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방석현 기자] “국회와 정부, 약사 단체는 성분명 처방 강제 법안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30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열고 “환자 안전을 내팽개친 성분명 처방 강행은 의약분업 파기”라며 ‘성분명 처방’ 의무화 법안에 반대하고 나섰다.

김 회장이 1인 시위에 나선 이유는 같은 날 대한약사회 주최로 국회에서 성분명 처방 도입을 위한 토론회가 열려 제도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성분명 처방은 특정 의약품의 상품명이 아닌 약물의 성분명을 처방하는 것으로, 시행되면 약국에서 성분이 같은 복제약(제네릭)을 조제할 수 있게 된다.

김 회장은 “같은 성분이라 해도 약제마다 약동학적 특성과 임상 반응이 다를 수 있어 의사 판단 없이 임의로 약제가 대체되면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성분명 처방은 의사의 전문적 진료 행위에 대한 침해이자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일방적 약가 결정 구조, 제약사의 경제 논리만을 따진 의약품 생산 중단 등 근본적 문제 개선은 외면한 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걸고 도박판을 벌이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상품명 처방은 정부가 입법을 통해 주사제를 제외한 모든 전문의약품을 대상으로 의약 분업을 실시한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의사는 진료 후 의약품에 대한 처방전을 발행하고 약사는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 및 판매하는 형태다. 

전통적으로 더불어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약사와 의사에 우호적이었기 때문에 약사회는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지금을 입법 기회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22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 총 24명 가운데 여당인 민주당 의원은 14명으로 가장 많다. 국민의힘과 비교섭 단체 소속 의원이 각각 8명, 2명으로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의협 입장에선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다. 

다만 성분명 처방이 약사회의 주장처럼 국민의 조제약 선택권 확대로 이어질 것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성분명 처방은 얼핏 국민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봄직 하다. 하지만 어떤 제도건 급진적인 개혁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제약사는 자체 개발 또는 라이선스인(기술도입) 등을 통해 수십년 간 전문의약품(ETC)을 개발해 판매하는데 막대한 비용을 쓴다. 사실상 중소제약사들은 신약개발에 드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제네릭(복제약) 위주의 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약이 출시된 후라도 신약이라면 일정기간 독점권을 부여받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의사에게 자사의 약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막대한 마케팅 등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성분명 처방이 제도화될 경우 이 마케팅 자금은 의사만이 아닌 약사에게도 투입될 것이다. 그럴 경우 다량의 마케팅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제약사가 의약품을 판매하는데 따른 수익성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고 결국 의약품 가격은 상승할 여지가 크다.  

약사회가 성분명 처방 제도화를 통해 국민의 올바른 조제약 선택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약대를 나온 사람이 아니고서야 올바른 조제약을 선택할만한 지식을 가진 국민들이 얼마나 될 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의약분업이 당초 약물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시작됐음을 감안하면 이 취지도 무색해질 수 있다.

결국 성분명 처방 제도화는 약사회가 의사협회와의 알력다툼에서 우위에 있기 위한 제도적 장치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방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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