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통업계에서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경영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의 ESG경영은 재무적인 정량 지표라기보다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가늠하는 비재무적인 지표로 통한다. 기업의 생리가 이윤추구인 만큼 ESG경영의 중요성은 계속 커지고 있으며, 지속적인 성장성 등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특히 재무제표에 기타비용·손실로 계상되는 기부금은 기업의 ESG경영의 이른바 '민낯'을 단편적으로 엿볼 수 있는 항목으로 주목할 만하다. <편집자주>

▲ESG 관련 이미지. ⓒ어도비 스톡
▲ESG 관련 이미지. ⓒ어도비 스톡

롯데지주·CJ·현대지에프홀딩스·신세계·이마트 중 작년 기부금 증가한 곳 CJ뿐

작년 기부금, CJ 547억원 1위…현대지에프홀딩스 199억원, 롯데지주 170억원, 이마트 90억원·신세계 73억원 순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국내 주요 유통사 롯데·CJ·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사와 지주사격 계열사 중 CJ만 지난해 기부금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지주사 없이 신세계와 이마트를 주요 계열사로 두고 이들이 지주사격으로 운영된다.

지주사는 흔히 그룹 지배구조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위집단으로 일컬어진다. 지주사에 종속된 자회사들은 지주사가 내놓은 투자·수익 경영 전략, ESG경영 방침 등에 기반해 움직이기 마련이다.

지주사와 지주사격 계열사의 기부금 항목을 보면 그룹 전체가 추구하는 사회적 책임의 이행 수준과 기조를 단편적으로나마 가늠해볼 수 있어 기부금 항목이 주목된다.

기부금은 수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고 사회에 이윤을 환원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자발적으로 기업의 재량에 따라 지출하는 비용이다. 기업의 기부 대상은 정부, 사회기부단체, 문화예술단체 등 다양하다.

재무제표에 계상된 기부금은 기업의 ESG보고서에 기재되는 기부금과 금액차가 발생할 수 있기도 하다. 이는 기부금의 성격을 어떻게 분류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수익 창출의 목적이 아닌 비용 지출일 경우 재무제표의 기부금 항목에 총체적으로 계상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지주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전년보다 떨어진 가운데 기부금도 줄었다. 반면, CJ는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전년도에 비해 줄었으나 기부금은 늘었다.

현대지에프홀딩스의 경우 지난해 영업손실을 개선했지만 여전히 적자인 상태로 기부금도 줄었으며, 신세계그룹의 경우 이마트와 신세계 모두 기부금이 줄었다. 다만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줄었으나 신세계의 영업이익은 오른 상황이다.

이들 기업 중 지난해 기부금이 늘어난 곳은 CJ 한 곳 밖에 없었다.

CJ그룹 관계자는 기부금이 늘은 것에 대해 "CJ그룹은 취약계층, 긴급재난 구호 등 지역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적극적인 지원 노력을 하면서 기부금이 늘었다"면서 "앞으로도 나눔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롯데지주의 올해 1분기 기부금은 81억원으로 전년동기 64억원보다 17억원 늘었다. 신세계 올해 1분기 기부금은 14억원으로 전년동기 8억원보다 증가했다. 이마트의 올해 1분기 기부금 37억원으로 전년동기 32억원보다 5억원 늘었다.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올해 1분기 기부금은 1억원으로 전년동기 5,300만원보다 늘었다.

​한국ESG기준원에(KCGS) 따르면 2024년 기준 롯데지주 종합등급 A(환경A, 사회A+, 지배구조A), CJ 종합등급 A(환경A,사회A+,지배구조B+), 이마트 종합등급 A(환경A, 사회B+, 지배구조A), 신세계 종합등급A(환경A, 사회A+, 지배구조A), 현대지에프홀딩스 종합등급 A(환경 A, 사회A+, 지배구조A)다.

◆작년 영업이익률 신세계 10.0% > CJ 4.9% > 롯데지주 3.2% > 이마트 1.2% > 현대지에프홀딩스 영업손실 110억원

지난해 유통업계는 엔데믹에 들어서며 온오프라인 경기가 모두 회복한 듯 했으나 글로벌 경기 위축 등 이른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영향이 지속됐다. 특히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경영부담이 가중돼 제조·유통업체 모두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증감률(%) 추이를 보면 전체 유통업체 매출증감률은 전년비 2019년 4.3%, 2020년 5.5%, 2021년 11.3% 오름세이다가 2022년 9.2%, 2023년 6.3%로 증감률이 떨어지고 있다. 매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영향으로 롯데지주의 경우 지난해 기부금은 170억원을 기록했으나 전년(212억원)보다 20%나 줄었다.

지난해 롯데지주의 영업이익률(2023년 매출 15조1,597억원, 영업이익 4,936억원)은 3.2%로 전년 영업이익률(2022년 매출 14조1,118억원, 영업이익 4,898억원) 3.4%보다 0.2%포인트(p) 감소했다.

