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각 사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각 사

최태원 회장, 젠슨 황 만나 반도체 동맹 ‘재확인’

퀄테스트 미통과 삼성전자, “젠슨 황 미팅 예정 없어”

[SRT(에스알 타임스) 방석현 기자] 세계 최대 IT·전자 박람회 CES 2025가 지난 7일(현지시간) 개막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등이 그와 동행했다. 삼성전자는 한종희 부회장을 비롯해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국내를 대표하는 IT·전자업계 수장들이 총출동한 만큼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과 전날 만났다”며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 등과 관련해 이미 실무진끼리 올해 공급량을 결정한 만큼 이번 만남에서 그걸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CES 참석은 지난 2023년과 2024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젠슨 황은 앞선 7일 기조연설에서 ‘AI 다음 시대는 양자 컴퓨팅이 될 것’이라고 소개하며 이튿날 최 회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혀 두 반도체 거물들의 만남은 업계의 관심사였다. 최 회장과 젠슨 황의 독대가 확인된 만큼 두 거물들은 반도체 동맹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한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추측된다.

SK하이닉스는 사실상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공급해 왔다. 지난해 3월 5세대 HBM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하기 시작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HBM3E 12단의 양산도 시작했다. 국내 반도체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지난해부터 긍정적인 수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SK하이닉스의 엔비디아향 수출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될 정도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 직전년보다 43.9% 늘어난 1,419억달러(약 207조원)다. 세부적으로 중국향 수출은 줄어든 반면 미국, 대만향 수출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AI 반도체의 생태계는 엔비디아의 설계를 토대로 TSMC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HBM을 패키징해 만든 AI 가속기(AI 학습·추론에 특화된 반도체 패키지)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AI 서비스에 쓰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룹차원에서 최 회장과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등이 행사에 참석한 상황”이라며 "사장단의 정확한 일정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쟁사 삼성전자의 행보는 차이를 보인다. 삼성전자의 HBM은 10개월 넘게 엔비디아 퀄테스트(품질 인증)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삼성전자는 한종희 부회장을 비롯해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본지 취재 결과 삼성전자의 어떤 임원도 젠슨 황과의 미팅은 예정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의 제품이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납품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래처 회장을 만날 기회가 있음에도 이를 스스로 차버린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상황과 젠슨 황과의 미팅을 결부 짓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CES는 가전 중심 행사이기 때문에 반도체 사업을 위한 미팅은 예정돼 있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CES는 프라이빗 부스를 차려놓고 고객들과 만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CES에 참가한 조주완 LG전자 CEO는 8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를 열고 회사의 2025년도 사업 전략을 소개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과 경쟁환경을 경영활동의 상수(常數)로 두고 실행 전략을 정교화하는 데 주력하며 사업의 ‘구조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질적 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LG전자는 2년 전 중·장기 목표로 2030 미래비전을 제시했다. 글로벌 시장의 수요회복 지연은 장기화되는 데 반해 지경학적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고객의 다양한 경험을 연결,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전략의 골자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CES 2025에서 선보일 최신 기술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협력과 창의성을 중심으로 기후 변화 대응, 정신 건강 개선, 효율적인 생산 등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할 솔루션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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