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절동 일대 백로류 1,200여 둥지 서식지 관측
소음, 배설물 악취 등 민원…“생활 피해 막심”
환경단체 “개발 폐해…자연과 사람 공존해야”
[SRT(에스알 타임스) 서중권 기자] 한때 청주시의 100대 자랑에 올랐던 ‘백로 서식지’가 골칫거리로 전락해 위기에 내몰렸다. 송절동 일대 조성한 테크노폴리스의 산업단지 규모를 2배 이상 확장한 데 따른 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 청주시(시장 이범석)는 지난 2월 흥덕구 송절동 산 97-2번지 일원 백로서식지에서 왜가리가 올해 처음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송절동 백로서식지는 2000년도 이전부터 백로류가 서식하던 오래된 서식지이다. 지난해 송절동에는 7종의 백로류가 1,200여 둥지에서 서식했다.
시는 “백로서식지에 대한 사전 모니터링 및 서식지 관리로 주민생활 불편을 최소화해 시민과 백로류와의 공존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충북의 자연환경명소 100선 지정…“테크노폴리스 개발 2배 이상 규모 늘려 폐해”
하지만 백로류 서식지로 인한 주민들의 생활 민원은, 불편을 넘어 고통을 겪고 있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백로류 집단서식처로 인해 시민들은 소음, 악취, 배설물의 독성 등 각종 공해에 시달려 왔지만,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해 지역의 골칫거리로 등장한 것.

송절동 산 76 송절지구 현대테크노 레이원시티 앞 백로류 서식지를 찾은 것은 지난 24일 오전.
무심천 도로 인근 야트막한 동산에 수백마리의 백로류 왜가리가 둥지를 틀고 있는 것이 목격됐다. 둥지에서 쉬고 있는 새끼 백로, 공중을 날고 무심천을 오가는 어미 왜가리들로 분주해 보였다.
둥지의 소나무는 중하류 부분은 말라 죽은 듯 보였다. 이들의 배설물로 보이는 허연 눈 자국 같은 형태가 소나무의 한 부분을 덮었다.
이어 A 학교 맞은편 산자락 소나무 숲 전체가 눈꽃 송이처럼 뒤덮여 있다. 그러고 보니 이곳 백로 서식지가 2곳인 셈이다.
주민 A 씨는 “수년 동안 백로 떼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 새소리의 소음과 악취, 깃털 등 생활 피해가 막심하다”고 하소연했다.

송절동 일대에 집단서식하고 있는 백로류로 인해 시민들은 소음, 악취, 깃털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라는 것이다. 송절동 주민들은 “아무리 청소를 해도 냄새가 사라지진 않고 소리도 시끄러워 백로 서식지를 옮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솔밭으로 유명한 흥덕구 송절동 일대에는 8,000㎡에 달하는 백로 서식지가 있다. 이 서식지는 숲이 우거졌고, 미호천으로 흘러드는 무심천 하류에 인접한 곳인 데다 천적이 없어 먹이 활동이 쉬운 곳이다.
이곳에는 울창한 숲 위를 날아다니는 수백 마리의 백로 떼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하천에 내려앉아 먹이를 찾는 자연의 모습도 한 폭의 그림으로 청주시민들이 눈길을 끌었다.
충북도는 2001년 이 일대를 꼭 가봐야 할 충북의 자연환경명소 100선으로 지정했고, 청주시는 2010년 송절동 백로 서식지를 홍보했다.
하지만 2018년 청주테크노폴리스가 송절동 일대 조성하고 있는 산업단지 규모를 175만9,000㎡에서 370만8,000㎡로 2배 이상 확장하면서 인근 백로 서식지가 골칫거리로 등장하는 계기가 됐다.

◆‘현대테크노 레이원 시티’ 아파트 사업 착수…청정 자연환경조성 미지수
개발 이후 테크노폴리스 사업 단지는 아파트 단지로 인기를 끌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중이다.
예컨대 청주 '현대테크노 레이원 시티'는 송절지구 도시개발 계획 지구에 1817세대의 규모로 아파트가 들어선다.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다. ‘청정자연환경 조성’을 내걸고 친환경을 홍보하고 있다. 다만 주변 곳곳의 혐오 시설 등과 어떻게 조화해 환경을 조성해 나갈지는 미지수다.
한때 청주시민들의 자랑거리, 친환경의 대명사로 떠올랐던 백로류 서식지가 현시대의 개발로 사라지고 골칫거리로 전락됐다.
녹색청주협의회 등 환경단체는 “백로 서식지와 인접한 테크노폴리스 단지에 아파트 등 무리하게 개발하지 말고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