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방석현 기자] 제약업계에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영업판매대행사(CSO)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약사 입장에선 안정적인 의약품 수익이라는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자칫 '갑을 관계'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CSO는 영업판매 조직으로 주로 이전까지 제약사에서 영업을 담당했던 임직원들이 독립해 기존에 구축해 놓은 병원 등의 영업망을 바탕으로 제약사 약들의 판매를 대행하고 있다. 이에 CSO를 도입하는 중소 제약사가 늘면서 지급 수수료가 증가해 장기적으로 신약 개발 등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CSO에 지급하는 수수료는 통상 의약품 가격의 최대 50%로 전해지는데 재무제표상 지급수수료로 책정된다.
CSO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소 제약사들의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안국약품은 지급수수료를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1.5% 늘어난 954억원을 사용, CSO 활용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경동제약이 632억원으로 2위였다. 휴온스(486억원), 대원제약(484억원), 유유제약(99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안국약품의 지급수수료 954억원은 회사의 매출 2,336억원 가운데 비중 40.8%를 차지한다. 안국약품은 2년 전부터 영업 인력을 줄이고 CSO 비중을 높였다. 이 덕분에 적자 구조를 탈피했지만 지난해 매출 확대에 따른 수수료 급증으로 직전년의 반토막 수준인 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수혜를 입은 진해 거담제 '시네츄라'가 매출 증대를 이뤘지만 CSO 수수료가 회사의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경동제약의 지난해 지급수수료는 632억원으로 2022년 31억원보다 1,938% 늘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1,626억원으로 2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직원은 408명으로 1년새 180명이 짐을 쌌다. 회사의 제약 사업 매출이 1,514억원임을 감안하면 42%가 CSO를 통해서 발생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약사들은 증가하는 CSO 수수료로 인해 과연 비용적인 이점이 있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CSO가 갑자기 수수료를 대폭 올릴 경우 곤란한 처지에 빠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CSO가 결국 알리, 테무와 같이 시장을 교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제약사로서의 근간도 흔들릴 수 있다. 자체 개발 신약이 없는 제네릭(복제약) 위주의 중소 제약사들은 제품을 대부분 위수탁으로 생산하고 CSO만을 활용해 운영할 경우를 가정해 보면 결국 물건을 떼다 팔아넘기는 유통업자와 다를 바 없다. 이들은 생산, 영업 활동, 개발 등의 활동 없이 의약품에 이름을 붙여서 허가만 받고 중간유통으로 넘기는 것에 불과한 상태가 되고 마는 것이다.
단계가 심화되면 제약사 입장에선 필수의약품 공급이나 신약개발을 통한 질환의 치료나 높은 품질의 의약품 공급 같은 가치도 무의미해 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문제가 생겨도 과연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CSO의 형태에 대해 제약업계의 '양날의 검'이라는 비유가 나오듯 제약사 별로 강점 있는 품목들에 대한 차별화 전략을 시행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칫 큰 해를 입기 전에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