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과 웨이브 로고ⓒ각 사
▲티빙과 웨이브 로고ⓒ각 사

내년 말까지 기존 요금제 유지 의무…OTT 시장 경쟁 제한 우려에 따른 조치

합병 성사 위해선 양측 주주 전원 합의 필요…KT, 주주가치 제고 고려해 검토  

[SRT(에스알 타임스) 문재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단, 두 회사는 내년 말까지 현재의 요금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공정위는 10일 티빙과 웨이브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 이 같은 내용의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티빙과 웨이브는 올해 12월 31일까지 기존 요금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또한 양사의 서비스가 통합될 경우, 기존 요금제와 유사한 가격대 및 서비스 수준의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고 이 역시 내년 말까지 유지해야 한다.

현재 요금제로 가입한 소비자들은 통합 서비스 전환 이후에도 동일한 요금제로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서비스 통합 후 기존 요금제를 해지했더라도 1개월 이내 재가입을 원할 경우 이를 허용해야 한다. 이는 OTT 이용자들이 일시적으로 구독을 쉬기도 하는 이용 방식을 고려한 조치다.

공정위는 이러한 조건을 설정한 배경으로 티빙과 웨이브의 결합이 유료 구독형 OTT 시장에서 일부 경쟁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들었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국내 주요 OTT 사업자가 넷플릭스, 티빙 및 웨이브, 쿠팡플레이 세 곳으로 줄어들어 가격 설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은 넷플릭스 33.9%, 티빙 21.1%, 쿠팡플레이 20.1%, 웨이브 12.4% 순이었다. 만약 통합된 서비스가 단독 상품을 없애고 결합 상품만 제공하게 된다면, 실질적인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공정위는 티빙과 웨이브가 보유한 실시간 방송 채널이나 프로야구 중계 콘텐츠의 선호도가 높아, 소비자들의 경쟁 서비스 이동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요금 유지 조건의 기한도 이러한 콘텐츠의 모바일 독점 중계권이 내년 말까지인 점을 고려한 결과다.

한편 공정위는 티빙 모회사인 CJ ENM이 경쟁사에 콘텐츠 공급을 제한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다. 방송·영화 콘텐츠 공급시장에서 CJ ENM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업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웨이브 관계사인 SK 그룹 자회사가 이동통신·유료방송 서비스와 OTT 서비스간 결합 상품을 통해 경쟁 사업자를 배제할 가능성 또한 적은 것으로 판단했다. 설령 SK가 타 OTT와의 제휴를 중단하더라도 KT, LG유플러스, 네이버 등과의 제휴를 통해 이용자 유입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가입자에게 특정 OTT 제휴 상품을 강제할 수 있는 여지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CJ ENM과 티빙은 웨이브 측 이사진 8명 중 대표 포함 5명, 감사 1명을 자사 인사로 구성하는 합의를 체결했고, 그 다음 달에 기업결합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번 승인은 기업들이 경쟁 제한 가능성에 대한 시정 방안을 사전에 제출하고 전문가 검토를 거쳐 이뤄진 ‘기업결한 시정방안 제출제도’에 따라 마련됐다.

공정위는 앞으로 티빙과 웨이브의 결합 회사가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등과의 경쟁 속에서 혁신적 성장을 이루도록 면밀히 관리 감독할 방침이며, 위법 행위가 발견될 경우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의 승인으로 모든 합병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 실제 합병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양측 주주 전원의 협의와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

티빙의 주요 주주 중 하나인 KT는 이번 합병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KT의 자회사인 KT스튜디오지니는 티빙의 지분 13.5%를 보유하고 있다. 김채희 KT 미디어부문장(전무)은 지난 4월 열린 미디어 토크 행사에서 “이번 합병이 과연 티빙 주주들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KT 관계자는 "국내 유료방송 전반에 대한 영향 뿐만 아니라 KT그룹과 티빙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미치는 영향과 티빙 주주로서 주주가치 제고에 유리한지 여부를 고려해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공정위 국내 OTT 사업자간 기업결합 심사 결과 관련해서는 입장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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