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HD현대오일뱅크
▲충남 서산시에 위치한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전경. ⓒHD현대오일뱅크

미국 원유 증산에 따른 저유가 안정화 예상…수요 커져야 정제마진 개선 

[SRT(에스알 타임스) 선호균 기자]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가 국제 유가 하락과 글로벌 산업 수요 둔화로 정제마진이 하락하며 3분기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은 정유업계로서는 호재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파리협약을 탈퇴하고 석유·석탄·가스 등의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할 뜻을 내비쳤다. 특히 관련 규제 완화를 위해 ‘에너지 차르’를 백악관에 신설하는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정유업계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원유 생산이 늘어나면 국제 유가가 하향 안정화되고 친환경 투자 부담이 줄어든 정유업계가 안정되면서 장기적으로 정제마진을 회복할 수 있어서다. 

2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7조6,570억원, 영업손실 4,233억원을, GS칼텍스는 같은 기간 매출 11조6,521억원, 영업손실 3,529억원을 기록했다. 에쓰오일도 같은 기간 매출 8조8,406억원, 영업손실 4,149억원을, HD현대오일뱅크는 같은 기간 매출 7조5,898억원, 영업손실 2,681억원을 냈다. 

정유 4사가 모두 적자를 기록한 원인으로 국제 유가와 정제마진 하락이 꼽힌다.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과 환율 하락과 같은 일회성 요인과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석유 제품 수요 감소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런 와중에 미국에서는 석유·가스·석탄 등의 화석연료 에너지에 관심을 두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한국 정유업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트럼프 집권 2기에는 석유 시추가 확대되면서 미국의 에너지 수출 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황성현 연구원은 “미국 석유 생산량이 증가하면 원유 해외 수출 확대와 유가 하락의 흐름이 예상된다”며 “현재 기준으로는 정제설비 증설 계획이 0.5% 이하로 적은 상황이어서 석유 제품들의 가격 하락은 유가에 비해 더딜 것”이라고 전망했다. 

iM증권 전유진 연구원도 “정제마진 약세 지속으로 메이저 업체들 중심으로 정제설비도 폐쇄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는 중”이라며 “2026년 이후부터는 신규 원유정제시설 물량도 확연히 감소하는 만큼 정제마진 상승 탄력도는 보다 강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정유 4사는 미국의 원유 공급이 많아지면 유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석유정책이 지속될 경우 수요 확대 가능성에 우호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과거 트럼프 1기 집권 시절에는 국제 유가의 변동폭이 크지 않았다. 

페트로넷에 따르면 트럼프 제1기 행정부는 2017년 1월 20일부터 2021년 1월 20일까지로 이 기간동안 서부텍사스유(WTI)의 평균 국제원유가격은 배럴당 53.24달러였다.

트럼프 집권 시기 중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2018년 12월 24일 배럴당 42.53달러로 저유가였다. 이달 19일 WTI 국제원유가격 종가는 배럴당 69.24달러로 트럼프 집권 시기때보다 30% 상승했다. 

대한석유협회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화되면 유가가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석유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변수가 많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트럼프 한 사람의 당선으로 인해 피해를 본다거나 하는 내용을 단편적으로 알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 중 하나인 미국의 에너지 가격 하락과 화석연료 규제 완화가 현실화되면 유가가 하향 안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국내 정유업계에 영향을 미치는 양면적인 측면이 존재하며 세계 경제가 활황이 돼야 정제마진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유업계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기대감을 보였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미국(트럼프 행정부)이 연료유 위주의 석유정책을 지속할 것 같아 수요 측면에서는 안정적인 분위기가 될 것 같다”며 “올해 4분기에는 동절기 계절적 수요로 인해 정제마진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도 “미국산 석유 수출을 많이 하겠다고 하는데 정책이 영향을 미칠지는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미국 원유는 FTA로 관세는 없지만 운임료가 더 소요되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가도 중요하지만 제품에 대한 시장 수요에 영향을 받는 정제마진이 더 중요하다”며 “정제마진이 안좋았던 것은 수요가 약화된 측면이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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