지난해 롯데지주의 자본(9조6,728억원)에서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0.17%로, 2022년 롯데지주의 자본(9조7,662억원)에서 2022년 기부금(212억원)이 차지하는 비중 0.21%보다 0.04%p 줄었다.

CJ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률(2023년 매출 41조3,526억원, 영업이익 2조390억원) 4.9%로 전년(2022 매출 40조9,248억원, 영업이익 2조1,542억원) 영업이익률 5.2%보다 0.3%p 줄었다.

​다만, CJ의 경우 기부금이 타사 대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기부금 547억원으로 전년(394억원)보다 38% 늘었다.

CJ의 지난해 자본 17조8,928억원에서 기부금(547억원)이 차지하는 비중 0.30%로 2022년 자본 17조7,733억원에서 기부금(394억원)이 차지하는 비중 0.22%보다 0.08%p 늘었다.

​현대지에프홀딩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 2조6,294억원으로 전년(매출 1조9,569억원)보다 늘었으나 지난해 영업손실이 110억원으로 전년 영업손실 308억원에서 적자폭을 개선했으나 여전히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지난해 영업손실률 0.04%(2023 매출 2조6,294억원, 영업손실 110억원)로 전년 영업손실률 1.57%보다 1.53%p 개선했다.

이 가운데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지난해 기부금은 199억원으로 전년(282억원)보다 30% 가까이 줄었다. 지주사 중 가장 큰 폭으로 기부금이 줄은 것이다.

다만, 현대지에프홀딩스의 경우 지난해 영업적자를 지속했으나 기부금은 199억원으로 CJ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또,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지난해 자본 3조5,209억원에서 기부금(199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0.56%로 였으며, 이는 2022년 자본 2조1,988억원에서 기부금 282억원이 차지하는 비중 1.28%보다 0.72%p 줄었다.

신세계그룹은 지주사가 없지만 주요 계열사인 신세계(상장사)와 이마트(비상장사)를 합산해 기부금을 살펴보면 지난해 163억원(신세계 73억원+이마트 90억원)으로 전년 179억원(신세계 78억원+이마트 101억원)보다 9% 줄어들었다.

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률(2023년 매출 15조1,418억원, 영업이익 1,879억원)은 1.2%로 전년 영업이익률(2022 매출 15조4,868억원, 영업이익 2,588억원) 1.6%보다 0.4%p 감소했다.

​이마트의 지난해 자본 10조4,615억원에서 지난해 기부금 9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0.08%로, 2022년 자본 10조4,210억원에서 2022년 기부금 101억원이 차지하는 비중 0.09%보다 0.01%p 줄었다.

신세계의 지난해 영업이익률(2023년 매출 6조3,570억원, 영업이익 6,397억원) 10.0%로 전년 영업이익률 8.2%(2022 매출 7조8,127억원, 영업이익 6,454억원)보다 1.8%p 늘었다.

다만, 신세계의 지난해 자본 6조3,399억원에서 지난해 기부금 73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0.11%로 2022년 자본 6조2,517억원에서 2022년 기부금 101억원이 차지하는 비중 0.16%로 0.05%p 줄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기부금이 감소한 것에 대해 "지난해 기부금이 줄어든 것은 영업난이 가중된 영향 탓으로 보인다"며 "기업의 이윤을 선제하지 않고 이뤄지는 과도한 기부도 주주에 대한 배임이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도 어긋나는 것이다"고 밝혔다.

또, "기업이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ESG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일차적으로 고용할 수도 없고 세금도 내지 못하는 등 사회적 기여를 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회장 보수는 증가…보수총액, 신동빈 > 정지선 > 정용진 순

지난해 유통업황이 좋지 않았던 만큼 대부분의 회사가 기부금을 줄였다. 그러나 이들 유통 대기업의 최고위직 임원 보수를 살펴보면 기부금과는 반대 양상을 보이며 대다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금은 줄었음에도 '회장님' 보수는 늘어 난 것이다.

실제 지난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지주에서 수령한 보수총액은 64억4,900만원으로 2022년 보수총액 61억6,500만원보다 3억원 가량 늘었다.

​작년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현대지에프홀딩스 대표로 받은 보수총액은 5억6,500만원이다. 다만, 현대백화점그룹의 주력 계열사 현대백화점에서는 지난해 47억4,000만원을 받아 2022년 수령한 보수총액 43억4,900만원보다 증가했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은 지난해 보수총액 36억8,600만원으로 2022년 보수총액 35억800만원보다 1억7,800만원 늘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해 이마트 부회장으로 받은 보수총액은 36억9,900만원으로 2022년 보수총액 36억1,500만원보다 올라 역시 소폭 상승했다.

반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로부터 수령한 지난해 보수총액은 41억7,300만원으로 전년 보수총액(106억4,400만원)보다 크게 줄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총수의 고액 연봉에 대해 "연봉이 오른건 기부금이 줄어든 것과 별개로 오랜 경력과 경영 능력에 기반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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