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를 앞둔 기업 주식은 매수하지 말라.”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미투자자들이 자주 듣는 격언이다. 실제 국내 오너일가 기업은 회사 이익과 주주가치 제고보다 가족 승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강성부 대표는 “오너일가들은 자신들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주주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편취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재벌들은 높은 상속세로 인해 자녀 승계는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50%가 넘는 상속·증여세율은 이들도 부담이 될 법 하다. 이러한 상속 부담은 일감몰아주기, 계열사 합병 등 편법승계를 부추긴다. 이는 대한민국 상장기업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SR타임스는 승계를 앞둔 기업들의 살펴보고 주주가치 및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 (왼쪽부터)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 ⓒCJ그룹
▲ (왼쪽부터)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와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 ⓒCJ그룹

CJ올리브영 기업가치 커져…IPO 보다 지주사 합병 승계구도 개편 유리 분석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CJ그룹의 자회사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3세 경영 승계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CJ올리브영은 CJ그룹 오너 3세인 이선호·이경후 남매의 지분 비중이 가장 높은 계열사다. 이러한 지분 관계 특성상 올리브영이 CJ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축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승계 방식을 놓고 업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당초 CJ올리브영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CJ그룹이 국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보유한 CJ올리브영의 지분을 재매입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업계에서는 CJ그룹 3세 승계 구도에서 CJ올리브영과 지주사 CJ가 합병하는 시나리오를 내놨다.  다만 두 기업이 합병할 경우 CJ의 가치가 낮게 책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J올리브영, 작년 최대 실적…기업가치 5조원 수준 

2일 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매출 3조8,682억원, 영업이익 4,60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39.1% 69.7% 증가했다. 이는 뷰티시장 전체 규모(약 25조원)의 15% 차지한다. 

현재 헬스 앤드 뷰티(H&B) 업종에서는 CJ올리브영의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국내 H&B 시장에서 운영 점포 수 기준 CJ올리브영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021년 86.3%에서 2022년에는 90.0%, 지난해 말 93.1%를 기록했다. 

황성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내 H&B 시장은 멀티숍 경쟁사들의 사업축소와 철수 등이 이어지면서 올리브영의 천하통일 구도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며 “올해 올리브영의 예상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2% 늘어난 4조6,782억원, 예상 순이익은 전년 대비 16.5% 증가한 4,047억원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지난 2020년 2020년 프리IPO(상장 전 자금 조달) 당시 기업가치가 약 1조8,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최근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프리IPO 당시 보다 약 2배 이상 커졌다. CJ그룹은 지난 3월 글랜우드PE가 보유한 CJ올리브영의 지분 11.3% 재매입했다. CJ그룹이  글랜우드PE가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는 데 책정한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약 3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증권업계에서는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약 4조~5조원으로 추산한다. CJ올리브영의 지난해 영업이익(4,607억원)을 멀티플(PER 10배)로 계산해도 4조원을 웃돈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CJ올리브영은 H&B 시장 독과점 업체로 약 5조원이 넘는 IPO 대어라는 수식어가 붙여질 정도로 기업가치가 높아졌다”며 “추정된 기업가치 5조5,000억원은 지난해 순이익(4,936억원)에서 PER 11.2배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올리브영 매장 이미지 ⓒ CJ 홈페이지
▲올리브영 매장 이미지 ⓒ CJ 홈페이지

◆CJ올리브영, 합병설↑…지주사 CJ 가치 희석 우려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커지면서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 보다는 지주사 합병이 승계 구도 개편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CJ올리브영은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가 11.04%, 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이 4.21%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의 동생인 이재환 CJ그룹 전 부회장은 4.64%를 갖고 있다.

더욱이 CJ그룹이 올해 3월 사모펀드(글랜우드PE)가 보유한  CJ올리브영의 지분 11.3% 재매입하면서 상장을 서둘 필요가 없어졌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분위기는 올리브영의 상장보다는 합병 혹은 포괄적 주식 교환의 가능성에 좀 더 많은 기대를 거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재현 회장 아들 이선호가 3대주주인 올리브영의 가치가 높아진 만큼 승계 시점도 상당히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리브영의 IPO를 중단하면 지주사 특유의 중복 상장 리스크를 줄여준다”며 “올리브영의 IPO보다 100% 자회사화 가능성과 이를 통한 사업 지주회사 형태로의 프리미엄 등이 주요 투자 포인트”라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 실적 성장과 높은 이익률을 감안하면 지금이 IPO 적기이긴 하나, CJ 배당금 수익 가운데 올리브영이 차지하는 비중이 30-50%이므로 지분 강화가 오히려 CJ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지주사가 자회사를 인수합병할 경우 100% 지분을 사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 부담이 크다.

CJ그룹 관계자는 “현재 증권가에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만 아직까지 CJ올리브영의 상장이나 합병과 같은 절차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만약 합병을 할 경우 100% 지분 인수를 해야 하기에 비용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CJ의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과 순차입금 고려한다면 CJ올리브영을 100% 자회사로 인수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며 “이번 글랜우드PE 지분도 CJ가 직접 매입하는 것이 아니며, 22.6% 가운데 절반은 CJ올리브영이 자사주로 매입했고 나머지 절반은 타 금융기관에서 인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CJ가 보유한 CJ올리브영의 지분은 51.15%다. CJ가 올리브영과 합병을 한다면 잔여지분 48.85% 지분을 사들여야 한다. CJ가 글랜우드PE가 보유한 CJ올리브영의 지분을 사들일 때 기업가치(3조5,000억원)를 고려한다면, CJ올리브영의 추가 지분을 매수하는데 약 1조7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한다.

인수 합병은 어느 한쪽의 가치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CJ올리브영의 지분 관계를 살펴볼 때 합병 시 CJ올리브영에 비해 지주사 CJ의 기업가치가 할인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30일 종가기준 CJ의 시가총액은 3조7,259억원이다. 현재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가치(시가 기준)는 CJ올리브영이 CJ 보다 높다. 만약 CJ올리브영이 합병 비율이 높을 경우 옛 CJ 주주들은 상대적으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J와 CJ올리브영 합병은 올리브영의 기업가치 감안하면 임시주주총회를 거쳐야한다”며 “최근 주주권리 보호 움직임 고려한다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인수합병 시 시가합병배정이 아닌 공정가로 합병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CJ는 지난해 매출 41조3527억원, 영업이익 2조391억원을 기록했다. 자산규모는 47조2,038억원으로 CJ올리브영(2조108억원) 보다 20배 이상 크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시가 합병의 경우 대주주에게 유리하게 합병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며 “미국은 회계법인 2곳에 의뢰해 공정가치로 합병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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