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LH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LH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27일부로 취임한 지 500일을 맞았다.

이 사장은 2022년 11월 14일 공식 취임했다. 이 사장은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과 경기지사 정책특별보좌관을 거쳐 경기주택공사(GH) 사장을 지냈다. 이 사장은 국토·도시·교통·주택분야에서 활동해온 전문가로 불린다.

이 사장은 취임 이후 현장 중심의 품질검수 시스템을 강화했고, 부실시공 문제를 없애기 위한 '스마트건설처'를 신설했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7조1,000억원 규모의 발주도 계획했다. 

다만 과제도 산적하다. ▲150조원이 넘는 부채 감축 ▲지난해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철근누락 사태로 인한 불신 회복 ▲경영평가 3년 연속 D등급 오명 해소 ▲내부 소통 문제 등 개선해야 할 숙제가 많다. 

◆조직 신뢰회복 위한 전관예우 타파…현장 중심 품질 강화

먼저 이 사장은 지난해부터 기관 신뢰회복과 공공주택 품질 강화를 위한 혁신에 힘썼다. 인천 검단아파트 현장에서 발생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와 관련 국민 신뢰를 져버린 데 대한 방안 중 하나다. 특히 철근 누락 등 부실시공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현장을 중심으로 체계를 잡아 품질 역량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LH 관계자는 "지난해 이 사장은 주택공급 정책에 발을 맞추는 한편 건설 카르텔 혁파와 전관예우를 없애기 위한 규정 수립 등 노력을 이어왔다"며 "기관 신뢰회복과 품질 역량 강화를 위해 현장 중심에서 건설업계에 잔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또 이 사장은 건설 단계별 검증·관리 역량을 높여 부실시공을 근절하고 공공주택 품질을 높이기 위한 건설혁신방안(5개 부문, 44개 과제)을 발표했다.

이 사장은 올해 1월 인천계양·검단 건설현장과 화성 임대주택 건설현장을 찾아 품질확보 의지를 다졌다. 자체적으로 수립한 건설혁신방안에 대한 지속적이고 충실한 이행도 강조했다. 

이에 따라 LH는 현장 중심의 품질검수 시스템을 강화했다. 발주기관으로서 책임을 높이고 현장 중심의 원스톱 품질 검수를 위해 '품질관리처'를 신설했다. 지역본부에는 품질전담부서를 만들었다. 품질시험 점검관리와 레미콘 등 주요 자재의 품질시험과 공장 검수를 수행하고 현장을 관라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서류·마감 위주의 준공검사도 비파괴 구조검사와 안전점검보고서를 교차 확인하고, 정기 안전점검도 기존 3회에서 5회로 확대해 구조안전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LH는 부실시공 문제를 없애기 위한 '스마트건설처'도 신설했다. 건설산업 디지털화를 본격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스마트 건설기술 확산 기조에 발맞춰 스마트건설 시장 성장을 촉진하고, 노동집약적인 기존 생산방식을 기술집약 방식으로 바꿔 안전과 품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LH는 3차원 가상공간에 설계, 시공에 필요한 정보를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건설정보모델링(BIM) 기반 통합 플랫폼을 2025년까지 구축하고 시공과정을 수기로 기록 관리하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전국 건설현장을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스마트 통합관제 시스템을 운영한다. 

뿐만 아니라 LH는 발주처로서 건설업체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위해 상벌체계도 개편했다. 중대한 구조적 부실 유발업체는 입찰시 실격 처리하고 입찰 시 시공평가 배점 차등을 확대해 우수업체와 불량업체 간 변별력을 높인다. 또 LH 퇴직자가 소속된 업체에게는 용역 심사에서 최대 감점을 부과해 건설사업 수주를 원천 배제해 카르텔을 혁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 주택공급 사업 발맞춰…올해 발주 17조1000억원 '역대 최대'

LH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7조1,000억원 규모의 발주를 계획했다. 발주계획 유형별로 공사 부문이 16조원, 용역이 1조1,000억원 규모로 계획됐다. 발주 계획은 계약체결 금액을 의미해 사업비(투자집행·자금집행 예정액)와는 다르다. 

먼저 신규발주는 올해 건설경기 활성화 및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로 수립됐다. 특히 올해 5만호 착공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택사업공사(건축 및 후속공종) 발주물량은 13조원이다. 이는 지난해 실적 보다 4.3배 많은 금액이다. 

