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사옥. ⓒ유한양행
▲서울 동작구 유한양행 사옥. ⓒ유한양행

보령 매출 1조 달성…대형사 6개로 늘어  

영업익 1000억원 상회 두 곳뿐…수익성 부진 ‘숙제’

[SRT(에스알 타임스) 방석현 기자] 국내 대형제약사들의 지난해 연간실적이 모두 공개됐다. 대부분 매출은 상승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익은 부진해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체적인 해외 연구개발(R&D) 수행을 위한 자금력을 가진 곳이 한두 곳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6대 제약사 2024년 연간 실적. ⓒ각 사
▲국내 6대 제약사 2024년 연간 실적. ⓒ각 사

17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비 11.2% 늘어난 2조 677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익은 전년비 각각 3.8%, 58.9% 줄어든 548억원, 551억원을 시현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폐암치료제 ‘렉라자’가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획득하며 기념비적인 일을 해냈다. 이로 인한 마일스톤 유입으로 국내 제약사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넘었다. 

이외에도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알러지 학회(AAAAI)에서 알러지 치료 후보물질 ‘YH35324’의 임상 1b상 초록이 공개돼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됐다. 이달 28일부터 개최되는 학회에서도 긍정적인 임상 1b상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유한양행의 이러한 성과는 매년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결과다. 유한양행은 부족한 기술개발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전략 아래 바이오텍 지분투자와 기술도입을 추진해 왔다. 

보령은 지난해 매출액, 영업이익이 전년비 각각 18.2%, 3.2% 늘어난 1조 171억원, 704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전년비 81% 증가한 727억원을 시현했다. 이전까지 전통 제약사 가운데 매출 1조원이 넘는 곳은 유한양행을 비롯해 녹십자, 종근당,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 5곳 뿐이었다. 보령도 연간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한 만큼 대형 제약사 반열에 오른 것이다.

보령은 지난해 HK이노엔의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공동판매를 비롯해 오리지널 브랜드 인수(LBA)를 통한 도입약들이 매출을 견인했다. 다만 도입약의 매출 비중이 높다 보니 수익성 제고가 시급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종근당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비 각각 5%, 59.7% 줄어든 1조 5,864억원, 995억원을 기록했다. 대웅제약, 녹십자, 한미약품 역시 매출 1조원을 넘었지만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은 곳은 대웅제약과 한미약품 두 곳뿐이다. 

이 같은 수익성 저하는 천문학적 금액이 소모되는 연구개발비와 함께 창업주 이후 오너 3, 4세대가 도래한 데 따른 오너가의 상속세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제약사도 FDA 임상을 위한 자금 여력이 없어 대부분 기술 수출을 하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의 경우 고 임성기 회장의 별세 이후 상속세 이슈로 인해 최근까지 모녀 측, 형제 측이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의 역사가 100년을 훌쩍 넘겼지만 매출 2조원을 넘는 기업이 이제야 탄생한 것은 좀 뒤늦은 감이 있다”며 “각 사들의 자금력을 고려하면 FDA 임상을 자체적으로 완료할 수 있는 곳은 몇 곳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산업의 역사는 길지만 산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신약 R&D에 많은 비용이 드는 데다 가업 상속에 따른 후계 경영에도 상속세가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선경 SK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미국과 중국의 규제 강화에 따른 인수합병·라이센싱 등 신약개발 사업기회 확대와 CMO·시밀러 사업의 매출 성장이 확실 시 되고 있다”며 “탄탄한 과학적 기반을 중심으로 한 기술적 차별화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 마일스톤을 성실히 이행한 기업들 중심으로 옥석 가르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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