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어려운 배역, 여장…‘파일럿’ 조정석 역할 부끄러울 것”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영화 ‘범죄도시’부터 반전 매력을 보여준 ‘극한직업’, ‘공조2: 인터내셔날’ 그리고 ‘달짝지근해: 7510’ 등 다양한 장르에서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준 배우 진선규.
그가 이번에는 영화 ‘아마존 활명수’에서는 한국계 볼레도르인 빵식을 연기하며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능청스러운 연기와 파격적인 스타일로 빵식 캐릭터를 완성해 낸 그는 완벽한 한국계 볼레도르인을 표현해내기 위해 언어부터 의상, 분장 등에 심혈을 기울였다.
SR타임스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선규 배우를 만나 영화와 그의 연기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빵식의 귀엽고 발랄한 캐릭터성은 어떻게 만들어냈나
시나리오를 읽어나가면서 배우로서 그냥 재미있게 캐릭터를 그려나가게 되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럴 때 최대한 내가 아닌 사람처럼 보이게 할 방법을 찾고 싶었죠.
빵식은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국인 3세 역할이라 여러모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런 역할 자체가 기시감이 커서 비교될 수 있고 혹은 비하할 수도 있는 것들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일단은 할아버지에게 한국 정체성을 교육받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워킹홀리데이도 해보고 유튜브를 시작했다는 전사가 좀 있어요. 근데 그런 이야기들이 약간 편집되면서 희화화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을 많이 했었죠.
머리 모양도 남미 스타일로 바꿨고 말투는 한국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 유튜브 영상을 많이 보면서 연습했어요. 특히, 전 농구선수 전태풍 씨 유튜브를 많이 보면서 따라 했습니다. 외국 분들이 한국어를 하면 특유의 억양과 뉘앙스가 존재하더라고요. 그걸 제 것으로 만들면서도 최대한 기시감이 들지 않도록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하면서 만들어진 빵식 캐릭터가 조금은 가벼우면서도 귀엽게 보이게 된 것 같습니다.
Q. 언급한 것처럼 특히 해외 공개 시에는 희화화 혹은 인종차별적이라는 반응이 있을 수 있다. 캐릭터를 만들면서 관련된 고민이 컸을 것 같다
희화화나 비하가 될 만한 부분에 대해 저희가 정말 이야기를 많이 했죠. 시카 역을 맡은 이고르 배우는 실제로 원주민 후예입니다. 그래서 그 친구가 대사에서 혹시 문제가 될만한 부분은 다 확인해줬어요. 그리고 원주민 문신에는 다 의미가 있어요. 그걸 이고르 배우가 확인하고 조율해줬죠. 저희가 연기할 때도 진짜 과라니어를 사용했습니다.
특히, 빵식 할아버지에게서 한국 사랑과 정체성을 물려받은 한국인임을 강조했어요. 비하의 의미나 느낌이 전혀 들지 않게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감독님은 좀 더 가볍고 호감 있는 빵식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볼레도르 안에서도 외향적인 사람, 늘 튀려고 하는 사람으로 외모와 화려한 패션을 피팅했어요. 펌은 4시간 정도 걸렸죠. 유쾌하고 발랄한 빵식의 매력을 외적인 표현으로 많이 드러내려고 했습니다.

Q. 마냥 코미디 영화만은 아니다.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
휴머니즘이 녹아있는 웃음, 어쩔 수 없는 처지를 스포츠를 통해 해결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에 감동이 있는 게 시나리오상에도 똑같이 쓰여 있었어요. 이 영화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박장대소하는 부분보다는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시카의 눈이었습니다. 아마존 3인방은 브라질에서 직접 캐스팅한 배우들이죠. 이 영화는 한국의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 너희들의 영화가 돼야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 생각한다고 말해줬어요.
Q. 브라질 현지 로케이션 촬영을 하면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아마존의 눈물’ 다큐멘터리의 얼굴들을 직접 보게 되는 거죠. 영화에 나온 50~60%는 실제 부족분들이죠. 나머지 분들은 원주민 후예들이고요. 만약 우리나라에서 외국 아이들을 데리고 분장해서 촬영했다면 그런 느낌이 안 났을 거예요. 원래 원주민이 입던 옷, 분장을 그대로 한 겁니다. 그런 순수함을 봤던 게 너무 좋았어요.
