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해저케이블. ⓒLS전선
▲LS전선 해저케이블. ⓒLS전선

15년 만에 초호황기…2029년까지 지속 전망

LS·대한전선, 작년 수주잔고 7조원…전년비 '껑충'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인공지능(AI) 산업 발달과 노후 전력 인프라 교체 수요가 맞물리며 전력 산업 슈퍼사이클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15년 만에 맞은 초호황기가 적어도 2029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전선업체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의 수주잔고는 7조원에 육박했다. LS전선이 5조2,431억원, 대한전선 1조7,35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2,2%, 14.9% 증가한 수치다. 

국내 대표 전선업체들의 늘어난 수주잔고와 함께 전력기기 수출량도 급증했다.

한국무역협회의 통계 시스템인 ‘K-stat’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변압기 수출액은 5억4,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1.8% 증가했다. 고압 케이블을 포함한 전선 수출도 6억7,6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5.7% 늘어났다. 변압기와 전선 수출을 합친 수출액은 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전력 슈퍼사이클 배경에는 전 세계적으로 AI 산업 발전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확충 수요,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 도래,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등이 꼽힌다. 

특히 슈나이더일렉트릭의 'AI 혁신:데이터센터 설계에 대한 과제와 지침(The AI Disruption:Challenges and Guidance for Data Center Design)' 자료에 따르면 AI를 적용한 데이터센터의 전력수요 증가율은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최대 3.3배 높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머신러닝·딥러닝,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을 활용한 AI 서버 기술이 전력사용량 증가를 초래하고 있어서다.

일례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챗 GPT의 경우 구글 검색에 쓰이는 전력보다 10배 가까운 전력을 소모한다. 텍스트형 AI 챗 GPT 외에 이미지 생성 AI의 경우, 이미지 하나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한 대를 충전할 수 있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AI 서버의 높은 전력수요는 서버 랙(Rack) 당 전력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전력·냉각 시스템에도 상당한 부담을 준다. 관련 기술이 점차 고도화되고 다양한 사업군에 쓰이기 시작한 만큼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의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량의 전력기기와 전선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란 의미다.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백악관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송전 인프라의 약 70%가 25년 이상 노후화됐다. 노후화된 송전 인프라로 광범위한 정전과 복구 시간 연장의 원인이 되다보니 현대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바이든 정부는 5년간 미국 내에서 16만km 규모의 송전선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대한전선은 미국 최대 송배전 전시회 'IEEE'에 참가해 노후 전력망 교체 솔루션을 부스 전면에 배치하고 미국 내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미국 내 전력망 교체 수요가 앞으로 증가할 전망이어서다.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발전 투자를 지속하는 가운데 해상풍력발전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 또한 국내 전선업체 성장세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바다에서 생성된 전력을 수요지까지 연결하기 위해서는 초고압 케이블이 필요한데, 그중에서도 송전 시 손실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초고압 직류송전(HVDC)의 경우 전 세계에서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이 6곳에 불과하다. 6곳 중 두 곳이 LS전선과 대한전선으로 이들 기업은 향후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늘어날 전망에 따라 그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근 구리 가격이 지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전선업체들의 최대 매출 달성 여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전선업계는 구리가격 상승분을 판가에 반영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계약에 포함시켜 구리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 매출도 그만큼 늘게 된다. AI 열풍과 전기차 보급, 해저케이블 등 신규 수요 대비 구리 공급이 부족한 현상이 길어지며 구리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향후 10년간 구리 수요는 최소 1,000만톤 이상 증가해 3,660만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급은 기존 광산 노후화, 투자 부족, 신규 광산 개발 부진 등으로 상당한 공급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타이트한 수급여건으로 구리 가격 상승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5년 만에 도래한 이번 전력산업의 확장 사이클은 과거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번 사이클은 교체 수요뿐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신재생에너지 등 신규 수요가 함께 반영돼 적어도 2029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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