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B세미콘, 주주가치 제고 위한 자회사 흡수합병
두산테스나·엔지온 합병 예정…“효율성 제고 기대”
[SRT(에스알 타임스) 방석현 기자] 반도체 후공정 업체들의 합병이 잇따르고 있다. 모두 업무효율성 제고를 위한 목적인 만큼 합병 이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후공정 업체 LB세미콘은 지난 3일 자회사 LB루셈을 흡수합병하는 이사회 결의를 마무리했다. 양사의 합병은 지난해 10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결정된 것으로 오는 21일 합병에 따른 신주가 상장될 예정이다.
LB세미콘은 합병을 통한 주주가치를 제고해 향후 글로벌 톱10 OSAT(외주반도체패키지테스트) 회사로 성장하겠다는 복안이다. 세부적으로 통합 후공정 서비스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비롯해 ▲ 우수 연구개발 역량·고급 기술 인력 확보 ▲ 재무·지분구조 개선 통한 자금조달 능력 강화 ▲ 중장기 지속성장 기반 마련이 목표다.
LB세미콘과 LB루셈은 반도체 후공정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 중 일부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범핑 및 웨이퍼(반도체 회로판) 테스트 공정이 중복되는 비즈니스 영역이다. 동일 고객 또는 유사한 고객이 많지만 법인이 다른 만큼 각기 다른 영업조직이 동일한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합병을 통해 제공하는 후공정 서비스 기술의 개발과 영업조직을 통합, 영업력을 확대해 기존 고객에게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새로운 고객 발굴 강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LB세미콘은 LB루셈 합병으로 재무상태 개선도 예상된다. LB세미콘은 별도기준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 59억원, 순손실은 85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에는 6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순손실도 152억원에 달했다. 2021년과 2022년 영업이익이 각각 317억원, 484억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LB세미콘의 유동자산은 1,033억원에서 768억원으로 200억원 넘게 감소했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급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3년 말 1,067억원 수준이던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9월 말 1,066억원으로 비슷했고 장기차입금도 1,301억원으로 거의 변화가 없다. 반면 LB루셈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15억원의 영업이익과 2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실속을 챙기고 있다.
LB세미콘 관계자는 “합병을 통해 재무구조의 안정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한편 고객 다변화와 경쟁우위를 기반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주환원을 위한 안정적인 배당가능이익 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테스트 장비 업체 두산테스나는 오는 28일 자회사 엔지온을 흡수합병할 예정이다. 사업역량과 경영자원 통합에 따른 시너지 창출과 경영효율화를 달성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두산테스나 역시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987억원, 1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영업이익이 줄은 상태다. 순익도 59억원으로 전년비 166%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625억원으로 직전년 보다 65.5%나 증가했다. 다만 자회사 엔지온도 영업이익과 순익 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부채는 늘고 자산, 자본은 줄어든 상태다.
두산테스나 관계자는 “양사는 합병신주를 발행하지 않는 무증자 합병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본 합병이 존속회사인 두산테스나의 경영, 재무, 영업에 유의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완전자회사 합병을 통한 사업효율성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업계는 전공정에 의한 미세화, 첨단화에 한계로 인해 후공정 반도체 제조 기업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빅테크 기업들의 요구 사항이 까다로워지고 있는 데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한 후공정 업체들의 보폭이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