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진 커진 수익성 고민 속 AI 사업 성과 힘쓸 듯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가 성과 중심의 인사제도로 전면 개편하고 내부 체질 개선에 나섰다. 표면상 인사 혁신 조치지만, 그 배경에는 AI 중심 신사업 전환에 더해 실질적인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경영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컴은 최근 분기별 OKR(목표 설정 프레임워크) 기반 평가를 전사에 도입하고, 직무별 성과를 측정하는 ‘맞춤형 성과 측정 시스템’을 신설했다. 연간 기준으로 전 직원 중 최대 20%를 우수 성과자로 선정해 축하금과 역량 개발 지원금을 지급하며, 동일 연도 내 중복 수상도 가능하도록 했다.
한컴은 과거에도 성과 보상 측면에서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주목받은 바 있다. 2019년에는 그룹사 차원에서 우수 직원 10명에게 가평 지역의 토지 100평씩을 지급하며 소속감과 동기를 동시에 높이려는 전략을 펼쳤다.
이번 인사제도 개편은 한컴에 한해 이뤄진 것으로, AI 신사업의 성과 창출과 내부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조직 재정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실적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수익성 관리에 대한 경영진의 고민이 보다 구체화된 모습이다.
한컴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꾸준히 증가했다. 2022년 2,420억원이던 매출은 2024년 3,048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50억원에서 404억원으로 증가하며 외형 성장세를 이어갔다. 영업이익률도 10.3%에서 13.3%로 개선됐다.
다만 성장의 그늘도 존재한다. 2023년 한컴은 약 870억원 규모의 기타 손실이 반영돼 순이익이 급감했다. 종속회사 투자 손실과 환율 변동 등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024년에는 당기순이익이 13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지만, 여전히 불확실한 투자 구조와 변동성 높은 손익 흐름은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수익성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2020년 17%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점차 하락해 2024년에는 13.3%로 낮아졌고, 총자산순이익률(ROA)은 2020년 6.8%에서 2023년 -4.2%까지 떨어졌다가 2024년 2.1%로 겨우 반등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2020년 14.7%에서 2024년 4.1%로 낮아졌다. 자산과 자본을 활용해 실질적인 수익을 내는 데 있어 효율성이 다소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유동비율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2020년 164.3%에서 점차 상승해 2023년에는 277.2%, 2024년에도 231.6%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단기차입금은 2023년 18억원에서 2024년 83억원으로 약 4.6배 급증했다. AI·클라우드 등 신사업 확대를 위한 유동성 확보 조치로 해석되지만, 이자 비용 증가와 함께 단기 재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한컴은 인사제도 개편과 함께 ‘AI 수익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컴은 최근 ‘한컴독스AI’, ‘한컴어시스턴트’, ‘한컴피디아’ 등 생성형 AI 기반의 오피스 도구를 잇달아 출시하며 기업·공공 시장을 겨냥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왔다. 특히 116억원 규모의 국회 빅데이터 플랫폼 1단계 사업을 따내며 이를 시작으로 공공기관 및 하위 유관기관으로의 ‘낙수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외형은 커지고 있지만, 신사업의 실질 수익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내부 성과에 대한 체계적인 피드백과 인사 시스템의 정비가 향후 어떤 성과를 낼 지에 대해 관심이 모인다.
한컴 관계자는 “신사업 확대와 마케팅 비용 증가 등이 맞물리며 수익성이 다소 낮게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이번 인사제도 개편은 단순히 수익성 지표, 즉 숫자를 끌어올리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AI 사업에 본격 집중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효율성과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AI 분야에서 실질적인 수익을 내야 하는 시점인 만큼, 성과에 대한 보상 체계도 함께 강화한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