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처럼 생생한 경제 이슈를 다룹니다.
경제의 A부터 Z까지 가장 쉽고 정확하게
국내·외 경제 이슈를 소개합니다.

▲삼양1963. ⓒ삼양식품
▲삼양1963. ⓒ삼양식품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트라우마는 일종의 '외상'입니다. 신체적 상처뿐 아니라 정신적 상처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각종 불안장애를 유발하는 만큼 극복을 위해선 엄청난 노력이 요구됩니다.

1989년 11월 3일 '우지(牛脂·소기름)파동' 발생.

2025년 11월 3일 우지를 사용한 라면 '1963삼양' 출시.

정확히 36년의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치욕과 회한으로 점철된 상처를 36년 만에 '진정한 맛'으로 승화시켜낸 것입니다.

하나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우리 회사와 임직원들이 함께 기울인 각고의 노력을 돌아보게 합니다.  트라우마를 극복한 '1963삼양'의 의미를 조명해봅니다.

◆"우지 파동의 기억"– 1989년 '그날'부터의 삼양식품 상흔

우지파동의 기억은 삼양식품에게 치욕의 기억이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인 1989년 11월, 라면에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는 투서가 검찰에 접수되면서 일은 시작됐습니다. 당시 언론은 우지를 '인체에 유해한 기름'이라는 보도를 내면서 사회적 불안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습니다.

하지만 삼양식품의 결백은 5년 8개월이 흘러서야 증명됐습니다. "우지, 통념상 '부적합' 이유없다". 고법 판결입니다. 

당시 학계와 보건당국이 우지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결론내리면서 오해로 밝혀진 것입니다.

이미 떠난 소비자 신뢰는 쉽사리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시중에 유통된 라면 전제품을 폐기해야 했습니다.

'삼양라면에 청춘을 바쳤던 직원'들도 회사를 떠나게 됐습니다.

-삼양식품의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삼양1963] 무죄 판결 받은 라면이 돌아옵니다' 영상 중

전동기 전 삼양식품 직원(삼양식품 1978년 8월 16일 입사, 38년 근무)은 "삼양식품 하면 제 인생의 전부였어요"라고 운을 떼며, 당시 우지파동 사태에 대해 "지금도 그 생각하면 분하죠, 억울합니다"고 회한이 담긴 눈물을 흘렸습니다. 

17년 근무한 신현석 전 삼양식품 직원 역시 일하던 당시를 떠올리며, "내가 최고의 기술자라는 그런 자부심을 갖고 했기 때문에.."라며 "(우지파동으로) 아니, 이렇게 좋은데... 누가 라면을 먹겠어요"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14년 근무한 이명옥 전 삼양식품 직원은 "20살에 입사해 힘든지도 모른채, 으샤으샤하면서 회사에서 일했던 생각이 아직 나요"라며, "시중에 깔린 라면을 수거하러 다녀야 하는 거예요, "잘못되는 거 아닌가, 문 닫는 거 아닌가..."라며 양손으로 눈시울을 훔치며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삼양1963, 회한을 끓여 미래를 만든다"

삼양1963에는 많은 회한이 담겨있습니다.

창업주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며느리이자 '불닭' 신화를 이끈 김정수 부회장은 삼양1963 행사에서 "돌아가신 창업주이자 시아버지가 평생 품고 있던 한을 풀어드리지 않았나 싶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고 전 명예회장은 남대문시장에서 '꿀꿀이 죽'으로 끼니를 해결하던 사람들의 모습을 계기로 1963년 한국 최초의 라면을 개발했습니다.

그는 '식족평천(食足平天 )'의 정신을 추구했습니다. '먹는 것이 족하면 천하가 평화롭다'는 뜻입니다. 

김 부회장은 "한때 금기처럼 여겨진 우지는 삼양라면의 풍미를 완성하는 진심의 재료였습니다, 부끄러움이 아니라 '정직'의 상징, 삼양이 추구해온 '진짜 맛'의 철학입니다"라며 식족평천의 정신을 강조했습니다.

이 같은 철학은 불닭의 매운맛에도, 삼양1963 맛에도 일관되게 흐릅니다. "대한민국 최초 우지유탕면, 깊고 진한 국물" "우지 함유 골든블렌드 오일 고소한 풍미의 면" "라면의 귀환 '삼양 1963'".

김 부회장은 삼양1963으로 단순 복고가 아닌, 시아버지가 세운 초심의 DNA를 계승하면서도, 우지와 팜유의 황금 비율로 구현한 골든블렌드 오일, 사골육수와 청양고추의 밸런스는 기술적 진화를 통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프리미엄 미식 라면입니다. 과거 삼양라면 제조 레시피의 핵심이었던 우지를 활용해 면의 고소한 맛과 국물의 깊은 맛 등을 한층 높인 것입니다.

이날 김 부회장은 "'우지'는 삼양라면의 풍미를 완성하던 진심의 재료였으며, 정직의 상징이자 삼양식품이 추구해온 '진정한 맛의 철학'이었습니다"며 "삼양1963은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초석입니다. 한국의 미식문화를 세계로 전파하는 글로벌 식품기업이 됐지만,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또 한 번의 혁신을 시작하겠습니다”고 강조했습니다.

트라우마의 식품사는 과거에 멈춰있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는 대목입니다.

저작권자 © SR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