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아직 혼이 덜 난 모양이다. 임종룡 우리금융회장을 필두로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있으나마나 한 존재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100억대 횡령이 또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들이 관리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사실 일개 직원이 작정하고 돈을 빼돌리면,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쯤 되면, 경영진이랍시고 공허한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을 외칠 것이 아니다. 현실적인 대안은 임·직원 대상 윤리교육과 탐욕을 제어할 심리상담 프로그램 마련이다.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는 욕구 자체가 제어할 수 없는 상태로 보인다. 우리은행 임·직원들이 제정신이 아닌 다음에야 이럴 순 없다.

700억대 횡령이 발생한 지 2년 남짓. 또 다시 횡령액만 100억대다. 누가 더 많이 빼돌릴 수 있는지 내기라도 하는 모양이다. 잘못이 반복된다는 것은 경영진의 무능함을 자인하는 셈이다. 말로만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췄다고 외치고선 방관해왔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좋게 포장할 미사여구가 도통 떠오르지 않는다. 심각하다.

이번 100억대 횡령은 상환과 대출이 빈번한 최대 6개월짜리 기업 단기여신에서 발생했다.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해 일정금액을 반복적으로 빼돌린 것이다. 쉽게 말해 돈을 빌리고 짧은 기간 내에 갚는 대출에서 ‘야금야금’ 자기 호주머니로 착복한 것이다. 그것도 우리은행 일개 지점에서 일어난 일이라 가히 충격적이다. 횡령한 금액의 대부분은 가상화폐 투자에 사용됐다.

우리은행이 횡령사고를 대하는 태도는 정말 할 말이 없다. 지난 5월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횡령을 밝혀냈고, 이를 두고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된 사례라고 했다. 자신들의 곳간에 도둑이 들었는데, 뒤늦게 자물쇠가 망가진 걸 알고 교체했다는 게 자랑할 일인가. 뒤늦게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한다고 하면 만사형통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임 회장과 조 행장은 보이지 않는다. 취임 초부터 줄곧 강조한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과 윤리경영은 말짱 도루묵이 됐다. 그렇다면 취해야 할 경영자로서 행동은 사과다. 우리은행이 아니더라도 고객이 돈을 맡길 곳은 차고 넘친다. 인수합병으로 우리금융의 덩치를 키우고 사회공헌 형식으로 기부금만 내면, 할 일을 한 것이 아니다. 한 치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경영자의 사과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잘못을 했을 때 고객에게 보내는 진정성이 넘치는 메시지다. 고객의 신뢰를 붙잡아 두고 싶다면 꼭 해야 하는 것이다. 또 조직을 자신과 한 몸처럼 생각하고 일하는 임·직원의 떨어진 사기를 진작시키는 응원이다.

앞으로 우리은행과 사과 없는 경영진이 무슨 말을 하든 믿기 어려울 것 같아 그게 제일 두렵다. 인간의 본성은 바꾸기 어렵다. 그래서 횡령을 막는 방법은 지속적인 임·직원 의식구조 개선이다. 그런 현실적인 방법을 강구해 내놓는 것이 경영자로서 해야 할 일이다.

내부 신고를 할 경우 10억원의 포상금을 주겠다는 게 정상적인 사고는 아니다. 말 같지도 않다. 직원 간의 감시 문화를 만들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그럴 바엔 전 직원 대상 ‘부채증명서’를 제출받는 게 더 아름답다. 빚이 있으면 탐욕에도 눈이 멀 수 있다. 현실적인 관리 방안이다.

차라리 우리금융의 경영진부터 우리은행 말단 신입행원까지 분노를 느꼈으면 한다. 이래선 답이 없다는 분노가 의외로 자성의 목소리를 이끌어낼 때도 있다. 횡령을 할 경우 반드시 적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누구나 인식했을 것이다. 다만 은행권(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농협은행·대구은행)의 특성상 고객의 신뢰를 잃을 경우 각자의 밥줄이 끊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꼈으면 한다는 것이다.

‘객무신불립(客無信不立)’은 고객의 신뢰가 없으면 존립할 수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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