또 LH는 정부의 건설투자 활성화를 위한 재정 조기 집행 기조에 따라 연간 발주물량의 60% 이상을 상반기에 발주하겠다는 계획이다. 통상 발주가 9월에 집중됐던 주택공사 발주를 2개월 이상 앞당겨 조기 착공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LH는 이번 발표한 발주계획을 신속하게 이행해 침체된 건설경기 회복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다. 건설업계 관심이 높은 주요 아파트 대형공사 발주일정은 월별·분기별로 면밀히 관리하고, 하반기 이전에 주요 공사일정을 업데이트해 재공지하는 등 많은 건설업체들의 입찰참여를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 사장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택공급 감소와 건설 경기 침체로 2~3년 이후 전·월세 및 매매가격 상승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며 “건설경기 회복 뿐만 아니라 국민 주거안정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발주물량을 편성한 만큼, 속도감 있게 계획을 집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연간 사업계획과 '5대 부문 11대 중점과제'를 담은 업무계획도 확정했다. 이 사장은 “올해 공공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LH는 빠르고 과감한 공공주택 공급과 투자 집행으로 국민 여러분들의 집 걱정은 덜고 경제 활력은 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H가 계획한 사업비는 연간 18조원 규모다. 고금리·원자재값 상승으로 민간부문 공급여력이 축소된 상황에서 주택공급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총 10만5,000호의 주택 인허가와 5만호 이상의 착공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인허가 계획은 지난해 실적(8만4,000호)보다 25% 이상 늘렸다.  주택분양과 직결되는 착공물량 또한 지난해보다 4배 이상 확대된 5만호 이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6만9,000호 이상 뉴:홈 인허가를 통해 국민 주거사다리 마련을 지원하는 한편 3기 신도시 5곳은 조성일정을 앞당겨 모든 사업지구 연내 착공(1만호 이상)할 계획이다.

매입·전세임대 또한 올해 6만5,000호를 공급해 취약계층 주거안정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여기에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매입임대주택도 5,000호를 포함해 공적역할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경영평가 3년 연속 D등급…"이 사장, 직원과 소통 부족" 지적도

이 사장은 부채비율 감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평가 3년 연속 D등급 탈출 등 숙제를 안고 있다. 현재 LH는 기재부를 통한 올해 경영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도 D등급을 부여받을 경우 4년 연속 D등급을 면치 못하게 된다. 

재무구조 개선에 대해 LH는 지난해 6월 기획재정부로부터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받고 오는 2027년까지 부채비율을 208.7%로 낮추는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했다.

LH에 따르면 부채금액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자본의 증가로 부채 비율은 줄어들고 있다. 정부가 출자하는 기관 지원으로 인해 자본이 커지면서 부채 금액이 늘었지만 비율 자체는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다만 비율을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LH 부채 규모(부채비율)는 ▲2020년 129조7,000억원(234%) ▲2021년 138조8,000억원(221%) ▲2022년 146조6,000억원(219%) ▲지난해 상반기까지 151조2,000억원(218%)까지 늘었다. 

LH는 올해도 부채비율 감축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LH가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과 가덕도 신공항 건설, 매임임대주택 사업, 3기 신도시 토지 보상 등 비용이 투입되는 사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조한 경영평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성과급이 사라지고 인력이 충원되지 못한 채 업무가 늘고 있다는 게 LH 관계자의 전언이다.  

LH 직원 A씨는 "현재 LH는 주택사업 뿐만 아니라 철도 지하화, 가덕도 신공항 등 인프라 사업에도 자금과 인력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주택사업 공급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인력이 부족하다"면서 "LH의 설계, 시공, 감리 용역 등 주택공사 업무가 오는 4월부터 조달청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이에 양 기관의 의견조율 과정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의사결정이 더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LH 내부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LH 내부에선 이 사장이 직원과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직원 A씨는 "취임 초반 이 사장이 자산매각 등 부채비율 감축을 위한 노력을 지속했는데 최근에는 부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기조로 바뀌었다"며 "3기 신도시 등 다양한 사업에 투입비용을 고려해 부채비율 감당이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올해도 경영평가 개선 실패, 사업으로 인한 인력 부족 심화 등 악순환을 겪으며 직원들 사기가 많이 저하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장이 이사회에도 원격으로 참여하고 내부 직원과 소통하는 모습이 많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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