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상장기업들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달 26일 한국 증시의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증시의 고질병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 제대로된 평가를 받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 국내 기업들은 주주가치 제고 보다 오너 일가 혹은 지배주주의 이익에 편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대주주에게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부여하면서 회사 내 직원과 일반 주주의 이익은 편취당하고 있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비등기이사 등재로 오너의 책임경영 회피 ▲승계 위한 주가 누르기 등 다양한 편법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SR타임스는 오너 중심의 주요 유통 대기업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롯데지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롯데지주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롯데그룹은 2017년 롯데지주를 출범시키며 이른바 롯데그룹 회장인 신동빈 시대의 개막을 본격적으로 알렸다. 한때 ‘형제의 난’으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으나 신동빈 회장 중심으로 한 화학, 유통, 호텔, 제과 등 4개의 중심 사업을 주축으로 ‘뉴롯데’라는 새로운 비전을 내세웠다. 롯데그룹은 지주사 출범에 대해 ▲저평가됐던 기업가치 긍정적 재평가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강조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롯데그룹의 지주사와 상장 계열사의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는 여전히 오너 중심의 지배 체제, 사업 다각화를 위한 과도한 투자, 실패한 M&A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증권업계는 올해 롯데그룹의 기존 사업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는 “상장 자회사의 경우 구조조정 완료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했다.

신성장 사업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1,728억원, 순이익 487억원으로 그룹의 새로운 '캐시카우'로 부상하고 있다. 앞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월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인수를 완료했다. 롯데그룹은 이번 인수를 토대로 오는 2030년까지 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률 30%의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롯데지주 주가, 지주사 출범 후 '반토막'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롯데지주의 주가는 이날 종가기준 2만8,150원으로 지주사 출범 이후 반토막 수준으로 하락했다. 현재 롯데지주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현재 0.34로 CJ(0.80), GS(0.38) LG(0.55) 한화(0.53)와 비교해도 낮다. PBR이 0.3 수준이라는 것은 시가총액이 장부가치(자산) 대비 3분의 1 수준이라는 의미다.    

국내의 지주사는 통상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를 받고 있다. 모회사와 자회사들의 복수 상장이 더블카운팅되면서 지주사 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미국은 지주사와 자회사가 중복으로 상장하는 경우는 극히 적다. 지주사나 지배구조 상단의 모회사만 상장사로 두고 나머지 자회사는 비상장사로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으로 지주사인 알파벳은 상장사로, 자회사 구글과 유튜브, 딥마인드 등은 비상장사로 두고 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에 대한 기대로 저평가된 지주사에 대한 투자도 몰리고 있으나 여전히 할인된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게다가 삼성그룹, SK그룹, 롯데그룹 등 오너 지분율이 낮은 그룹사들은 정부가 제시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에서 제외됐다. 롯데지주의 자사주 보유 비중은 32.50%로 국내 상장기업 중에서도 높은 편이다. 

계열사의 자금 부담도 롯데지주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지주의 순차입금(기업의 총차입금에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뺀 수치)은 6조3,613억원으로 전년(5조7,038억원) 대비 11.52% 증가했다. 5년 전인 2019년 롯데지주의 순차입금은 3조1,698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2배 넘게 늘어났다.

이같은 차입금 증가로 롯데지주의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말 기준 1.5 수준으로 전년(2.3) 대비 올랐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은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이 많아 채무 상환이 어려운 잠재적 부실 상태로 평가된다. 롯데지주의 이자보상배율은 1이 넘지만 한해 동안 영업을 통해 번 이익의 대부분을 이자 상환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2021년까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분취득 및 계열 지원으로 차입부담이 증가했다"며 "2022년 이후에도 코리아세븐, 롯데케미칼 유상증자 참여와 롯데헬스케어 설립 및 증자, 롯데바이오로직스 추가 출자에 따른 자금소요가 지속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롯데지주 관계자는 “그동안 롯데그룹은 변화하는 사업 환경에 맞춰 대규모 투자를 해 왔다”며 “차입금 증가는 사업다변화를 위하 그룹의 투자”라고 말했다. 

