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전국 곳곳에서 신축 아파트 하자가 나오며 입주 예정자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이달 말 준공승인을 계획했던 신축 아파트들에서도 하자 논란이 연달아 나왔다.

지난 4월 말 전라남도 무안 오룡2지구에 들어선 ‘힐스테이트 오룡’에서는 사흘간 입주자 사전점검이 진행됐다. 이후 해당 단지는 ‘역대급 하자’ 아파트라는 오명을 얻었다. 830가구에서 5만8,000여건의 하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아파트 외벽 일부가 휘어있는 듯한 모습인데다 내부 벽면에 정상적인 내장재가 아닌 바닥 타일이 채워지고 바닥이 기울어있는 등 문제가 발견됐다.

해당 당지 입주 예정자들은 한 세대당 100건 이상 하자가 나왔고 외벽이 휜 이유가 콘크리트 골조 시공 문제라고 판단해 안전을 우려했다. 이에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홍현성 사장이 나서 사과문을 내고 하자 보수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힐스테이트 오룡에서 역대급 하자 발생 논란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지난 21일 대구에서도 두산건설이 이달 말 준공승인 계획을 앞뒀던 ‘뉴센트럴 두산위브더제니스’가 불법보수 논란에 휩싸였다.

업계와 부동산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밤 시공사가 계단 층간 높이(계단부터 천장까지 높이)를 규격에 맞추기 위해 몰래 보수공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건축물 피난·방화구조 등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계단 층과 층 사이 유효 높이는 2.1m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 아파트는 계단 층간 높이가 1.94m로 낮게 지어져 시공사가 모든 계단에서 약 16cm를 깎아 높이를 맞췄다고 입주 예정자들은 주장했다. 이 단지도 지난달 말 진행된 사전점검에서 2만건이 넘는 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는 3개동, 372가구 규모다. 

아파트 하자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아파트 하자와 관련한 시공품질 지적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됐지만 시간이 지나도 줄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건설업계가 부실시공 문제로 부정적 시선을 받으며 시공품질과 안전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웠음에도 아파트 하자 논란은 여전하다.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시공사와 입주자간 하자분쟁은 10년 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자분쟁처리건수는 2014년 연평균 약 2,000건이었던 데 비해 지난 2월 기준 연평균 4,300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특히 2019년(4,290건)부터는 3,000건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연도별로 ▲2020년 4,245건 ▲2021년 7,686건 ▲2022년 3,027건 ▲2023년 3,313건의 하자분쟁이 처리됐다.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하자 논란이 연일 터지자 국토부도 준공이 임박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하자 특별점검에 나선다고 지난 21일 발표했다. 앞으로 6개월 내 입주가 예정된 171개 단지 가운데 최근 부실시공 사례가 발생한 현장, 최근 5년간 하자 판정 건수가 많은 상위 20개 시공사의 현장, 벌점 부과 상위 20개사의 현장 등 총 23곳이 점검 대상이다.

국토부가 이번 특별점검을 통해 경미한 하자나 미시공 사례는 사업 주체와 시공사에 통보해 입주 전까지 보완하도록 하고 품질·안전관리 의무 위반이 적발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부실 벌점,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부과할 계획이다. 

신축 아파트 하자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국토부의 '발빠른 대처'가 나왔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품질·안전관리 의무 위반이 적발돼도 행정처분이 건설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까지는 관계기관의 처분수위 검토, 건설사의 소명, 법원 심의 등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즉각적인 패널티가 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와 업계는 아파트 하자 발생의 원인을 물가상승, 인건비 부담,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노동자 감소, 노동조합 파업으로 인한 자재수급 문제 등 다양하게 꼽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입주 일정에 맞추기 위한 시공사의 공사기간 부담과 준공 전 건설사가 분양대금을 받는 선분양제를 주 원인으로 보고 있다. 수년이 걸리는 아파트 건설공사 특성상 시공계약 시점과 분양시점 시차가 커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용 절감 노력이 시공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비자는 아파트 하자 발생에 대해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시공사의 공사기간 부담에 대해선 정부가 이미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 공사 지연 사유를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피한 사유' 외에도  자재수급 지연, 파업 등 객관적 증명이 가능한 선에서 인정하도록 했다. 공사가 지연되면 입주 예정자들이 하자를 점검하는 사전방문 일자를 최대 15일까지 늦출 수 있도록 개선했다. 사전방문일자 연기는 지난해부터 개선 추진된 사안이다. 

선분양제는 시공사가 아파트 준공 전 분양대금을 받기 때문에 시공품질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하자를 늘리는 데 일조한다고 평가받는다. 다만 최근엔 시공품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며 후분양제를 도입한 아파트 분양이 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후분양 비율은 16.2%로, 전년도 8.3% 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물가상승, 공사비 증가도 하자 발생에 주요한 사유는 아니라고 보인다. 최근 2~3년간 오른 물가, 금리, 공사비를 이유로 다수의 공동주택 현장에선 증액 계약이 체결되고 있어서다.

결국 아파트 하자를 줄이기 위해선 외부요인을 탓하기 보다 건설사의 책임의식이 중요하다. 주택사업 매출 비중이 60~70%를 넘는 건설사들이 판매하는 주력상품이 주택인데 분양·대금 시점에 따라 품질차이가 발생해선 안되는 게 맞다. 

또 보다 적극적인 소비자 보호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민간·공공 아파트 규모별 하자처리 건수 평균을 산정해 단지 규모 대비 과도한 양의 하자가 나왔을 경우 입주예정자들이 사업과 관련 없는 외부 점검 기관을 통해 하자판단 및 안전진단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관할 시공사에 보수 및 피해보상 조치를 결정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견본주택 등과 실제 주택의 품질 차이가 확연할 경우 소비자가 대처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통상 견본주택은 관람객의 내부 촬영이 금지돼 있다. 시공사가 영업비밀이나 기업 고유의 지적재산권이라는 이유로 견본주택 내부 촬영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이에 입주예정자들은 마감재, 벽·몰딩 등 색상, 문턱 위치, 옵션 가구, 발코니 확장 등에서 견본주택과 실제 주택 차이가 의심돼도 구체적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지난해 5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유경준 의원이 발의한 주택법 일부 개정 법률안인 소비자의 알 권리 보호를 위한 견본주택 내부 촬영을 허용하는 조항(제60조 제4항)과도 일맥상통한다. 

해당 법안은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에서 주택 소비자의 알 권리를 증진하고 주택의 품질에 관한 과장·허위광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견본주택과 실제 주택의 마감자재를 시각적으로 비교할 수 있는 수단이 확보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개정안의 입법취지가 긍정적으로 검토됐으나 심의단계에 멈춰있다.

신축 아파트 하자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으며 최근 대형 건설사 시공 아파트에서도 연일 하자가 논란인 가운데 수억원의 주택을 구매하면서 소비자 개인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문제를 고려하면 필요한 법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비자가 스스로 하자판단의 근거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이 하루빨리 마련됐으면 한다.

ⓒ박은영 기자
ⓒ박은영 기자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