그곳에서 환경에 대해서 신경 써야 된다라는 걸 직접 느꼈던 것 같아요. 아마존에 있는 부족분들이 신발이 없으면 걸을 수가 없을 정도로 바닥이 뜨거웠어요. 한쪽은 물이 말라 있고 또 다른 쪽은 홍수가 나 있었죠. 갈수록 그렇게 변하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저는 플로깅을 하고 있어요.

Q. 류승룡 배우와 함께하면서 코미디 연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됐나
정극과 코미디를 오가면서 극적인 작품들을 많이 했잖아요. 류승룡 배우는 코미디란 이야기가 흘러가는 와중에 진짜로 타당성이 있으면 해도 되는 건데 단지 그냥 막 하는 건 아무 소용이 없는 거라고 말해요. 코미디든 정극이든 웃기기 위한 게 아니라 원래의 진지함을 가지고 가기 때문에 그게 나중엔 웃음으로 바뀌고 감동으로 바뀌고 감정으로 바뀌는 거로 생각합니다. '극한직업’에서는 기둥 같은 큰 형으로 계셨죠.
사실 전 뛰어난 코미디 배우가 아닙니다. 그냥 웃음이 잘 묻어나게 연습을 통해 만들어나가는 배우입니다. 류승룡 배우가 주는 아이디어 같은 걸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빨리 호흡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거죠. 저는 여기서 이걸 터뜨리면 웃긴다든지 그런 걸 전혀 모르는 배우예요. 그냥 지금 순간 이게 되게 재미있겠다는 걸 동물적으로 그냥 탁 받고 연기하는 스타일인 거죠.
Q.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더 성장한 부분이 있다면
연극을 오래 하면서 뒤늦게나마 제가 영화를 하게 된 것은 잘하는 걸 들고나온 사람과 부족한 걸 가지고 있었던 사람과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내가 도전할 수 있는 부분들, 내가 배우로서 연기하는데 재밌을 것 같은 부분들을 선택했어요. 사실 ‘전,란’도 전 너무 좋았어요. 작품이 너무 좋았죠. 사실 특별출연이라는 말보다는 저는 그냥 출연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 역할을 너무 잘하고 싶었습니다. 너무 멋진 배역이었으니까요.
전 그런 식으로 선택을 해왔어요. 역할의 분량보다는 확실히 내가 재밌다고 느끼는 것을 했어요. 전 서 있는 곳이 어디든 괜찮아요. 이렇게 있다가 보면 또 주연할 때가 언젠가 올 거라고 봐요. 그냥 그 과정에서 계속 제가 행복하면 됩니다. 안 그러면 도태될 것 같은 거죠. 그래서 이렇게 선택을 해나가고 있어요.
이 작품은 빵식을 그려나가고 있는 저에 대한 설렘이 있었고 거기다 승룡이 형과 같이 작업한다는 게 그냥 너무 좋았습니다. 일상에서도 빵식처럼 애들을 대하고 있는 모습도 좋았어요. 그러면서 얻어지는 것들이 엄청나게 커요. 앞으로도 역할의 크기보다는 도전해보고 싶은 작품 속 배역을 선택해 나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Q. SNL은 본인이게 어떤 도전이었나
제 인생에서 큰 도전이었습니다. (웃음) 뭔가를 하려고 하지 않고 크루분들에게 잘 기대어 있어 볼까 했어요. 수위를 넘어갈 것 같으면서도 안 넘어가는 그런 것에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Q. 본인에게 없는 걸 하려면 힘들다고 했었는데 어떤 연기가 가장 어려운가
아직 안 해봤지만, 여장하는 게 힘들 것 같습니다. '파일럿’에서 조정석 배우가 했던 역할을 제가 한다면 굉장히 부끄러울 것 같았어요. 배우로서 벽에 봉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Q. 혹시 퀴어 연기는 가능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웃음)
Q. '카운트’ 이후 다시 단독 주연작을 맡게 된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연기를 준비하고 싶은가
배우들과 리허설을 굉장히 많이 하고 싶어요. 각자가 준비해 온 것이 정답일 수도 혹은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분량이 적은 배역들도 같이 현장에서 많은 것을 나누면서 작품을 만들어나갔으면 좋겠다는 포부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