◆‘재계 총수 연봉킹’ 신동빈 회장, 신사업 투자 기여했나  

오너 일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도 논란거리다. 지주사와 계열사의 자금 부담 확대에도 신동빈 회장은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았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롯데지주를 포함한 5개 회사에서 총 177억1,500만원을 받았다. 이는 재계 총수 가운데 가장 많은 액수다. 신 회장은 여러 계열사의 비등기이사로 있으면서도 막대한 보수를 챙긴 것이다. 

신 회장은 롯데쇼핑으로부터 19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반면 롯데쇼핑의 지난해 직원 수는 1만9,676명으로 전년(2만723명) 대비 1,047명 줄었다. 이들은 희망퇴직 등으로 이탈했다. 유통 빅3(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가운데 유일하게 인력이 감소한 것이다.

롯데지주는 "2022년 근속기간 성과에 대한 경영성과급으로, 임원 보수 규정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승인한 임원 보수 한도 내에서 매출액, 영업이익 등 회사의 경영 성과와 리더십, 윤리경영, 기타 회사 기여도를 종합적으로 참고했다"면서 "특히 지주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및 2022년 4월 롯데헬스케어, 2022년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 신규 법인 설립을 통한 그룹 신성장 동력 발굴 노력 등을 감안해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주사인 롯데지주의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은 1,637억원으로 전년(3,366억원) 대비 51.4% 감소했다. 그럼에도 신 회장이 지주사로부터 받은 연봉은 64억4,900만원으로 전년(61억6,500만원) 대비 4.6% 늘어났다. 

이와 관련 롯데지주 관계자는 ”신 회장이 최근 롯데칠성 등 일부 자회사의 등기임원으로 복귀함으로서 연봉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신 회장이 사활을 걸고 인수했던 미니스톱(일본계 편의점) 은 부메랑이 돼 ‘계륵’ 처지에 놓였다. 코리아세븐은 2022년 3월 미니스톱 지분 100%를 3,134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롯데지주가 약 92.3%(2024년 사업보고서 기준) 지분을 갖고 있는 코리아세븐의 평가손실은 약 903억4,700만원이다. 코리아세븐의 지난해 1,982억5,3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코리아세븐의 손실이 커진 것은 미니스톱 인수가 영향을 미쳤다.  

코리아세븐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장·단기 차입금은 3,7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3.4% 늘었다. 전년 말(2,306억원) 대비 63.1%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급격히 상승했다. 미니스톱을 인수할 당시인 2022년 코리아세븐의 부채비율은 275%였지만 작년 3분기 말 기준 379%로 높아졌다.

IBK투자증권 남성현 연구원은 “미니스톱 인수는 아쉬운 선택”이라며 “바이더웨이 인수 이후 급격한 마진율 하락과 제한된 효익을 경험했음에도 반복된 선택을 했다"며 "편의점 산업 특성상 영업권에 대한 과도한 프리미엄을 부여했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미니스톱 인수는 신동빈 회장의 적극적인 입김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롯데그룹은 세븐일레븐을 통해 편의점 시장에 진출한 상태지만 2위와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편의점 점유율 확대를 위해 미니스톱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점포 수 확장은 무시못하는 경쟁력"이라면서 "그런 차원에서 미니스톱 인수는 점포수 기준으로 점유율을 확대하자는 인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이 2021년 인수한 한샘도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2021년 국내 PEF와 손잡고 한샘을 인수했다. 하지만 한샘은 롯데그룹에 인수된 이후 주가 하락과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한샘은 인수된 첫 해인 2021년 69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2022년 216억원의 영업손실로 전환됐다. 창사 이래 첫 적자였다. 2023년 한샘은 1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622억원에 달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주가도 부진한 실적 만큼 하락했다. 한샘의 주가는 27일 종가기준 4만8,700원으로  지난 2021년 11월 1일 기준 주가(8만9,118원) 대비 45.4% 하락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그룹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 창출을 위한 것”이라며 “최근 주가 하락은 부동산 침체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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