF’를 운영해 책임준공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도급·PF대출·신탁계약상 책임준공 연장사유를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서 등을 고려해 일치시키는 방안 및 책임준공 기한 도과시 배상범위를 구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PF 수수료 관행도 개선한다. 금융감독원의 PF 수수료 점검결과 지난해 4월까지 일부 불합리한 수수료 부과관행 및 차주에 대한 정부제공 부족 등 문제점이 확인됐다. 이에 PF 수수료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업계, 전문가 등이 참여한 ‘PF 수수료 개선 TF’를 통해 개선방안을 도출하고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인허가·대출·분양 등 PF 관련 정보의 체계적 관리 부재로 효과적인 정책 수립과 리스크 대응에 한계가 있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PF 사업의 유형별·지역별·단계별 추진현황과 재무현황 등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위해 ‘PF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토지신탁에서 신탁사의 책임준공 의무로 부동산 시장 위축 시 우발채무 현실화 등 위험이 있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부동산 신탁사의 토지신탁 책임범위와 기준을 표준화하고 건전성 관리기준을 개선하는 등 신탁사 PF 리스크 관리도 강화한다.

세부 내용·법 개정 등 결과 지켜봐야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PF 사업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도록 유도하겠다는 방향성은 긍정적이라고 보면서 지속적인 제도의 적정 수준과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는 PF 사업의 자기자본비율을 늘리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가급적 시장 충격이 적도록 의무·강제하기보다 ‘유도’하겠다는 식의 내용”이라며 “최근 2년처럼 PF가 이슈가 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으니 관련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설득력 있는 정책방향”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토지주의 현물출자의 경우 사업의 손익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현실화에 대해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책임준공 개선방안도 추후 공개될 세부적인 내용을 지켜봐야겠으나 민간공사의 경우 표준도급계약서의 사용이 의무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5% 안팎의 저자본으로 고금리의 브릿지론 등 PF 대출에 의존해 개발하는 지금의 분양형 디벨로퍼의 문제점을 명확히 직시하고 금리·경기변동 등 부동산 환경의 급변에 노출되더라도 시행·시공·신탁·금융사의 사업 위험을 낮출 장기 방안을 마련했다고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함 랩장은 “부동산 시장의 공급 비탄력성을 고려할 때 ‘PF 통합정보시스템 구축’은 PF 관련 정보의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 있어 PF 관련 주체들의 정보확보와 시장예측, 대응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봤다.

다만 함 랩장은 “이번 대책의 정책의 방향은 올바르나 추진 과제 등이 대부분 2025년 법 개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부동산 PF 선진화 효과는 2025년보다 2026년 현실화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중장기적으론 자본과 설계·MD·분양 및 임대·운영 노하우까지 두루 갖춘 규모 있는 디벨로퍼와 영세 디벨로퍼 간 양극화는 더 심화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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