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기자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 전경. ⓒ박현주 기자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물가? 말이라구!"

지난 5일 서울 전통시장으로 유명한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과일 상품을 둘러보던 60대 여성 2명에게 "요즘 물가 어떻게 느끼나"라고 묻자 이같이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얘기다. 

지난 9월 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기 대비 2.0%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2.5%에서 2022년 5.1%로 치솟았다가 2023년 3.6%를 기록하면서 상승률이 줄었지만 여전히 3.0%대를 넘었다. 지난 5월 2.7%, 6월 2.4%, 7월 2.6%를 기록하면서 지난해보다 낮은 상승률인 2.0%대를 기록하다 지난 8월 2.0%가 된 것이다. 물가상승률 2.0%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에 부합하는 수치로 물가안정세에 들었다고 정부는 해석하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로 내려와 물가가 안정됐다고 보고있지만 소비자입장에서는 여전히 '비싸다'고 체감하고 있다. 특히 추석상차림의 주요품목인 농축수산물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4% 올랐다. 세부적으로 농산물은 전년동월비 3.6% 올랐고 수산물은 1.8% 증가, 채소류는 1.7% 하락했다. 농축수산물에서 주요 등락품목을 보면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품목은 배(120.3%), 김(29.3%), 사과(17.0%) 순으로 나타났다. 전월대비 '시금치' 소비자물가의 경우는 무려 '62.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5일 오후 기자는 추석을 앞두고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청량리청과물시장을 찾았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찾은 시장에는 소비자와 상인들로 북적였다.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전통시장을 찾은 소비자 대다수는 "전통시장도 비싸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만큼 지난해는 고물가로 모두가 몸살을 앓았다.

반면, 올해는 지난해와 다르게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확실히 저렴하다고 말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이날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만나본 소비자들은 "그래도 전통시장은 상품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장을 보던 60대 여성 A씨는 "다른 곳에 비하면 확실히 여기가 싼 것 같다"며 "싱싱하고 품질도 좋아 전통시장에 온다"고 말했다.

▲4개에 1만원으로 팔리고 있는 홍로 사과. ⓒ박현주 기자
▲4개에 1만원으로 팔리고 있는 홍로 사과. ⓒ박현주 기자

특히 지난해 추석 과일 가운데 비싼 가격으로 '금사과'로 불렸던 '사과' 가격이 올해는 내려가면서 전체 상차림 비용 감소에 일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4인 가족 기준 차례상 비용은 전통시장 기준 30만원, 대형마트는 39만원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지난해 대비 각각 2.0% 감소했다.

이에 따라 통상 오름세였던 예년의 명절 차례상 비용과 비교해 이례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지난해의 경우 폭염, 호우, 태풍 등 기상 악화로 인한 작황부진으로 사과·배 가격이 크게 오른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사과 가격은 오르지 않고 떨어졌다.

지난 5일 기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가격정보에 따르면 사과 홍로(10개)는 2만6,135원으로 지난해보다 11.5% 감소했고 평년(2만7,797원)보다는 5.98% 감소했다.

특히, ​전통시장 사과 가격은 평균 4~5개에 1만원으로 가격정보 평균치보다 더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 상인, "사과값, 떨어졌나?…명절용 사과값은 여전한데"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와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느끼는 체감물가가 다른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이날 방문한 전통시장 사과 가격은 지난해보다 크게 내린 수준이 아니었다. 지난해에도 사과 4~5개 기준 1만원꼴이었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전통시장의 사과 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진 건 아니라는 얘기다.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청과물 장사를 하는 50대 상인은 올해 사과 가격이 내렸다는 데에 대해서는 "절대(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 상인은 "예년과 비교했을 때 사과, 배 가격은 여전하다"며 "소량으로 바구니에 담아 파느냐, 추석 명절 선물용 상자로 포장해 파느냐에 따라 다른데 보통 선물용으로 박스채 구입하면 소비자들이 체감하기에 더 비쌀 듯하다"고 말했다. 또, "샤인머스켓은 재배량이 많아지면서 가격이 내리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체감물가는 떨어질 지 언정 물건을 파는 상인들이 가늠하는 소비자들의 체감물가는 여전했다. 체감물가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다.

배 가격은 뛰었다. 전통시장 안에서도 배1개가 통상 3,000~5,000원으로 지난해 배3개 통상 5,000원인 것과 비교했을 때 올랐다. 다만 10개의 1만원인 곳도 있었다. 기자는 상인에게 "여기는 왜 이렇게 싸냐"고 묻자 "크기와 재배지 따라 배값이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5마리에 1만원으로 팔리는 굴비조기. ⓒ박현주 기자
▲5마리에 1만원으로 팔리는 굴비조기. ⓒ박현주 기자

​수산물 중에는 특히 조기, 김 가격이 뛰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과 어획량이 감소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격정보에 따르면 굴비의 경우 1마리 3,301원인데, 지난해와 평년(2,015원)보다 63.82% 증가했다.

이에 비하면 전통시장에서는 굴비 4~5마리에 1만원대로 팔리니 보다 저렴한 셈이다.

올해 초부터 기후변화에 따른 원초 가격 상승 탓에 김 가격도 뛰었다. 5일 기준 마른김 중품 10장 1,354원으로 전년보다 38.0% 오르고 평년보다 49.1%늘었다.

전통시장에서는 1봉에 1,000원꼴로 팔리니 정부에서 조사한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전통시장 상인은 "마트에서 파는 조미김과 비교하면 가격이 2배차 정도 난다"고 했다.

​◆전통시장서 체감물가는 떨어졌다만...정부 물가 안정 '2%대' 와닿지 않아

대체적으로 최근 가격 증감폭이 큰 품목을 위주로 살펴볼 때 전통시장에서는 해당 품목들이 평균 가격과 비슷하거나 더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직접보고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전통시장을 찾는 주요한 이유다.

전통시장의 한 상인은 "가격이 싸면서도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추석 임박해서는 시장이 미어터질 정도로 사람이 많다"며 "그게 아니면 왜 여기서 물건을 팔고 있겠나"고 반문했다.

다만,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들과 상인들은 "물가는 떨어지지 않았다"는 볼멘소리를 냈다.

정부는 물가가 안정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기상이변, 국제유가 불안 등의 물가상승요인 변동성이 크지만 않다면 소비자 물가는 2% 초반으로 안정될 전망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2% 상승에 그쳐서다.

다만, 체감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올해 물가는 2%대로 지난해와 비교해 물가관리가 되는 추세이긴 하다"면서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제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물가는 지속적으로 올랐기 때문에 '2%대'라는 숫자가 그다지 체감이 안되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 명절을 앞두고 장보는 것과 평상시에 장보는 것과는 체감 비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명절을 앞두면 평상시보다 더 좋은 제품을 다량으로 구입하기 때문에 더 비싸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정부는 보다 과감하게 물가안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모든 품목에 대해서는 아니더라도 가격 증가폭이 높은 품목에 대해서는 공급량을 확 풀든가, 할인지원을 확실히 하든가 해야 하는데 적당히 하니 소비자들은 느끼지도 못해 계속 물가는 높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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